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정의선·구광모 '인니 전략' 펼친다…공략 가속도

7일 한-인니 비즈니스라운드 테이블 참석…현지기업과 협력 논의 정의선, 회장 취임 후 네 번째 인니行…전기차 생태계 구축 ‘속도’ 구광모, 아시아거점 생산기지 인니 직접 챙겨…전략적 중요성 高高

2024-09-07     김명현 기자

매일일보 = 김명현 기자  |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기회의 땅'으로 불리는 인도네시아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다. 이들은 전기차·배터리 등 현지 사업에 힘을 실어주고 추가적인 사업기회도 모색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 회장과 구 회장 등은 7일 대한상공회의소와 인도네시아 상공회의소가 공동으로 주최하는 한-인니 비즈니스라운드 테이블에 참석, 인니 20여개 기업 대표들과 만나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정 회장의 인니 방문은 2020년 10월 회장 취임 후 벌써 네 번째다. 인니는 자체적인 시장 잠재력이 클 뿐만 아니라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 시장 공략의 교두보로 통한다. 특히 현대자동차는 현지 전기차 1위 업체로 올라서며 자동차산업의 전동화를 주도하고 있다. 때문에 정 회장은 이번 방문에서 전기차 사업 현황을 밀도 높게 점검할 것으로 관측된다. 일본 자동차의 '텃밭'으로 통하는 동남아 시장에서 '전동화'란 새로운 산업 패러다임은 현대차그룹이 판을 뒤집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는 분석이다. 특히 인니는 세계 4위 인구 대국이자 세계 1위 니켈 보유국이라는 점에서 전기차 성장성이 높다는 평가다. 실제 현대차는 첫 전용 전기차인 '아이오닉5'를 앞세워 인니 전기차 1위 업체로 올라섰다. 올 1~7월 현지에서 총 3913대의 전기차를 판매하면서다. 전기차 시장 점유율은 56.5%에 달했다. 지난해에는 중국 우링자동차에 이어 전기차 2위였다. 아이오닉5는 지난해 3월 준공한 현대차 인니 공장에서 생산 중이다. 현대차와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셀 합작공장도 내년 상반기 가동될 예정이다. 현대차와 현대모비스의 합작법인인 현대에너지 인도네시아는 지난 5월부터 전기차용 배터리 시스템 공장 건설에 돌입했다. 또 현대차는 현지 최대 유통업체 '리뽀몰 인도네시아'와 업무협약(MOU)을 맺는 등 충전 인프라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정 회장은 그룹의 미래 먹거리 중 하나인 미래항공모빌리티(AAM) 사업에 대한 현지 협업 방안도 적극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현대차그룹은 인니 신수도청과 AAM 생태계 구축과 관련한 업무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구광모 회장도 아시아 거점 생산기지이자 미래 성장성이 높은 인니 시장을 직접 챙기고 있다. 그룹 내에서 인니의 전략적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어서다. 앞서 LG는 1990년 LG전자가 TV,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을 생산하는 합작공장을 설립하며 인니에 처음 진출했다. LG전자, LG이노텍, LG CNS, LG에너지솔루션, LG화학 등 주요 계열사들이 순차적으로 진출하며 현재 4개의 생산공장을 포함 총 8개의 법인을 운영 중이다. 구체적으로 LG전자는 TV·냉장고·정보디스플레이(ID) 제품을, LG이노텍은 전자부품 사업을 중심으로 인니를 아시아 내 주력 생산 거점으로 운영해 왔다. 최근에는 LG에너지솔루션에서 현대차와 배터리셀 합작공장을 설립하고 LG CNS가 인니 스마트시티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LG전자가 아시아 시장에서 고속 성장을 이어간 건 아시아권 거점 생산기지로서 인니의 역할이 컸다는 분석도 나온다. LG전자에 따르면 회사는 지난해 아시아 시장에서 7조8000억원 이상의 매출액을 달성했다. 또 최근 2년간 두 자릿수 성장률로 매년 1조원가량의 매출 증가세를 보였다. 한편 구자은 LS그룹 회장도 인니 방문에 동참한다. LS그룹은 인니 내 다양한 분야에서 기술 지원과 사업 협력 등을 강화하고 있다. 현지에 LS전선, LS일렉트릭, LS엠트론 등 3사가 생산‧판매 법인을 두고 진출해 있으며, LS엠엔엠의 동정광 수입을 포함한 작년 연간 사업 규모는 약 9억달러(약 1조2000억원) 수준이다. 앞서 구 회장은 지난해 7월 에릭 토히르 인도네시아 국영기업부 장관 등과 만나 LS그룹과 인니 국영전력공사(PLN) 간 '인도네시아 전력 인프라 개발 협력'에 관한 MOU를 체결하는 등 전력케이블·전력기기·전력시스템 등 다양한 분야에서 기술 지원과 사업협력을 강화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