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수출 쇼크 완충… 기업도 판로 개척 나서

美中, 자국 산업 우선한 패권경쟁 심화 韓 수출국 다변화 모색… 중동, 동남아, 중남미 시장 진출 잇따라

2024-09-03     이용 기자
지난

매일일보 = 이용 기자  |  미국-중국의 경제 패권 경쟁으로 글로벌 산업계가 불확실성을 떠안은 가운데, 국내 기업의 수출국 다변화 모색에 관심이 모인다.

3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은 자국 내 투자를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을 위해 중국을 견제하는 형태의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중국은 핵심 원자재 수출을 제한하거나 외국 기업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혜택을 줄이는 전략을 택했다. 최근 한국 정부가 외교적으로 미국과는 친하게, 중국과는 멀어지려는 행보를 보이는 만큼, 특히 최대 교역국인 중국과의 무역에서 큰 피해를 입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수출 제조업체 1222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코로나 사태 전후 수출 변화상 조사’를 살펴보면, 실제 우리 기업들이 수출이 감소한 품목의 대상 국가로 가장 많이 지목한 곳은 중국(39.4%)을 지목했다. 반일 불매운동으로 교역이 줄어들었던 일본(14.4%)보다도 크게 감소했다. 기업계가 특히 염려하는 부분은 미국의 자국 우선주의와 중국의 핵심 원자재에 대한 수출 통제다. 현재 국내는 물론, 미국과 중국 모두가 집중하고 있는 핵심 산업은 반도체와 배터리, 바이오 분야다. 미국은 중국 중심의 핵심 산업 구조를 탈피하기 위해, 해당 제품은 자국에서 생산된 것을 우선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은 상태다. 중국은 최근 미국의 견제에 맞서 광물자원과 희토류 등에 대한 수출 통제에 나선 상태다. 리튬 등 배터리로 쓰이는 광물자원과 반도체의 핵심인 희토류, 의약품 원자재 등의 절대다수가 중국에서 나온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중국의 글로벌 생산 점유율은 2021년 기준 희토류 60%, 텅스텐 84%이다. 지정학적 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해 국내 기업들은 새 먹거리로 ‘식품’과 ‘바이오’를 선정하고, 중동과 동남아, 중남미를 차세대 시장으로 선택했다. 실제 롯데와 오리온 등 식품·유통기업은 베트남 현지 사업을 확장하고 있으며, 대웅제약과 HK이노엔은 인도네시아에 국산 신약 시장을 개척하는 중이다. 올해 초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의 방한과 윤석열 대통령의 아랍 에미리트 순방을 계기로 양국이 급속도로 가까워지며, 기업계의 움직임은 더욱 활발해질 전망이다. 제약‧바이오업계는 중동과 중남미 시장을 대상으로 사업 타겟을 확대하고 있다. 중동의 경우, 양국 정상의 순방으로 현지 진출 요건이 완화됨에 따라 제약‧바이오 산업의 진출이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 의료 인공지능 전문 기업 루닛은 지난 7월 사우디아라비아 및 중동 지역 최대 규모의 민간 의료기관인 술라이만 알-하빕 메디컬 그룹(HMG) 산하 전체 병원과 유방암 진단 AI 솔루션 공급 계약을 성사하는 쾌거를 이뤘다. 이미 아세안 지역에선 성과가 어느 정도 도출된 상태다. 한국무역협회는 지난 17일 “대(對)아세안 수출은 2023년에도 소비재 수출이 증가세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자동차를 제외한 소비재 수출 상위 10대 품목 중 8개 품목(화장품, 플라스틱, 조제식료품, 담배, 의약품, 음료수, 조미김, 살충제)의 수출 비중이 증가해 현재 국내 소비재 수출 ‘4위 지역’으로 성장했다. 유통기업 L사 관계자는 ”K문화의 글로벌 인기에 힘입어 최근 식품 산업 또한 한국 경제에 크게 이바지 하고 있다. 반도체, 배터리, 디스플레이 등 기존 핵심산업도 중요하지만, 이들은 국내 문화 인지도에서 비롯된 파생 효과는 기대하기 어렵다. 정부가 콘텐츠-식품 산업 연계 지원에 힘을 보태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