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가을 이사철 성큼… 전세사기 위험 여전
대전서는 '특별법 사각지대' 다가구 밀집에 '미추홀구 사기' 반복 다가구 전세사기 피해자들 "LH 임대주택으로 적극 매입해달라"
2024-09-05 최재원 기자
매일일보 = 최재원 기자 | 가을 이사철을 맞았지만 전세사기 위험으로 주의가 요구되고 있는 가운데 피해자 지원에는 여전히 사각지대가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5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6월 1일 전세사기 피해지원 특별법 시행 이후 세 달간 피해지원위원회가 인정한 피해자는 총 4627명이다. 긴급한 경·공매 유예 결정은 총 682건 있었다. 지난달 30일 제8차 전체회의에서는 피해자 결정 신청 1430건 중 1119건이 가결됐다. 그러나 전세금 반환 보증보험에 가입했거나 최우선변제금을 받아 보증금 전액 반환이 가능한 62명에 대해선 피해자로 인정되지 않았다. 183명은 특별법의 피해자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 최근에는 인천 미추홀구에서 있었던 사건들과 유사한 사례들이 대전에서도 발생하고 있지만 피해자들은 주요 정책의 도움을 받지 못하는 분위기다. 피해자들로선 전세사기를 당한 것이지만 다가구는 적용받을 수 있는 지원책이 극히 한정돼 있다. 다가구는 다세대와 달리 개별 등기를 할 수 없어 건물 한 채를 통으로 본다. 낙찰되면 선순위 권리자부터 차례로 돈을 회수해가기 때문에 계약 시기가 빠른 세입자는 보증금을 돌려받고 계약을 늦게 한 세입자는 한 푼도 건지지 못할 수 있는 구조다. 경매를 막으려면 세입자 전체의 동의가 필요한데 하루속히 경매를 진행해 보증금을 챙긴 뒤 떠나고 싶어 하는 선순위 세입자와 쫓겨나지 않으려면 경매 진행을 막아야 하는 후순위 세입자 사이 이해관계가 엇갈린다. 전세사기피해지원위원회에서 다가구의 긴급한 경매 유예 신청 건은 100% 동의율을 얻지 못해 안건으로 오르지도 못하고 있다. 피해지원위원회 관계자는 “위원회에서 논의를 여러 차례 했지만, 본인의 배당(전세보증금)을 받아 갈 수 있는 임차인 권리를 침해할 수는 없다는 문제가 있어 다가구주택 경매 중단 신청을 받아들이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피해자들은 정부가 자신만만하게 내놓은 LH 매입임대주택 활용 방안이 제대로 추진되고 있는지 의구심을 표하고 있다. LH가 우선매수권을 활용해 다가구 주택을 경매에서 사들일 수는 있지만 세입자 100% 동의를 얻어야 하므로 이를 위해선 LH의 적극적인 이해관계 조정과 개입이 요구된다. 이철빈 전세사기 피해자 전국 대책위원회의 위원장은 “특별법 피해자로 인정받는다면 대출 연장, 대환 대출, 경락 대출, 특례채무조정 등 정부에서 발표한 금융 지원은 모두 차별 없이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며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는 현장에 특별법과 정부 대책이 제대로 적용되고 있는지 점검하고 정부 기준이 아닌 은행 자체 사유로 금융 지원을 거부하지 않도록 적극적인 조처를 해달라”고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