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불황 만난 백화점, ‘F&B‧아트’로 실적부진 타개

엔데믹 이후 명품 소비 감소…매출 방어 시급 “부담 덜한 F&B와 전시회로 모객 확대 나서”

2024-09-06     강소슬 기자
백화점업계가

매일일보 = 강소슬 기자  |  백화점업계가 고물가로 소비심리가 위축되자 매출방어 카드로 식음료(F&B) 강화와 아트 마케팅을 내세웠다. 

5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신세계‧현대 백화점 3사는 공통으로 유명 맛집을 유치하고, 일일 한정 할인 식품을 선보이는 등 F&B 부분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이는 1998년 외환위기 시절이나 글로벌 경제위기 때와 같은 소비심리가 위축됐을 때 백화점이 자주 펼쳐오던 마케팅이다. 불경기에도 식료품 구매는 해야 때문에 ‘미끼 상품’ 형태로 소비자를 끌어들이는 것이다. 최근엔 MZ세대 사이에서 ‘인스타그래머블(Instagrammable, 인스타그램에 올리기 좋은)’ 맛집들은 접하기 힘들수록 소비자들이 열광한다. 롯데백화점은 지난달 잠실 롯데월드몰에 200㎡(약 60평) 규모의 ‘런던 베이글 뮤지엄’을 국내 유통 업체 최초로 오픈해 제품을 구매하기 위해 3~4시간을 대기해야 하는 오픈런 행렬을 이어가고 있다. 통상적으로 백화점에 신규 F&B 매장을 새로 열 때 2~3개월가량 인테리어 공사를 하지만, 이번엔 6개월 이상 공을 들였다. 롯데백화점은 지난해 마제소바 전문점 ‘칸다소바’와 숯불 장어덮밥으로 유명한 ‘해목’에 이어 올 3월 두 개 층에 걸쳐 ‘노티드 월드’을 선보이는 등 F&B로 MZ세대를 공략 중이다. 롯데백화점은 지난해 8월 본점 지하 1층 델리 코너에 SNS 인기 맛집 12곳을 추가 입점하는 등 F&B를 대폭 강화해 MZ세대(밀레니얼+Z세대)를 중심으로 한 집객 효과를 올렸다. 지난해 9월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본점 F&B 매장 2030세대 고객 매출은 약 70% 늘었다. 2030 고객 증가를 바탕으로 롯데백화점의 올 상반기 F&B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5% 뛰었다. 신세계 강남점은 2009년 이후 15년 만에 식품관 리뉴얼을 대대적으로 진행 중이다. 해당 식품관은 기존 면세점 코너와 파미에 스트리트 일부를 리뉴얼해 영업면적을 3배가량 늘린 2만㎡(약 6000평) 규모다. 오픈시 국내에서 가장 큰 식품 매장이 될 예정이다.  최근 강남점은 식품 한정 할인 판매도 진행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지난달 평균 5000원가량에 판매되는 유정란을 1500원에 선보였는데, 개점 직전부터 유정란을 구매하기 위한 고객들이 몰려드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현대백화점도 압구정점 식품관을 18년 만에 전면 리뉴얼 오픈했다. 국내외 유명 셰프들의 레스토랑 브랜드 8개를 단독으로 유치했고, 인기 디저트 브랜드 ‘마사비스’와 ‘진저베어’도 입점시켰다. 또한, 백화점업계는 이달 국내에서 열리는 미술 박람회 ‘프리즈 서울(FRIEZE SEOUL)′과 ‘한국국제아트페어(키아프·KIAF)’ 개최 시기에 맞춰 아트 마케팅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오래 머무를 수 있는 공간을 만들기 위함이다. 오는 9일까지 열리는 ‘프리즈 서울 2023′은 세계 3대 아트페어 중 하나로, 지난해 1회 서울 전시에서 7만명의 관람객을 모았다. 프리즈 서울 공식 파트너로 참여하는 신세계백화점은 전시가 열리는 서울 강남구 코엑스 행사장에 ‘한국의 미’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신세계 라운지를 운영한다. 롯데백화점은 지난달부터 오는 11월까지 3명의 아티스트와 협업해 시즌 VM(비주얼 머천다이징)을 진행한다. 롯데백화점이 여러 명의 아티스트와 동시에 시즌 VM을 협업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더현대서울의 문화복합공간 ‘알트원(ALT.1)’을 통해 이미 개관 2년 만에 60만명 이상 방문객을 동원한 현대백화점은 오는 10일까지 서울 강남구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에서 ‘슈퍼콜렉터전’을 진행한다. 앞서 알트원에서 프랑스 3대 미술관 중 한 곳인 ‘조르주 퐁피두 국립예술문화센터’와 협업해 프랑스 현대미술 작가인 라울 뒤피의 전시회를 개최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엔데믹 이후 해외여행 길이 열리면서 국내 백화점에서 명품을 사는 소비자가 줄어 매출에 영향을 받게 됐다”며 “불황을 만난 백화점은 객단가를 낮추고 소비자에게 부담이 덜한 F&B와 전시 등으로 모객을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