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탈취’ 칼 빼든 정부…中企 숨통 트일까

지난해 기술탈취 중소기업 피해액 197억원 이르러 윤 대통령 “기술탈취는 중범죄, 국가가 지켜주겠다”

2024-09-07     김혜나 기자
정부가

매일일보 = 김혜나 기자  |  정부가 기술탈취를 중범죄로 지정하고 엄정한 대처에 나선다고 선포했다. 정부의 실행 의지가 피해 중소기업들의 숨통을 트일지 귀추가 주목된다.

중소벤처기업부와 대중소기업농어업협력재단의 ‘2023 중소기업 기술 보호 수준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중소기업에 대한 기술 침해가 발생했거나 이전에 발생한 피해를 인지한 사례는 총 18건, 피해액은 197억원으로 집계됐다. 기술 침해를 경험하고도 내부적으로 별도의 조치를 하지 않은 비율은 8.3%, 외부적으로 별도 조치를 안 한 비율은 33.3%에 달했다. 피해 사실을 인지했음에도 대응을 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간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의 기술탈취 사례는 지속적으로 문제가 제기돼왔지만, 아직도 대부분의 피해사례에서 제대로 된 해결이나 보상이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다. 실제 대법원 사법연감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산업기술보호법 위반으로 처리된 제 1심 유죄 판결 중 실형을 선고받은 사건은 6.2%에 불과하다. 나머지 74.1% 는 제대로 된 처벌을 받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기술 유출 사건의 무죄 선고 비율은 34.6% 로 동기간 전체 형사사건 무죄율 3% 에 비해 11.5 배나 높았다. 유관 기관이 산재한 것도 해결 과정의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재단법인 경청이 지식재산권 출원 및 보유 업체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에서 드러난다. 87.8%에 달하는 기업이 중소기업 기술침해 사건의 접수·상담·신고·조사·처분이 한 곳에서 가능한 통합 플랫폼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다수의 유관 기관을 거쳐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이 복잡한데다 오랜 시간이 필요해서다. 신고 과정도 녹록치 않다. 우선 피해사실을 입증하는 데 필요한 자료 확보부터가 어렵다. 관련 자료의 대부분을 대기업이 보유하고 있는데, 기업의 기밀자료라며 선뜻 제공해주지 않기 때문이다. 피해사실에 대한 보상도 충분치 않다는 지적도 꾸준하다. 소송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 대비 피해보상액이 적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기술탈취뿐만 아니라 인력탈취 문제도 대두되고 있다. 현 중소기업의 기술보호 대책은 사람이 아닌 기술이 도용되거나 유출되는 위반행위 적발시에 조치할 수 있는 법이 중심이다. 핵심 기술 인력이 관련 대기업으로 이직하는 사례에 대한 대비책은 없다. 중소기업에서 핵심 인력이 사라지면 사업 진행 자체가 불가능할 정도로 큰 손해다. 이에 정부도 칼을 빼들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스타트업 코리아 전략회의 토론에서 “기술탈취는 중범죄”라고 일갈했다. 윤 대통령은 “단호하게 사법 처리해야 하고, 억울한 일을 당했을 때 신속하게 구제받을 수 있고 보복당하지 않게끔 국가가 지켜주겠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도 “대기업과 개방형 혁신을 추진하면 발생할 우려가 있는 기술탈취와 관련한 입법 등을 세심히 살피겠다”고 강조했다. 스타트업계 관계자는 “현실적으로는 기술탈취 피해를 당하더라도 적극적인 대응이 어렵고, 피해 사실을 구체적으로 입증하는 과정에 매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대형 로펌을 고용하거나, 사내 법무팀이 있는 대기업과 달리 법무팀이 마련되지 않은 소규모 기업에선 변호사 선임을 비롯한 법적 대응에 관련한 지식이 부족하고, 소송 과정에서 원활한 회사 경영은 거의 불가능한 수준이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