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 없다"는 정부, 세수 펑크에 '공자기금' 투입···역대 최대 규모
외평기금서 최대 20조 확보 가능 분석 외평기금→공자기금→일반회계로 세수 평크 대응 7월까지 국세 수입 43조원 감소···60조 펑크 우려
2023-09-03 이태훈 기자
매일일보 = 이태훈 기자 | 정부가 유례없는 세수결손에 대응하기 위해 역대 최대 규모의 공공자금관리기금(공자기금) 재원을 투입한다는 방침이다. 올해 7월까지 국세 수입이 지난해보다 43조원 이상 덜 걷힌 가운데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없이 나라 살림을 운영하겠단 정부 의지가 반영된 조치다.
공자기금이란 다른 기금들의 여유 재원을 빌려오거나(예수) 자금이 부족한 곳에 빌려주는(예탁) 총괄계정으로, '공공기금의 저수지'로도 불린다. 3일 관계부처 등에 따르면 통상 기금 여유재원은 최대 5조원을 넘기 힘든 것으로 알려졌지만, 기획재정부는 외국환평형기금(외평기금) 예탁금을 조기 회수하는 방식으로 예년 수준을 크게 웃도는 공자기금 여유 재원을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 알려진 바에 의하면 외평기금에서 최대 20조원의 현찰 확보가 가능해졌고, 총괄계정격인 공자기금으로 넘기면 일반회계 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 일정 비율까지는 행정부 재량으로 공자기금 자금의 일반회계 전환이 가능하다. 외평기금을 공자기금으로, 또 이를 일반회계로 넘겨 추경 편성 없이도 세수 결손에 대응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외평기금은 환율 급변동에 대응하기 위한 기금이다. 지난해부터 고공 행진한 원·달러 환율을 안정시키기 위해 외환당국은 달러를 팔고 원화를 사들여왔고, 이로 인해 외평기금에 원화가 이례적으로 대거 쌓인 것으로 알려졌다. 환율이 급격한 하락세를 보이지 않는다면 당분간 외평기금의 원화 자금을 대규모로 사용할 상황도 발생하지 않는다. 이같은 외평기금 여유 재원을 우선 공자기금으로 보내고, 이를 일반회계로 넘기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이는 기획재정부의 '세수 재추계' 작업과 맞물려 진행되고 있다. 기재부는 늦어도 다음 주까지 세수 부족분을 재추계해 발표할 예정인데, 부족분을 메우기 위한 여러가지 재원 대책을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올해 1∼7월 국세 수입은 217조6천억원으로 작년 동기보다 43조4천억원 줄었다. 남은 5개월간 지난해와 같은 수준의 세금을 걷는다고 해도 올해 세수는 세입 예산(400조5천억원) 대비 48조원 부족하다. 세수펑크가 50조원을 훌쩍 넘어서는 것은 물론, 60조원대도 가능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60조원을 기준으로 중앙정부가 메워야 하는 부족분은 '세수 펑크'의 60%에 해당하는 36조원가량으로 추정된다. 내국세의 40%가량이 지방교부세와 지방교육재정교부금 명목으로 지방에 내려가야 한다는 법규정에 따른 것이다. 바꿔 말하면 세수 펑크의 약 40%는 지방부담이라는 얘기다. 관세와 종합부동산세 등 일부 변수가 있기는 하지만 대체로 6대 4의 비율로 중앙과 지방이 각각 부담하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