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회복 유예기간에 경기침체까지…“유커 ‘경제효과’ 아직 미지수”
중국 경제위기…‘유커’ 소비력↓ 한한령 장기화로 한류열풍 시들
2023-09-04 강소슬 기자
매일일보 = 강소슬 기자 | 유커(遊客, 중국 단체 관광객)의 이정표가 한국행으로 향하고 있다.
최근 중국 정부가 세계 78개국에 대한 자국민 단체 관광을 허용하면서 유커의 한국 관광이 재개됐다. 2017년 3월 불거진 ‘사드(THAAD,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보복’ 이후 6년 5개월여 만이다. 유커 귀환을 계기로 그동안의 매출 타격을 회복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높아졌다. 하지만 중국 경기침체로 중국인들의 씀씀이가 크게 줄어, 예전만큼 유커 유입에 따른 경제효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4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달 중국 해외 관광객 수가 2019년 대비 일본 44.3%, 태국 37.3%, 인도네시아 37.1%에 각각 그쳤다고 밝혔다. 로이터통신도 한국에 앞서 중국인 단체관광이 재개된 태국,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필리핀을 올 5월 방문한 유커 수는 4년 전보다 60% 이상 급감했다. 2017년 3월 사드 사태로 2016년 800만명이 넘었던 한국을 방문한 중국인 관광객 수는 이후 꾸준히 감소했다. 2020년 코로나19 사태로 하늘길·뱃길마저 막히면서 이듬해에는 17만명으로 뚝 급감했다. 올해 중국인 입국자가 300만명에 달하고, 내년에는 2019년 수준인 602만명 수준까지 확대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우리나라를 찾는 중국 관광객 수가 기대에 못 미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중국 칭다오와 인천을 오가는 여객선은 지난달 운항을 재개했다. 정원은 600명이 넘지만, 인천에 23명만 태운 채 들어왔다. 승선율이 20%에 미치지 못했다. 중국은 지난해 말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에도 소비 부진이 이어지며, 디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 하락) 국면에 진입했다. 청년실업률은 20%를 돌파했고, 여기에 중국 최대 부동산 개발회사 비구이위안의 채무불이행(디폴트) 사태까지 맞물리면서 경제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실제로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2분기 중국 GDP 성장률은 6.3%로 시장 전망치(7% 초반)를 밑돌았다. 소비자물가(CPI) 상승률도 –0.3%로 전년 동월 대비 0.3% 하락하며 29개월 만에 마이너스로 전환됐다. 글로벌 투자은행(IB) JP모건체이스는 올해 중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6.4%에서 4.8%로 낮췄다. 과거와 다르게 중국 내 한류 열풍도 시들해졌다. 사드 사태 후 한한령(한류 금지령)이 장기화되면서, 중국 내 한국 드라마와 영화 등 콘텐츠 방영이 줄어 자연스레 국산 제품에 대한 선호도가 떨어졌다. 한국에 대한 호감이 줄어들자 한국여행에 대한 관심도 과거보다 감소했다. 중국에서 코로나19 봉쇄 기간 동안 국내 관광이 대세가 되기도 했다. 중국 정부는 과거 유커들에게 한국 관광의 가장 큰 이점인 면세점 쇼핑 시스템을 꾸준히 벤치마킹해 하이난성을 면세점 산업 메카로 육성시켰다. 하이난에는 현재 12개의 면세점이 운영 중이다. 현재는 하이난섬을 떠난 뒤 구매한 면세품을 사용할 수 있지만 중국 정부는 향후 이런 규제도 없앨 예정이다. 위안화 약세까지 겹쳐 중국 관광객들이 한국 백화점이나 면세점에서 고가의 제품을 구매할 메리트도 떨어졌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오염처리수 방류 이후 중국 내에서 ‘반일 감정’이 격해지고 있다. 한국이 반사이익을 볼 가능성이 크다”며 “아직 유커가 과거와 같은 소비 수준을 보여줄지는 알 수 없지만, 중국 최대 명절인 중추절과 국경절이 겹치는 황금연휴(9월 29일∼10월 6일)에 단체 관광객이 많이 찾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