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그린 워싱’ 이어진다면 ESG 투자 중단해야”
각국, 허위·과장한 친환경 마케팅에 철퇴 법조계 “기업, 워싱규제에 선제 대응해야”
매일일보 = 최동훈 기자 | ESG 신뢰도 하락 문제의 또 다른 원인으로 꼽히는 그린워싱(washing)에 대한 국내외 투자 주의보가 내려졌다. 각국은 친환경 성과를 허위, 과장하는 행위인 그린워싱을 자행한 기업에 자금 조달이 이뤄지지 않도록 감시망을 강화하는 중이다.
3일 재계에 따르면 최근 탄소중립 목표에 대한 민관의 관심이 커지면서 그린워싱 사례에 대한 감시가 더욱 강하게 이뤄지고 있다.
환경부가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그린워싱 적발 건수는 4558건으로 2021년 272건 대비 17배 가까이 늘었다. 친환경 활동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이를 감시하는 눈초리가 많아진 것이 건수의 확대 요인으로 해석된다. 다만 수백~수천건에 달하는 그린워싱 지적 사례가 대중을 직접·간접적으로 호도할 수 있는 점은 적잖은 사회적 여파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분석이다.
그린워싱 사례로, 기업이 생산과정에서 많은 탄소를 배출하면서 일부 재활용 요소를 갖춘 점을 부각시켜 ‘친환경 제품’으로 홍보하는 것을 꼽을 수 있다. 이외 증거를 충분히 제시하지 않거나, 애매한 용어를 사용하고 허위라벨을 부착하는 등 방식의 워싱 사례가 발생했다. 이는 기업간 사업 경쟁이 치열해진 동시에 ESG 평가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면서 발생한 부작용이라는 분석이다.
업계에서는, 정부가 ESG 성과 분석에 대한 기업의 도덕적 해이를 막기 위해 중립성, 전문성을 확보할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최유경 한국법제연구원 팀장은 “(기업의) 워싱 발생을 원칙적으로 제한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향후 관련 규제, 관리·감독의 중립성과 독립성, 투명성을 보장하는 제도적 방안을 도출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라고 분석했다.
미국, 유럽 등 일부 지역에서는 ESG 관련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기업들이나 투자자가 조성한 펀드에 대해서도 그린워싱 감시 관점에서 규제하고 있다. 기업의 마케팅 뿐 아니라 금융 분야에서도 그린 워싱을 단죄해 지속가능성 가치가 왜곡된 방향으로 발전하는 것을 막으려는 취지다. 이 결과 ESG 펀드의 감소 추세가 발생했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세계 ESG펀드에 유입된 자금은 지난해 3분기 225억달러로 세 분기 연속 전분기 대비 감소폭을 보였다.
기업의 그린워싱 규제 대응책을 지원하는 법조계에서는 갈수록 엄격해지는 당국 규정에 적절히 대처하기 위한 재계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법무법인 화우의 ESG센터는 “최근 친환경 주장에 대한 규제가 강화하는 분위기”라며 “기업들이 관련 마케팅의 전반적인 측면을 점검하고 규제에 선제 대응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