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길어지네”…8월 대기업 회사채 발행 ‘반토막’
대기업집단 사채 1.4조 발행…전년동기比 48.2%↓ “내년 금리인하 기대에 하반기도 발행 유인 없어”
2024-09-04 김경렬 기자
매일일보 = 김경렬 기자 | 지난달 대기업의 회사채 발행 규모가 절반가량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금리에 영향을 주는 대형 경제 이벤트가 이어지면서 사채 시장에 영향을 미쳤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대기업집단(공정거래위원회 지정 기준)의 회사채 발행액은 1조352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동기(2조6천105억원) 대비 48.2% 감소한 수준이다. 전달(3조442억원)에 비해선 55.6% 줄었다. 올해 상반기 대기업집단의 월별 회사채 발행 규모는 전년동기보다 대체로 발행액이 많았다. 대기업집단의 올해 상반기 회사채 발행액은 35조6742억원을 기록, 지난해 상반기(26조6251억원)보다 33.9% 확대됐다. 지난 2월에는 월간 발행액이 9조원을 넘기도(9조160억원) 했다. 일반적으로 8월은 기업들의 반기보고서 제출과 여름휴가 등으로 회사채 발행이 감소하지만 올해는 달랐다. 채권 금리에 영향을 주는 대형 이벤트들이 몰리면서 발행 시장은 위축됐다. 지난달 초 글로벌 신용평가사 피치가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을 강등한 데 이어 미국 은행권의 연쇄 신용등급 하향 조정까지 맞물리며 전 세계 금융시장이 얼어붙었다. 이어 미국 재무부의 대규모 국채 발행 계획이 채권시장에 부담으로 작용하는 가운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위원 다수가 추가 긴축 필요성을 언급한 연준 의사록이 공개되면서 금리 상승세를 부추겼다. 중국 부동산발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 역시 변수다.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의 잭슨홀 연설, 내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등 금리 이슈도 계속되고 있다. 각종 이벤트를 거치면서 국내 금리는 뛰어올랐다. 이달 1일 기준 신용등급이 AA-인 무보증 회사채 3년물 금리는 연 4.447%로 연저점인 3월 24일의 3.928% 대비 51.9bp(1bp=0.01%포인트) 높았다. 지난달 22일에는 연 4.569%까지 오르기도 했다. 은행채에 자금이 몰리면서 회사채 시장에 충격을 준 것으로도 보인다.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은행채는 지난달 1조4100억원의 순발행을 기록했다. 은행채 순발행은 5월(9595억원 순발행) 이후 석 달 만이다. 은행채는 올들어 1월 4조7100억원 순상환 △2월 4조5100억원 순상환 △3월 7조410억원 순상환 △4월 2조6000억원 순상환 △6월 1조5005억원 순상환 △7월 4조6711억원 순상환 등 대체로 상환이 많았는데 돌연 발행이 늘었다. 전문가들은 하반기에도 기업들이 회사채 발행을 제한적인 수준을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김기명 한국투자증권 전문위원은 “기업들이 연초에 채권 발행을 많이 하면서 자금을 선조달한 상태”라며 “기준금리 인상이 종료되고 내년 인하 사이클이 시작될 것으로 예상되는 현시점에서 회사채를 더 발행할 유인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최근 몇 년간 회사채 발행 물량은 상고하저의 모습을 보여왔는데, 올해는 내년 금리 인하 기대에 따라 그 양상이 더 두드러질 것”이라고 부연했다. 채권시장은 당분간 금리 인상 우려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약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됐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파월 의장이 잭슨홀 연설에서 여전히 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뒀다는 점에서 채권 매수 심리가 확대되기는 어렵다”며 “이달 FOMC를 전후로 향후 추가 금리 인상 여부에 대한 불확실성이 계속돼 고금리 장기화에 대한 우려는 당분간 지속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