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나가던 은행·증권맨 수천 명 짐 싼다
5대 은행 9개월간 희망퇴직자 2500명 희망퇴직자 연령 40대에서 30대로 내려
매일일보 = 김경렬 기자 | 억대 연봉에 빠르게 근접하며 ‘신의 직장’으로 불렸던 은행·증권사 직원들이 퇴사를 꿈꾸고 있다. 손으로 하던 일들이 대부분 디지털화 하면서 일을 통해 성취감을 느꼈던 시대가 저물고 있다는 말들이 나온다. 회사 입장에서도 직원들의 희망퇴직이 아쉽지만은 않다. 대면 영업점이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영업점 인원을 감축해 비용을 줄이는 게 전략일 수 있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지난 9개월 간 희망퇴직자는 2500명이 넘었다.
신한은행은 지난달 말 230명이 희망퇴직으로 회사를 떠났다. 연초 희망퇴직자 390명을 포함하면 지난해 희망퇴직자 수(250명) 대비 2.5배 많은 인원이다. 희망퇴직 대상자는 근속연수 15년 이상이다. 특히 1983년 이전 출생(만 39세)부터 대상에 포함돼 퇴직 연령이 40대에서 30대로 내린 모습이다. 이어 국민은행은 713명, NH농협은행 493명, 우리은행 349명, 하나은행 339명이 희망퇴직으로 짐을 쌌다.
은행 직원 수는 갈수록 줄고 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시중은행의 직원 수는 일 년 새 줄었다. 6월 말 국민은행의 직원수는 1만6338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345명 줄었다. 우리은행은 1만3690명으로 같은 기간 204명 감소했고, 신한은행은 1만3382명으로 152명 줄었다. 하나은행은 143명 늘었지만 기간제 근로자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기간제 근로자를 제한 정규직 행원은 6월 말 기준 1만790명으로 일 년 새 98명 줄었다.
증권업계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전체 증권사의 총 임직원 수는 3만9056명으로 전년 동기(3만9634명) 대비 578명 감소했다. 올해 나틱시스증권 서울지점의 인원 통계가 새로 합산됐지만 미미한 수준이라 뚜렷한 인원 감소세를 상쇄하진 못했다. 같은 기간 증권사들의 국내지점은 883개에서 853개로 줄었고, 해외지점은 52개에서 63개로 감소했다.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5대 은행 성과급 등 보수체계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5대 은행의 1인당 퇴직금은 평균 5억4000만원으로 집계됐다. 평균 법정 기본퇴직금(1억8000만원)에 희망퇴직 특별퇴직금(3억6000만원)을 합산한 값이다. 1인당 평균 퇴직금은 전년(5억1000만원)에 비해 3000만원 증가했다. 업계에서는 임금피크를 선택해서 임금을 덜 받고 회사에 남는 것보다 희망퇴직으로 일시에 거액을 수령해 인색 2막을 설계하려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