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창덕의 특별기고] 치유농업을 치유할 때

임창덕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연구교수

2024-09-09     김동환 기자

매일일보  |  치유농업에 대한 관심이 높다. 언론을 검색하면 농촌의 소멸을 막고 농가 소득을 올릴 것이라는 기대 섞인 글을 많이 보게 된다.

더욱이 치유라는 것이 건강과 관련이 있다 보니 누구나 한 마디씩 할 수 있을 정도로 친숙한 주제어다. 사람의 정서를 안정시키고 지속해서 평온한 상태를 유지하여, 질서감을 가져다주는 것이 치유의 의미라면, 상처나 질병을 낫게 하는 것이 치료의 의미인데, 치유와 치료를 혼동할 여지도 있다.  실제 치유농업사 표준 교재를 보면 작물별 효과가 언급돼 있다. 한 예로 고추의 경우 노화 방지, 항암효과, 피로 회복, 고혈압 예방 등 영양적으로 뛰어난 채소라고 나온다. 한때 침과 뜸이 의료 행위냐 아니냐를 두고 논란이 있었던 것처럼, 프로그램 진행 과정에서 식물의 약효를 과장하거나 무슨 식물이 몸에 좋다는 등 객관적인 증거 없이 잘못된 정보를 전달될 여지도 있다. 또한 일반인을 위한 치유의 방법으로 직업상담 시 적성검사나 흥미검사를 하는 것처럼 치유 자체를 현학적으로 이끌 여지도 있다. 한편 정부는 『치유농업 연구개발 및 육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치유농장 모델 보급사업’, ‘치유농장 육성 지원 사업’ 등으로 예산을 지원해 치유농장 개선이나 관련 프로그램 개발 및 운영을 돕고 있다. 지난해 기준 치유농장은 정부 지원 기준 292개, 치유마을은 61개다. 정부에서 파악하고 있는 치유농장이나 치유마을이 바로 사업의 지원을 받은 곳이다. 치유농업 개발 및 육성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기 전부터 사회적 농업, 사회적 농장이라는 제도가 있었다.  농어촌공사에서 주관하는 ‘사회적 농업 활성화 지원 사업’이 바로 그 사업이다. 지역 서비스 공동체, 공동체 단위 사회적 농장 등을 육성하는 사업으로 농업을 통해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돌봄, 교육, 일자리, 치유 등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치유를 강조하고 있고, 사업 목적에 부합하는 농장이 사회적 농장이고 운영비, 재료비 등을 지원받는다. 치유농장과 일견 다른 듯하면서도 유사한 부문이 있다. 치유농장과 유사한 형태로 농촌체험교육농장이 있다. 『도농교류법』에 의한 체험농장, 『농촌진흥법』에 의한 교육농장이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와 더불어 육성하는 농장이며, 농업 활동이 이루어지는 농촌의 모든 자원을 바탕으로 하여 학교 교육과정에 연계된 교육 프로그램 전반에 걸친 활동을 정기적으로 제공하는 교육장이다. 치유농장이 기존 체험교육농장 중에서 선정될 여지도 있다. 현재 정부는 ‘농촌자원 활용 치유 프로그램 보급사업’의 일환으로 농촌 치유마을을 지원하고 있다. 치유마을 조성 이전에 농촌의 자연경관과 전통문화, 생활과 산업을 매개로 도시민과 농촌주민 간의 교류를 촉진하여 농촌을 살리기 위해 치유마을 조성 이전부터 다양한 마을개발사업이 몇 가지 있다. 첫째, 『농림어업인의 삶의 질 향상 및 농산어촌지역 개발촉진에 관한 특별법』에 근거한 ‘권역별 농촌마을 종합개발사업’으로 2004년부터 2017년까지 추진됐다. 정부는 쇠퇴해 가는 농촌마을을 살리기 위해 마을을 하나의 권역으로 묶어 최대 수십억까지 지원해서 농촌 마을의 경관을 개선하거나 주민소득 기반 시설을 확충하는 등의 사업이었다. 둘째, 『관광진흥법』에 근거한 ‘권역별 관광개발사업’이다. 관광진흥법 제49조 제2항에 의거 시도지사는 기본계획에 따라 구분된 권역을 대상으로 권역별 관광개발계획을 수립하도록 하고 있다. 도시민에게는 휴식, 휴양과 새로운 체험 공간을 제공하고 농촌에는 농산물 판매(1차), 가공산업(2차), 숙박 및 음식, 서비스(3차) 등 소득원을 제공하는 지역 활성화 사업이다. 셋째, 『농어촌정비법』에 근거한 ‘농어촌 관광휴양단지사업’과 ‘관광농원사업’이다. 농어촌의 쾌적한 자연환경과 농어촌 특산물 등을 활용하여 전시관, 학습관, 지역 특산물 판매시설, 체육시설, 청소년 수련시설, 휴양 시설 등을 갖추고 이용하게 하거나 숙박시설과 음식 등을 제공하는 사업이다. 넷째, 『도시와 농어촌 간의 교류촉진에 관한 법률』에 의한 농촌체험·휴양마을사업이다. 농어촌공사가 주관하며, 2021년말 기준 1,175개소다. 농촌체험·휴양마을이란 마을협의회 또는 어촌계가 마을의 자연환경, 전통문화 등 부존자원을 활용하여 도시민에게 생활체험․휴양공간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이와 함께 지역 농림수산물 등을 판매하거나 숙박 또는 음식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을 말한다. 위에서 언급한 농장이나 마을을 조성하여 운영한 결과 몇 가지 문제점이 드러난 바 있다. 주요 문제점은 전문 인력 부족, 수익금 배분 문제, 체험 프로그램의 획일화, 높은 정부나 지자체 의존성으로 지속가능성 약화 등이었다. 이러한 문제점은 치유농장이나 치유마을 운영에서도 나타날 개연성이 있다. 또한 운영 주체가 뚜렷한 운영 철학과 목적의식이 없는 경우가 제일 문제지만, 정부나 지자체에서 수요자를 확보해서 공급해 주는 온정적인 시스템(paternalism)으로 운영되는 것이 문제일 수 있다. 치유농업은 건강 치유, 교육, 재활, 고용 등이 주요 제공 서비스다. 네덜란드와 같이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은 구조라면 수요자 중심으로 사업이 전개될 수밖에 없다. 결국에는 농장이나 마을이 치유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우보다, 기존 병원이나 한의원, 요양원 등이 부가적으로 치유농장이나 치유마을을 운영하거나, 요양원이 주간보호(데이케어센터) 시설로 치유농업을 이용할 확률이 높다. 그래야 장기요양보험이 적용되어 안정적인 사업이 가능하면서 인지도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2021년 3월 25일 치유농업의 근거 법률인 『치유농업의 연구개발 및 육성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고 몇 년이 흘렀다. 치유농업과 관련된 기초자료나 사례, 해외 연구는 충분히 차고도 넘치고 있다. 지금은 치유농업에 치유와 정비가 필요한 시점이고, 효율적이고, 실질적인 운영방안을 고민할 때다. 앞으로 사회적 농업의 성격과 수익을 위한 자본적 성격이 결합된 다양한 형태의 자생적인 운영사례가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변화 속에 한국의 상황에 맞는 다양한 치유농장이나 치유마을이 생겨날 것이다. 정부나 지자체는 수요자 모집이나 예산 지원 등 어느 선까지 개입을 할 것인지, 관할 치유농장이나 치유마을을 어디 선까지 관리하고 지원할지, 또한 시장경제에 맡길 것인지도 고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