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4년 동안 잠잠하더니… 철도파업 조짐 왜?
9월 철도노조 총파업… 신차도입‧노선확대 운영차질 불가피 철도노조 “정부, SRT 노선 분할을 통해 '쪼개기' 민영화 나서”
2024-08-31 나광국 기자
매일일보 = 나광국 기자 | 전국철도노동조합(철도노조)와 정부간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국토교통부의 부산~수서 SRT 고속열차 운행 축소 방안에 철도노조가 철회를 요구하며 무기한 준법투쟁에 돌입해서다. 이에 따라 9월부터 도입되는 ITX 신차 운행과 노선확대 등 철도 운영에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31일 철도노조에 따르면 지난 28일부터 30일까지 실시한 쟁의행위 찬반투표에서 재적 조합원 2만1938명 중 1만9825명이 투표에 참여한 결과 찬성 1만2768표(64.4%)로 내달 총파업이 결정됐다. 총파업이 결정된 철도노조의 향후 일정은 이날 중앙노동위원회의 제2차 조정회의 개최를 시작으로 9월1일 총파업에 대한 기자회견과 확대쟁의대책위원회를 통해 결정하게 된다. 노조는 국토교통부가 사회적 논의나 공론화 없이 내달 1일부터 부산~수서를 운행하는 SRT 고속열차의 운행을 11% 이상(일일 4100여석)을 축소한 것에 반발하고 있다. 또한 이들은 정부가 해당 구간의 운행을 축소한 SRT 열차를 내달 운행을 확대하는 전라선과 동해선·경전선에 투입하는 등 부산~수서 고속열차를 이용하는 시민들의 불편이 우려된다는 이유를 들었다. 철도노조는 코레일과 SRT를 통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철도를 통합하게 되면 철도운영을 위한 간접 인력을 줄일 수있고 중복 비용도 감소한다는 것이 근거다. 철도노조 관계자는 “SR은 역사 운영과 차량정비를 코레일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라 사실상 반쪽짜리 회사다” “경쟁체제 유지는 사실 허울뿐이고 국민의 편익을 외면하는 일을 끝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말 경쟁체제로 전환된 철도 공기업의 통합에 대한 논의 결과 통합에 대한 판단을 유보한다는 종합 의견을 정부에 제출했다. 당시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이와 관련해 “해외에서도 독점에서 경쟁으로 전환이 철도 발전의 기본 방향이며 철도가 더욱 발전할 수 있도록 공공부문 내에서 건강한 철도 경쟁을 유도해 나가겠다”라며 현 체제에 손을 들어줬다. 당시 코레일 노조 등에서는 정부가 주장하는 효과들은 경쟁체제와 무관하다고 반박했다. 오히려 코레일과 SR을 통합해야 경쟁에 따른 중복비용을 연간 최대 406억원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또 통합 운영을 하면 운행슬롯 증설과 복합열차 운행 등 효율적인 운행계획을 수립해 전체 고속철도의 운행 횟수를 최대 52회(주말 기준)까지 늘릴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지금의 코레일과 SR의 경쟁 체제는 철도 국유·국영 체제로 인한 적자 구조 고착화와 비효율을 개선하기 위해 지난 2004년부터 추진한 철도산업 구조개혁의 일환으로 도입됐다. 전문가들은 철도 통합 논의도 중요하지만 최근 잇따라 발생한 탈선 사고 등 안전과 관련해 국민신뢰를 회복하고 원활한 신차 도입에 집중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조언했다. 익명을 요구한 철도학과 교수는 “통합이든 경쟁이든 철도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가 바탕이 되지 않으면 탁상공론에 불과한데 최근 계속된 안전사고를 생각하면 탈선 사고 등에 대한 안전 시스템 구축이 우선으로 보인다”며 “당장 시급한 사안인 노후 디젤 열차 퇴역과 신차도입에 힘쓰면서 철로 정비 등 산적한 문제를 급선무로 해결하고 통합을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태업에 이어 파업사태까지 벌어지면 9월로 예정된 ITX-새마을급 신형 열차 운행과 경부선 KTX 증편 운행도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이에 국토부는 만약의 상황을 대비해 대체 기관사를 코레일이 운영하는 수도권 전철에 투입하기 위한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철도 차량 운전면허를 소지한 철도특별사법경찰과 군, 코레일 내부 직원 등 16명에 대해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출퇴근시 혼잡도 증가로 인해 안전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수도권 전철에 군과 철도경찰 등 외부 대체인력을 투입할 예정이라고 국토부는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