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고유가·고금리·강달러 삼중고… ‘9월 폭락설’ 현실화 우려

박스권 갇힌 韓증시, 외인 ‘바이코리아’도 주춤해져 환율 요동치며 다시'강달러'...금융시장도 '안갯속'

2024-09-07     이광표 기자
코스피가


매일일보 = 이광표 기자  |  국내 증시가 유가 상승과 길어지는 고금리, 돌아온 강달러라는 '삼중고'를 맞았다. 2600선이 무너진 뒤 좀처럼 옴짝달싹하는 모양새다. 지난달 말 이후 이어진 반등 흐름도 외국인의 ‘바이코리아’(한국 증시 매수)가 흔들리며 둔화했다. 증시가 불안한 움직임을 보이자 일각에서는 9월 하락장 공포가 현실화하는게 아니냐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15.08포인트(0.59%) 내린 2548.26에, 코스닥지수는 11.59포인트(1.26%) 내린 906.36에 장을 마쳤다. 외국인과 기관이 동반 매도에 나서면서 시장에 부담을 줬다. 특히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코스피)과 코스닥시장, 코스피200지수 선물 시장에서 일제히 매도 우위를 보였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전일보다 4.9원 오른 1335.4원에 마감했다. 서울 채권시장에서 국채 3년물 금리는 전 거래일 대비 4.7bp(1bp=0.01%포인트) 오른 연 3.812%를 기록했다. 국채 5년물과 10년물은 각각 전장보다 5.1bp씩 오른 연 3.867%, 3.944%를 기록했다. 2년물 금리 역시 연 3.843%로 4.8bp 상승했다. 앞서 미국 국채 시장에서 2년물 국채 금리는 7.11bp 오른 5.0287%, 10년물 금리는 2.88bp 상승한 4.2876%로 마치면서 이에 연동해 국내 채권 금리도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김지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연준 베이지북에서 추후 경기둔화를 예고했지만,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공포가 우세해 금리가 상승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국내 금융시장이 약세를 보이는 것은 국제 유가 강세에 물가 상승 우려감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의 원유 감산 연장 여파로 국제 유가가 고공행진을 지속하면서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자 위험자산 투자심리가 위축되는 양상이다. 여기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추가 긴축 가능성까지 제기됐다. 지난 6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0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은 9거래일 연속 오른 배럴당 87.54달러에 마쳐 작년 11월 11일 이후 10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국 뉴욕 증시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0.57%)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0.70%),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1.06%)가 동반 하락했다. 2년물 국채 금리는 장중 5%를 넘었고 달러인덱스는 105를 돌파했다. 한승재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업체 아람코가 성공적으로 주식을 매각하려면 고유가가 유리하며 감산 역시 지속될 수밖에 없다"면서 "아람코의 올해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의 2배 규모에 달하는 주식 매각 규모를 고려하면 사우디 입장에서 무리한 감산은 연내까지 필수적"이라고 전망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유가가 최근에 오르고 있으나 국내 경기에 큰 부담을 줄 정도의 수준은 아직 아니다"라며 "90달러 수준으로 오르면 무역수지, 소비심리, 물가에 영향을 줄 것이나 지금은 경계선 수준에 있다"고 말했다. 유가 상승은 국내 경제와 시장에 적지 않은 악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점에서 시장 참여자들의 우려가 크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국제 유가 상승은 기본적으로 국내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며 "유가가 오르면 수입 비중이 높은 우리나라의 경우 기업의 수익성이 안 좋아지고 가계 부담도 늘어나는 데다 근원물가가 높게 유지돼 통화정책 긴축 우려도 강화된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국내 증시도 유가 상승 영향권에서 눈치 보기를 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황승택 하나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유가가 오르면 인플레이션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연준 입장에선 긴축 정책 의지 표명을 할 수밖에 없다"며 "이 영향으로 미국 증시가 악화하고, 국내 증시도 덩달아 나빠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전반적으로 투자심리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며 "증시는 박스권 정도의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