野, 해병대 수사단장 구속영장 발부에 반발…"외압 거부가 죄인가"
지난 30일 구속영장 청구 이어, 1일 영장실질심사 민주당 "대통령 얘기가 나오니 입 막자는 것인가" 與 일부에서도 진상규명 목소리…"VIP, 尹으로 봐야"
2023-08-31 염재인 기자
매일일보 = 염재인 기자 | 국방부 검찰단이 '채 상병 사망 사건'을 수사하다 항명 혐의로 입건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자 야당이 강하게 반발했다. 야당은 외압을 거부한 것이 죄가 아니란 입장이다. 여당이 신중한 모습을 보이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대통령의 외압 의혹에 대해 진실을 밝혀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31일 정치권과 국방부에 따르면 항명 혐의로 사전 구속영장이 청구된 박 대령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이 1일 오전 10시께 용산 군사법원에서 진행된다. 전하규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통상 도주의 우려와 증거 인멸의 우려가 있어야 영장을 청구하고, 해병대 수사단 자료는 국방부 검찰단이 이미 압수한 상태여서 인멸할 증거가 없는데 왜 영장을 청구한 것이냐'는 질문에 "그것은 제가 정확히 답변드리기 좀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안의 중대성 및 증거인멸 우려를 고려해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검찰단이 지금 수사를 진행하고 있으니 검찰단의 입장으로 이해해 주시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앞서 국방부 검찰단은 지난 30일 박 대령에 대해 30일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한 바 있다. 국방부는 "그동안 검찰단은 피의자에 대한 신속한 수사를 위해 노력했으나, 피의자가 계속 수사를 거부하고 있는 상황에서 사안의 중대성 및 증거인멸 우려를 고려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이어 "잇따른 피의자의 일방적 주장 발표에 유감을 표하며, 피의자가 수사 절차 내에서 관련 증거에 대한 의견을 밝히는 등 필요한 주장을 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야당은 국방부 검찰단이 박 대령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한 데 대해 거세게 비판했다. 김민석 정책위의장은 31일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박 대령 영장 소식에 국민들은 정권이 미쳤다고 한다"며 "조사를 철저히 하고 외압을 거부한 게 구속될 죄인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대통령 얘기가 나오니 아예 입을 막자는 것인가"라며 "바른 군인을 흔드는 것이야말로 국가 안보를 흔드는 것이다. 정권의 각성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박 대령은 서면 진술서에서 "오전 대통령실에서 VIP 주재 회의 간 1사단 수사 결과에 대한 언급이 있었고, VIP가 격노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민주당은 박 대령의 구속영장 청구 사실이 알려진 지난 30일에도 즉각 반발하기도 했다. 권칠승 수석대변인은 이날 국회 브리핑을 통해 "수사 외압의 '몸통'에 윤석열 대통령이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증인 입을 막으려는 국방부의 후안무치한 행태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당은 해당 사건에 대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 등 다른 현안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다만 당내 비주류 등 일부에서 수사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유승민 전 의원은 대통령실의 '수사 외압 의혹'과 관련해 지난 2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VIP 1, 2, 3가 따로 있는 게 아니니 VIP는 윤석열 대통령을 지칭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 증언이 만약 사실이라면 수사 외압 주체는 윤 대통령"이라며 "당장은 권력으로 진실을 덮을 수 있을지 몰라도, 유한한 권력이 진실을 영원히 덮을 수는 없다"고 제언했다. 야당은 이번 의혹과 관련해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고발에 나서는 등 진상규명에 나섰다. 지난 29일 더불어민주당 해병대원 사망사고 진상규명 TF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 상임위에서 확인된 바와 같이 국방부 장관을 비롯한 관련자들의 거짓 주장이 반복되고 있는 만큼 서로 진술을 맞춰 증거 인멸 가능성이 높다"며 "강제수사가 필요한 상황이라 판단하고 공수처 고발을 추진하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