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예탁금 감소에도 늘어나는 ‘빚투’

17일 신용거래융자 잔고 20조6000억원...연고점 경신

2023-08-31     이보라 기자

매일일보 = 이보라 기자  |  증시 예탁금 규모는 줄었지만 ‘빚투’는 오히려 늘고 있다. 이에 증권사들은 투자자 보호 강화에 나섰다. 

31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빚투 지표로 여겨지는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지난 17일 기준 20조6000억원으로 연고점을 기록했다.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5월 말 18조원 △6월 말 19조원 △7월 말 19조원 수준을 유지했다.

신용거래융자와 예탁증권담보융자를 합한 신용공여금 평균잔액은 지난 22일 기준 51조7512억원을 기록했다. 2분기 신용공여금 평잔은 1분기 대비 11% 확대됐고 3분기에도 42조1000억원으로 2분기 대비 4% 늘었다.

이에 반해 연초 대비 증시 예탁금은 1조원(9173억원)도 안 되게 늘었다. 증시 예탁금은 투자자가 주식을 사려고 증권사 계좌에 넣어둔 자금이다. 투자자예탁금 평잔은 2분기 9% 증가했고 3분기 들어서는 53조3000억원을 기록하며 전 분기 대비 3% 올랐다. 예탁금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던 2021년 5월(77조9018억원)과 비교하면 26조원 감소한 상태다.

예탁금 대비 신용거래융자·예탁증권담보융자 비중은 1분기(76.8%), 2분기(78.2%), 3분기(78.6%)로 3개 분기 연속 75% 이상을 상회했다. 시장에선 예탁금 대비 신용거래비중이 40%를 넘으면 과열 조짐으로 판단하는데, 올해 초 32.2%에서 38.7%까지 오른 상태다. 2020년 이후 9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증권사들의 신용거래융자 금리를 인하하고 나선 점도 신용거래융자 잔고 증가세를 부추겼다. KB증권의 경우 이달 2일부터 금리를 60일간 연 4.2%로 인하했으며, 다올투자증권도 7월부터 신규, 휴면 이용자를 대상으로 이율을 6개월간 연 3.99%로 낮췄다.

일부 증권사들은 투자자 보호를 위해 관리에 나섰다. 삼성증권은 이달 초부터 자사 이용 고객들의 검색량과 매수·매도 주문이 많은 종목을 실시간으로 집계해 순위로 보여주는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고 있다.

KB증권은 지난 22일부터 포스코홀딩스·포스코퓨처엠·포스코인터내셔널 등 포스코그룹주와 에코프로비엠·엘앤에프·나노신소재 등 이차전지 주요 종목들의 신용·대출 증거금률을 기존 20∼40%에서 100%로 상향 적용했다. 증거금률 100%를 적용하면 1억원 한도 이내에선 신용융자거래가 가능하지만, 사흘 이내 초단기 미수거래는 제한된다.

대신증권도 “최근 주식시장 변동성이 커지면서 단기간에 과도한 투자자 쏠림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레버리지를 활용한 투자는 주가 하락 시 손실이 확대될 수 있으니 반드시 상환능력을 고려해 투자하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신용거래 규모가 지나치게 커지면 증시 변동성이 높아졌을 때 반대매매가 쏟아져 주가 하락의 원인이 될 수 있다”며 “레버리지를 일으켜 투자하는 신용거래는 개인투자자들이 신중하게 이용해야 한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