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카니발리제이션’ 보다 두려운 불황…식품‧외식업계, 히트에 메가히트 더한다
마법클‧먹태깡 등…검증된 셀링포인트 활용 ‘후속작’ 출시 활발 신규 유입 확대가 목적…기존 히트상품과 시너지 창출 효과도
매일일보 = 김민주 기자 | 식품‧외식업계가 기존 인기제품의 아성을 뛰어넘을 메가히트 상품 육성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간 식음업계는 자사 신제품이 기존 수익원의 매출을 빼앗는 카니발리제이션(자기잠식효과)를 경계해, 기존 인기 제품과 타깃이 비슷한 신제품을 잘 내놓지 않았다. 최근 업황이 지속 악화되자, 기존 인기 제품을 통해 입증된 셀링포인트를 활용해 유사 신규 상품을 선보이는 모습이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식품‧외식업체의 신규 히트상품의 단적인 콘셉트는 기존 인기제품과 상당 부분 유사하다. 하지만 면밀히 살펴보면, 연령층‧성별‧소비채널 등 세부 타깃을 달리한다.
치킨 프랜차이즈 bhc는 지난 7월 신메뉴 ‘마법클’을 선보이며, 자사 스테디셀러의 세대교체를 선언했다. 마법클은 ‘뿌링클’의 후속작으로, 향후 bhc치킨을 이끌어갈 2세대 라인업 시작점에 서 있는 제품이다. 뿌링클은 출시 6년 만에 5200만개 누적 판매고를 올리고, 현재까지 bhc 부동의 판매 랭킹 1위를 지키고 있다.
마법클은 넘치게 뿌려진 시즈닝과 ‘달고 짠 맛’ 등 뿌링클의 인기요소가 녹여졌지만, 세부적인 특색은 다르다. 뿌링클이 치즈 베이스라면, 마법클은 마늘을 소스의 주 원료로 한다. 마늘과 궁합이 좋은 버터로 풍미를 살리고, 후레이크의 접착력을 위해 조청을 발랐다. 마늘과 버터, 조청의 조합은 ‘마늘빵’의 맛과 향을 연상시킨다. 타 치킨 프랜차이즈가 갖고 있지 않은 독보적인 특색의 단맛 치킨 라인업을 구축했단 평이다. 조청 특유의 쌉쌀한 단맛을 즐기는 중장년층에게도 어필이 가능한 포인트다. 뿌링클이 1020세대를 정조준했다면, 마법클은 해당 소비층뿐만 아니라 중장년층까지 타깃층을 넓혔다.
마법클은 출시 한 달 만에 누적 판매량이 bhc치킨의 자체 기준치를 뛰어넘는 50만개를 돌파하며, 뿌링클에 이은 판매 점유율 2위로 올라섰다. 기존 메뉴의 매출과 판매량에 영향을 끼치지 않고 독자적인 매출을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6월 출시된 ‘먹태깡’은 ‘새우깡’의 명맥을 이을 농심의 차기 대표 스낵으로 주목받고 있다. 먹태깡은 출시 일주일 만에 100만봉 이상 판매되며, 유통점에서 품귀 현상을 일으키는 등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먹태깡은 새우깡의 단순 후속작을 넘어, 비대칭 사업구도 보완 및 가격인하에 따른 리스크 돌파구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앞서 지난 6월 정부 차원 압박으로 신라면과 새우깡의 출고가는 각각 4.5%, 6.9%씩 인하된 바 있다. 먹태깡 판매 호조로, 주요 수익원의 일시적 매출 감소세를 일부 방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라면에 전체 수익 비중 80%가량이 쏠린 수익구조도, 스낵류 경쟁력 강화에 따른 개선의 여지가 생겼다.
하이트진로의 맥주 신제품 ‘켈리’는 출시 초 ‘테라’의 소비층을 뺏을 수 있을 것이란 우려를 받았지만, 각기 다른 음용 트렌드를 선도하고 있다. 테라와 켈리의 알코올 도수는 각각 4.6%, 4.5%로 비슷하지만 그 외 주요 특징인 전분, 공법, 맛, 패키지 디자인 등은 모두 다르다. 테라는 천연탄산을 사용해 청량감을 극대화했고, 켈리는 더블숙성을 통한 부드러움을 강조했다. 켈리는 테라와 달리 전분을 섞지 않고 100% 맥아로 만들어 보리맛이 강하다. SNS에선 소비자들이 자체적으로 테라, 켈리 각각의 음식 궁합을 구분해 공유하고 있다. 탄산이 센 테라는 맵고 짠 음식과 어울리고, 은은한 맛이 특징인 켈리는 회, 맑은 탕 등 비교적 심심한 음식과 페어링이 적합하단 식이다.
동서식품은 캡슐커피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코로나 기간 홈카페 열풍에 급격한 성장세를 이룬 캡슐커피 시장에서도 영향력을 확대하겠단 전략이다. 동서식품은 그간 맥심, 카누 등 스틱형 커피 브랜드를 통해 ‘믹스커피 강자’ 입지를 공고히 해왔다. 지난 2월 내놓은 동서식품의 캡슐커피 브랜드명은 ‘카누 바리스타’로 카누 브랜드의 카테고리 확장 성격을 띈다. 아직까지 국내에선 믹스커피 수요가 탄탄하고, 캡슐커피와 소비시장 성격을 달리하기 때문에 자기잠식보단 시너지를 창출하고 있다. 카누‧맥심의 탄탄한 인지도와 제품력을 기반으로 캡슐커피시장 초기 점유율 확보를 가속화했다.
업계 관계자는 “식품 및 외식업계는 매년 혹은 매분기 신제품을 내놓는데, 기존 히트상품과 유사한 성격을 지녔거나 시리즈 후속작 격인 경우 소비층 교체보단 새로운 유입을 목적으로 한다”며 “기존 스테디셀러는 다년간 쌓인 데이터를 기반으로, 확고한 셀링포인트를 검증받았기에 업체는 이를 적절히 차용할 필요가 있고, 자기잠식이 두려워 이를 회피한다면 경쟁이 과열된 현 시장에서 오리지널리티를 뺏기거나 도태될 우려가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