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옛 영업방식 안 먹혀… ‘특화·거점점포’로 차별화 경쟁

‘자산관리 명가’ 은행권 마케팅에 그룹 역량 결집 1대1 맞춤형 컨설팅 서비스…업권간 영역 다툼도

2023-09-03     김경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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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 김경렬 기자  |  금융권의 자산관리 전략이 부딪히고 있다. 자산가 고객을 모시기 위해서다. 관리하는 자산 규모가 클수록 수수료도 늘어난다. 한 고객을 유치했을 때 파급효과도 크다. 그래서인지 자산관리 전략 경쟁은 업권 간 영역 다툼으로 번지기도 한다. 인구가 줄고 평균수명이 올라가고 있어 노후자금 관리, 상속·증여, 가업승계 등 황혼의 삶이 중요해졌다는 방증이다.

최근에는 특화·거점점포가 눈길을 끈다. 이러한 점포에서는 너도나도 1대1 맞춤형 컨설팅 서비스를 앞세운다. 초고액자산가의 경우 유언대용신탁 계약을 위해 대형 회사보다 경험 많은 중·소형 패밀리오피스를 찾을 때도 있다. 본인 정보의 유출을 막기 위해서다. 이에 대응해 증권사, 은행 등 대형 회사는 고객 자산관리에 금융지주 중심으로 그룹의 역량을 모은다. 업계는 회사별로 다양한 차별화 전략을 검토해 본인에게 맞는 곳을 찾아가라고 당부한다. 3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일반현황에 집계되는 증권사 61곳 중 지점을 줄인 업체 수는 15곳이다. 구체적으로 KB증권은 국내지점 8곳을 닫았다. 이어 신한투자증권은 국내지점 5곳, 교보증권은 국내지점 4곳, 한국투자증권은 국내지점 3곳, 하이투자증권·유안타증권·DB금융투자는 국내지점 2곳, 키움증권은 해외지점 2곳, 한화투자증권·대신증권은 국내지점 1곳, NH투자증권·SK증권은 해외지점 1곳 등을 폐점했다. 국내외를 통틀어 업체가 늘어난 곳은 삼성증권뿐이었다. 증권사들은 지점들을 통폐합한 거점점포로 양질의 자산관리 서비스에 집중하는 전략을 수년째 소개하고 있다. 최근 1년 동안 지점이 크게 줄어든 KB증권의 선릉역·신사·청담역라운지와 신한투자증권의 제주·대구·인천금융센터 등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전략은 은행권에 상당히 위협적이다. 비용을 줄이고 수수료를 내려 시장 점유율을 조금 늘려 가다보면 은행만의 장점이 흐려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여·수신 유입고객이 많고 다루는 자금의 액수가 큰 은행권의 서비스도 시대에 맞춰 밀도 있게 진화하고 있다. 은행 역시 통폐합 거점으로 비용을 줄이고 자산관리 점포에 집중하면서 시장의 주목을 받는다. 최근에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에 국한된 ‘투자일임업’의 전면 허용을 요구하면서 업무 영역을 넓히려 하고 있다. 투자일임업이 증권사의 운용 영역이었던 만큼 업권 간 날선 공방도 이어지고 있다. 은행의 자산관리는 규모면에서 우월하다. 그룹 차원의 지원 덕분이다. 하나은행을 예로 들면, 올해 8월 기준 PB 영업점만 208개(홍콩포함)에 달한다. 3억원 이상 VIP클럽은 184개, 5억원 이상 골드클럽은 22개, 30억원 이상 Club1은 2개다. PB 인원은 300명이 넘는다. Gold PB 97명, VIP PB 208명이다. 리빙트러스트센터를 필두로 전통적인 자산관리 명가로 정평 난 만큼 인력 규모부터 거대하다. 4대 시중은행의 고액자산가를 위한 점포만 놓고 보더라도 그룹의 역량은 뚜렷하게 결집돼 있다. 하나은행이 2021년 6월에 설립한 초고액 자산가 전용 점포 ‘CLUB1한남PB센터’는 은행 PB센터와 그룹사인 하나증권의 WM센터가 뭉쳤다. 그렇다보니 센터에서는 은행, 증권 업무 등 모든 자산관리 업무를 원스탑으로 처리할 수 있다. 분야별 전문 PB와 여신 전문 인력을 상주시켜 PB·RM·IB·신탁·외환·증권 등을 아우른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국민은행은 작년 9월 오픈한 ‘KB GOLD&WISE the FIRST’를 통해 초고액자산가 모시기에 나서고 있다. KB GOLD&WISE의 론칭 20주년을 맞아 PB브랜드 체계를 세분화해 프리미엄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계획이었다. 점포에서는 패밀리오피스를 통해 그룹차원의 자산관리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PB는 물론, 투자 전문가(IC), 방카 전문가(IS), 자문 전문가(WP) 등이 팀으로 고객을 관리한다. 국민은행은 KB GOLD&WISE the FIRST를 연지 7개월 만에 고객 수와 관리자산이 두 배로 증가했다. 신한은행은 ‘신한PWM 패밀리오피스 센터’가 출범한지 1주년을 맞았다. 센터는 투자·상속·증여 등 가문 자산관리는 물론, 기업 승계, 인수 합병, IB 자금 조달, 절세 등 신한금융그룹의 노하우를 투입한 전방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센터 출범 첫 해 금융자산 100억원 이상을 보유한 초고액자산가 고객은 13% 이상 증가했다. 신한은행 측은 신한PWM 패밀리오피스 서비스와 관련해 “올해는 ‘연결과 확장’이라는 WM그룹 경영 전략에 맞춰 사업그룹 간 협업 체계와 외부 네트워크를 활용해 기관 투자자급 투자 기회, 기업 승계 솔루션, 고객 니즈 맞춤 컨시어지 서비스 등 차별화 서비스를 강화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우리은행은 초고액자산가를 대상으로 한 ‘TCE 채널(3개)’과 고액자산가를 대상으로 한 ‘TCP 채널(2개)’에 그룹 역량을 집중시키고 있다. 비대면을 선호하는 PB고객을 위해서는 2021년 9월부터 ‘WON컨시어지 PB서비스’도 운영 중이다. 우리은행은 자산관리 전문성 강화를 목표로 PB 양성체계를 다졌다. PB 직무는 5단계로 나누고, PB영업성과 우수 직원에는 포상하고 있다. 작년부터 시행 중인 ‘차세대 PB Fast Track 제도’처럼 능력있는 MZ세대 PB를 양성해 지속성장 기반도 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