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에너지업계 춘추전국시대…정유사 vs 석화 '생존전쟁'

에쓰오일·GS칼텍스·HD현대오뱅, 석유화학 투자 확대 中 수출 부진 등 시황 악화에 경쟁 가열까지 ‘이중고’ LG화학·롯데케미칼, 고부가 및 배터리 소재로 돌파구

2023-09-04     이상래 기자
국내

매일일보 = 이상래 기자  |  국내 정유업계가 석유화학 사업 투자를 확대하면서 정유사와 석화기업의 경쟁구도가 형성되고 있다. 에너지업계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각자도생을 위한 새로운 사업 진출이 가속화되면서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에쓰오일, GS칼텍스, HD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정유사가 석유화학 사업으로 확장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에쓰오일은 국내 석유화학 역사상 최대 규모인 9조2580억원을 투자해 석유화학 사업에 힘을 쏟고 있다. 에쓰오일의 석유화학 초대형 투자인 ‘샤힌 프로젝트’에는 석유화학 기초원료인 에틸렌을 생산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스팀 크래커, 원유에서 직접 석유화학 원료로 전환하는 신기술이 적용된 TC2C 시설, 플라스틱을 비롯한 합성수지 원료로 쓰이는 고부가가치 석유화학 제품을 생산하는 폴리머 시설과 저장탱크 등 관련 설비들 투자가 포함됐다. 에쓰오일은 이 샤힌 프로젝트가 완공되면 석유화학 비중이 현재 12%에서 25%로 2배 이상 확대된다. 샤힌 프로젝트가 연료유 중심의 정유사업을 다각화하는데 중추적인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다. GS칼텍스도 석유화학 사업 비중을 높이고 있다. GS칼텍스는 지난해 11월 올레핀생산시설(MFC)을 준공해 석유화학 분야를 확장했다. MFC 시설에 GS칼텍스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인 2조7000억원이 들어갔다. MFC시설 준공을 통해 연간 에틸렌 75만톤, 폴리에틸렌 50만톤, 프로필렌 41만톤, 혼합C4유분 24만톤, 열분해가솔린 41만톤의 생산능력을 갖추게 됐다. GS칼텍스도 MFC시설으로 석유화학 사업 비중을 높여 정유 의존도를 낮춘다. HD현대오일뱅크도 중질유 기반 석유화학 설비인 HPC를 준공해 화학 소재 사업 진출에 나섰다. HPC프로젝트는 현대오일뱅크와 롯데케미칼의 합작사인 현대케미칼이 3조원 이상을 투자한 초대형 석유화학 신사업이다. 정유사가 이렇게 석유화학 사업에 발을 담그는 것은 정유업의 미래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정유업과 완전 무관한 새로운 사업보다는 기존의 정유업에서 누적된 업력을 활용한 석유화학 진출이 성공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문제는 석유화학 사업도 미래가 유망하다고 말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특히 국내 석유화학 산업의 최대 수출시장인 중국의 상황이 좋지 않다. 중국 경제 성장 속도가 떨어지고 여기에 석유화학 자급률도 올라가면서 국내 석유화학의 대(對)중국 수출 기회가 줄어들고 있다. 실제 중국 경제 부진으로 국내 석유화학 수출은 어려운 실정이다. 대한상공회의소가 발표한 ‘최근 중국경제 동향과 우리 기업의 영향’ 자료에 따르면 올 1~7월 대중국 수출은 전년 대비 –25.9%로 크게 감소했다. 특히 석유화학은 전년 대비 -22.5% 감소했다. 국내 석유화학 업계는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에서 정유사의 도전에 그야말로 ‘비상’이다. 실제 국내 석유화학 기업은 올 2분기 부진한 성적표를 받았다. 2분기 LG화학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29.9% 감소한 6155억원이었다. 특히 석유화학부문은 영업손실 127억원을 냈다. 롯데케미칼은 2분기 영업손실 770억원을 기록했다. 문제는 석유화학 3분기 전망도 암울하다는 점이다. 중국 리오프닝 부진이 주된 이유다. LG화학은 하반기에도 전방산업과 가동률 개선은 부진해 주요 제품 스프레드 회복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예측했다. 롯데케미칼도 석유화학 시황 반등 시점 예측은 다소 조심스럽다는 입장이었다. 반면 정유사는 3분기 본연의 정유업 시황 회복이 가파른 상황이다. 지난달 4주차 정제마진은 배럴당 14.2달러를 기록했다. 지난달 들어 정제마진은 1주차 11.5달러, 2주차 10.9달러 3주차 13.1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보통 정제마진은 배럴당 4~5달러를 손익분기점으로 본다. 정유사 실적이 2분기 바닥을 찍고 3분기 극적인 회복에 성공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오는 이유다. 결국 석유화학 업계는 고부가 석화 제품에 집중하는 동시에 신규 사업으로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석유화학 부문에서 고부가 제품 비중을 확대해 수익성 고도화로 차별화를 두겠다는 전략이다. 여기에 배터리 소재 등 신규 사업에 적극 진출해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가속화하고 있다. LG화학은 주력 분야인 양극재의 라인업을 늘린다. 2026년 LFP(리튬인산철)와 미드니켈, 2027년 망간리치 양극재 양산이 목표다. 건식 전극 및 전고체 전지용 차세대 양극재도 개발 중이다. 분리막의 경우 미국 생산시설 구축도 검토 중이다. 롯데케미칼도 배터리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올해 분리막 소재 매출이 지난해보다 두 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양극박의 경우 삼성SDI 위주에서 LG에너지솔루션, SK온까지 제품 승인을 확대하고 생산 증대를 추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