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과는 신경전, 당내선 계파 갈등···이재명 사법리스크 '첩첩산중'
최근 취임 1주년···녹록지 않은 '분위기 쇄신' 조사 일정 두고 검찰과 줄다리기 '팽팽' 李, 비명계 거취 압박엔 "하나의 목소리만 있을 수 없어"
2023-09-03 이태훈 기자
매일일보 = 이태훈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취임 1주년을 계기로 분위기 반전을 노리고 있지만 쉽지 않아 보인다. 자신을 둘러싼 사법리스크에 탈출구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검찰과의 신경전은 물론 당 내부에선 거취를 압박하는 세력을 잠재워야 하는 이중고에 처한 형국이다.
3일 정치권에 따르면 '쌍방울 그룹 대북 송금 의혹' 관련 제3자 뇌물 혐의를 받고 있는 이 대표는 출석 조사 일정을 두고 검찰과 기싸움을 벌이고 있다. 검찰은 당초 4일 출석해 조사를 받을 것을 요구했다. 반면 이 대표는 국회 일정 등을 고려해 9월 셋째 주에 출석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이후 이 대표 측은 4일 조사를 받는 대신 오전 조사만 받겠다고 절충안을 제시했지만 검찰이 수용하지 않았다. 공전이 계속된다면 이 대표는 당초 밝힌 대로 9월 정기국회 본회의가 없는 11~15일 중에 출석할 가능성이 높다. 이 대표가 쉽게 주도권을 내주지 않자 법무부는 불편한 심기를 표출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지난달 31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에서 검찰과 이 대표의 조사 일정 조정에 대한 김회재 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피의자가) 검찰에 언제 나가겠다고 전략게임을 하듯 미리 언론에 공개하는 경우는 없다"고 지적했다. 한 장관은 "(이 대표 수사는) 임의수사지만 피의자가 원하는 시간에 마음대로 갈 수 없다는 것은 (검사 출신인) 의원님도 잘 알고 있지 않느냐"며 "검찰이 소환하니 전략을 짜듯 언제 나가겠다고 하는 것은 수사에 임하는 태도는 아니라고 본다"고 강조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도 지난 1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 대표는) 검찰에 심각한 부정부패 혐의로 조사를 받으러 가는 것"이라며 "나들이 소풍 가는 게 아니다"고 질타했다. 이 대표는 '쌍방울 대북 송금 의혹' 관련 혐의 외에도 복수 혐의로 검찰 조사 및 재판을 받고 있다. 당 안팎에서는 이 대표가 현안이나 내치에 쏟아야 할 힘을 사법리스크 대응에 나눠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을 우려하기도 한다. 이런 형국에서 당내에서 분출되는 이 대표 '거취 결정론'은 그에겐 또 다른 부담이다. 특히 비명계에서 이 대표를 향한 불만이 쏟아지며 계파 갈등이 지속되는 양상이다. 이원욱 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30일 페이스북에 이 대표 체제 1년을 평가하며 "미래도, 유능함도, 혁신도, 통합도 없는 민주당이 되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1년 전 전당대회에서 보여준 이 대표에 대한 압도적 지지율은, 이제는 민주당의 추락이라는 여론조사로 드러나고 있다"며 "민주당의 총선 전략은 민주당과 이 대표 평가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설훈 의원도 지난달 28일 민주당 워크숍에서 이 대표를 인당수에 스스로 뛰어들어 왕비로 다시 태어난 심청이에 빗대며 "이 대표도 체포동의안이 오면 당당하게 영장실질심사를 받아야 한다"는 취지로 발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라디오에 출연한 이상민 의원은 이같은 설 의원의 말을 "(이 대표가) 대표직을 사퇴해야 된다는 당내 목소리가 지속적으로 있어 왔다"며 "그 표출이라고 생각한다"고 해석했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지난달 31일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정당의 본질은 다양성"이라며 "어떻게 단 하나의 목소리가 있겠나"고 말했다. 이어 "일부의 그런 의견이나 지적이 있다면 그걸 자유로운 의견 개진이라고 생각해주시고, 이게 마치 갈등인 것처럼 보는 것은 오히려 정당의 본질에 어긋나는 것"이라며 자신을 둘러싼 '퇴진론'과 '계파 갈등설'을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