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도 수출부진 지속… 연간성장률 목표 ‘1.4%’ 달성 불투명
지갑 닫은 민간·정부...수출기업들 "내년 돼야 회복" 물가는 다시 3%대...정부 낙관한 '상저하고' 멀어져
2023-09-05 이광표 기자
매일일보 = 이광표 기자 | 우리 경제가 2분기 가까스로 0.6% 성장했다. 수출보다 수입이 더 크게 줄어든 ‘불황형 성장’이다. 고금리에 따른 이자부담 등으로 1분기 성장을 밀어올린 민간소비는 마이너스(-)로 돌아섰고, 정부가 재정 지출을 줄이면서 정부소비 성장률은 외환위기 직전이던 1997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민간과 정부 모두 지갑을 닫고 있다는 얘기다.
앞으로가 더 문제다. 지난달 물가마저 석달만에 3%대로 오른 것으로 집계되면서, 소비는 더 위축될 가능성이 커졌다. 국제유가가 고개를 들면 하반기 물가 부담도 더 커질 전망이다. 무엇보다 수출입교역조건도 낙관적이지 않다. 2분기 우리 경제가 역성장을 피하긴 했지만, 국민총소득(GNI)는 1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다. 하반기 경제 성적도 낮아질 것으로 우려되는 이유다. 한국은행은 올해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잠정치·전분기 대비)이 0.6%로 집계됐다고 25일 발표했다. 앞서 7월 25일 발표된 속보치와 같다. 1분기(0.3%)에 이어 2분기까지 연속 플러스(+) 성장이지만, 부문별로 살펴보면 내용이 심상치 않다. 설비투자를 제외한 모든 부문이 뒷걸음질 쳤다. 1분기 성장 반등을 이끈 민간소비가 0.1% 감소했고, 정부소비도 2.1%가 줄었다. 이 같은 정부소비 성장률은 1997년 1분기(-2.3%) 이후 최저치다. 건설투자도 토목건설 부진 등으로 0.8% 축소했다. 설비투자는 운송장비 감소에도 기계류가 늘며 전체적으로 0.5% 증가했다. 민간과 정부 모두 소비가 부진했는데도 GDP가 성장한 것은 순수출 증가 덕이다. 수출보다 수입이 더 크게 줄면서 나타난 것이다. 실제 2분기 수출은 반도체, 자동차 등이 늘었으나 석유제품 등이 줄면서 0.9% 감소했다. 수입은 원유, 천연가스 등을 중심으로 3.7% 감소했다. 이에 따라 성장기여도를 살펴보면, 순수출(1.4%포인트)와 설비투자(0.1%포인트)를 제외하고 모두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사실상 수출보다 수입이 더 크게 줄어든 것 말고는 성장을 밀어올릴 부문이 없다는 얘기다. 특히 2분기 실질 GNI는 실질 GDP 성장에도 불구하고 실질 국외순수취요소소득(14조9000억→10조3000억원)이 줄고 교역조건 악화로 실질무역손실(-32조2000억→-34조원)이 확대돼 전분기보다 0.7% 감소했다. 이는 지난해 2분기(-0.9%) 이후 1년 만에 가장 낮은 성장률이다. 최정태 한은 국민계정부장은 “올해 1월 시행된 해외 자회사 배당금 입금 영향으로 1분기 명목 국외순수취요소소득이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 데 따른 기저효과”라며 “교역조건 악화는 수출품 가격보다 수입품 가격이 더 상승한 영향이다. 원유 가격에 비해 반도체 가격이 더 크게 하락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민간과 정부 모두 지출을 줄이는 가운데 물가 마저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폭우·폭염과 유가 기저효과 감소로 8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석 달 만에 3%대로 올라섰다. 수출 부진이 하반기 내내 지속될 거란 우려도 많다.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지난 4일 비상경제장관회의 겸 수출투자대책회의에서 “4분기 중에는 수출이 플러스 전환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지만 정부의 낙관적인 수출 회복 전망에 대한 회의적 반응도 적지 않다. 그동안 추 부총리는 경기가 하반기부터는 회복할 것이라며 ‘상저하고(上太低高)’를 거듭 외쳤다. 하지만 3분기가 다 지나도록 뚜렷한 회복세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특히 8월 수출액은 518억 7000만 달러로 지난해 동기 대비 8.4% 줄어 11개월째 수출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미국·중국 등의 경기가 둔화하면서 하반기 경기 하방 압력이 가중되고 있다는 진단을 내렸다. 수출 현장에서 뛰는 기업들의 전망도 우울하다. 한국무역협회의 최근 설문 조사에 따르면 올해 4분기 수출 회복을 기대한다고 답한 기업들은 12.7%에 그쳤다. 반면 수출 회복 시점을 내년 상반기(39.7%), 내년 하반기(27.3%), 2025년 이후(13.9%) 등 올해 4분기 뒤로 본 기업들이 80%를 넘었다. 한편 한은은 지난달 경제전망에서 올해 성장률 전망을 1.4%로 유지했다. 중국 성장세가 부진을 면치 못하는 가운데 미국 경제가 호조를 보이면서 이를 상쇄할 것으로 내다본 것이다. 올해 성장률이 1.4%를 달성하기 위해선 남은 3, 4분기에 각각 0.7%씩 성장해야 한다. 다만 현대경제연구원은 올해 1~7월 대(對)중국 수출 감소율은 25.9%이며 이 같은 추세가 하반기에도 지속될 경우 한국의 2023년 경제성장률을 1.2%포인트 떨어뜨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