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첫 비중국계' 선출 대통령…친여성향 타르만 샨무가라트남 전 부총리
1일 대선에서 70.4% 득표율로 압도적 승리해 '소수민족 할당' 수혜…PAP 정권 안정 도움 전망
2024-09-03 이설아 기자
매일일보 = 이설아 기자 | 지난 1일 제9대 싱가포르 대통령 선거에서 타르만 샨무가라트남(Tharman Shanmugaratnam) 전 부총리가 승리했다. 인도계인 샨무가라트남 당선인의 승리로 1993년 대통령 직선제가 싱가포르에서 채택된 이후 최초로 선거를 통한 비중국계 대통령이 탄생했다. 다민족 국가인 싱가포르는 전체 인구의 77%가 중국계로 구성돼 있어 그동안의 선거에서 중국계 후보가 계속해 선전해왔다.
3일 미국 타임지 등에 따르면 샨무가라트남 당선인은 높은 대중적 인지도를 바탕으로 70.4%의 득표율을 받는 등 압도적으로 승리했다. 경쟁후보인 응콕송(Ng Kok Song) 전 싱가포르투자청(GIC) 최고투자책임자(CIO)와 탄킨리안 전 대통령 후보는 각각 15.7%, 13.9%의 득표율을 얻었다. 샨무가라트남 당선인은 지난 2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저에게 국민 여러분께서 주신 표들은 싱가포르 자체에 대한 신뢰라고 믿는다"며 "앞으로의 싱가포르는 개인의 배경과 교육 수준과 무관하게 서로를 더욱 존중하고, 각자 다른 종교와 문화 간 소통을 통해 다문화 정체성을 더욱 강화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싱가포르가 위태로운 세계 무대에서 선택받을 수 있는 동반자로 자리매김 하고, 합리적인 목소리를 내도록 하겠다"며 "대통령의 책임과 권한을 활용해 긍정적이고 서로 연대하는 미래를 발전시켜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싱가포르의 비중국계 선출 대통령 탄생에는 지난 2016년 헌법 개정을 통해 ‘소수민족 할당’이 제도화된 것이 영향을 끼쳤다. 개정된 헌법은 싱가포르 국민들을 중국계, 말레이계, 기타 등 세 분류로 나누고 직전 대통령 임기 마지막 해를 기준으로 이전 30년간 대통령으로 한 번도 선출된 적 없는 민족 출신만이 대통령 피선거권을 가질 수 있도록 규정했다. 모든 민족이 30년 이내에 대통령을 해봤을 시에는 다시 민족과 구분 없이 출마 자격을 가질 수 있다. 이에 따라 지난 2017년 대선에서는 말레이계만이 출마 자격을 갖출 수 있어 할리마 야콥 현 대통령이 무투표 당선되기도 했다. 한편 이 같은 선거 결과는 집권여당인 인민행동당(PAP)이 최근 수브라마냠 이스와란 교통부 장관의 부정부패 의혹, 탄촨진 전 국회의장과 청리후이 전 의원의 불륜 의혹 등으로 국민 지지를 크게 잃은 상황에서 정권 안정에 도움을 줄 것이란 전망이다. 싱가포르 대통령은 당적이 없이 출마하지만, 샨무가라트남 당선인은 5선 의원으로서 PAP 정권에서 재무장관·부총리·중앙은행 총재 등의 여러 요직을 수행하며 대표적인 ‘친여 후보’로 꼽히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의원내각제 국가인 싱가포르의 특성상 나라의 실권 대부분은 총리가 쥐고 있으며, 대통령은 상징적인 국가 원수로서의 역할한다. 현재 싱가포르의 총리는 초대 총리였던 리콴유의 아들 리셴룽이다. 리셴룽은 2004년 취임한 이후 현재까지 계속해 총리 직을 수행하고 있다. 싱가포르 독립인 1945년부터 현재까지 PAP가 모든 선거에서 승리해왔고, 부자 간 장기간의 권력세습 등으로 인해 국민들이 여당에 피로도를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실제 2011년 대선에서는 친여당 성향의 토니 탄 전 부총리가 2위 후보인 탄 쳉 복 후보에게 불과 득표율 0.34%p 차이로 신승을 거둔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