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행’ 열어줄 산은법 개정안 국회서 표류
與 “균형발전” 野 “노조동의 우선”
매일일보 = 김경렬 기자 | ‘한국산업은행법(산은법) 개정안’이 국회서 표류하고 있다. 이해관계자들의 날선 공방이 계속되고 있어서다. 개정안은 KDB산업은행을 부산으로 보내는 게 골자다. 여당이 지역 균형 발전을 볼모로 산은 이전을 강행하자, 야당은 산은 직원들의 동의를 얻고 난 후 논의될 일이라며 맞받아쳤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7일 부산 현장최고위원회의 후 부산지역 금융경쟁력 제고를 위한 현장간담회를 실시한다. 간담회에서는 부산 엑스포 유치와 산은 이전 문제가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앞서 산은은 본점 조직과 기능을 전부 부산으로 이전하는 계획안을 금융위원회에 제출했다. 여의도 본점에는 최소 인력만 놔둔다는 계획이다.
산은 이전은 답보 상태다. 산은법 4조 1항에서 ‘산은 본점은 서울에 둔다’고 명시하고 있다. 국회에서 개정안을 손봐야하는데 여야간 의견이 충돌하고 있다.
부산 지역에서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있는 국민의힘은 “산은 부산 이전은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로 대통령이 국민에 약속한 사안”이라며 산은법 개정안 통과에 힘쓰고 있다.
야당인 민주당은 산은 이전을 “무리한 추진”이라고 보고 있다. “공기업 지방 이전 자체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노조, 임직원들의 동의도 없이 이전을 추진하면 안된다”는 입장이다.
산은 내부 직원들은 대부분 부산 이전을 반대하고 있다. 최근에는 부산 전출 등 어수선한 분위기로 줄퇴사가 이어지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황운하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지난 4일 산은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0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168명이 회사를 떠났다. 2020년 이후 퇴사자는 반기별 11~20명이었으나 작년 하반기 급증했다. 2022년 하반기에는 51명, 올 상반기에는 39명이 퇴사했다. 특히 20대와 30대 비중이 78%를 차지했다.
업계에서는 “내년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국회가 산은 이전을 민심 공략 카드로 사용하고 있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여야당 가릴 것 없이 수도권 의원 대 부산 의원으로 새로운 대립각도 세워졌다. 더불어민주당 박재호 의원(부산 남을)은 산업은행 본점을 부산으로 이전하는 것을 핵심으로 하는 ‘한국산업은행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지난 5일 발의했다. 공동 발의한 의원은 민주당 부산·울산·경남 소속 김두관·김정호·민홍철·이상헌·전재수·최인호 의원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