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5번째 검찰 출석···더 거칠어질 수사 일정 '샅바 싸움'
건강 문제로 단축된 조사···檢 "12일 재출석" vs 李 "추후 협의" 소환 둘러싼 檢-李 줄다리기, 더 격화될 듯···단식도 '변수' 李 수사 장기화 되나···"제1야당 대표 집중 수사, 쉽지 않아"
매일일보 = 이태훈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쌍방울 불법 대북송금 사건' 관련 제3자 뇌물 혐의에 대해 검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대선 이후 다섯 번째 검찰 출석이다. 이 대표와 검찰이 추가 조사 일정에 이견을 보이면서 향후 소환을 둘러싼 이들의 신경전도 더욱 거칠어질 전망이다.
10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대표는 전날 불법 대북송금 사건 피의자로 수원지검에 출석해 11시간여 동안 조사를 받았다. 당초 이 대표는 본회의 일정을 고려해 12일 출석을 고집했다. 하지만 검찰은 7~9일 사이 출석을 요구했고, 줄다리기 끝에 이 대표는 주말인 9일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조사를 마치고 나온 이 대표는 "예상했던 대로 증거라고는 단 하나도 제시받지 못했다"며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는 내용으로 범죄를 조작해 보겠다는 정치 검찰에 연민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어 "검찰 권력을 사유화해서 정적을 제거하고 범죄를 조작하는 행태야말로 반드시 청산돼야 될 악습"이라고 강조했다.
출석 당일 단식 10일차였던 이 대표가 건강 문제를 호소하며 조사는 예정보다 일찍 끝난 것으로 전해졌다. 건강 문제로 조사가 단축된 만큼 이 대표 측은 추가 조사에 응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진다.
다만 검찰이 요구한 12일 출석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이 대표 측은 "당내 일정이 있어서 출석이 어렵다"면서 "추후에 다시 조사 일정을 정하자"며 12일 출석을 거절했다고 한다. 검찰은 이 대표가 12일에 출석하는 방안을 사전에 수용했음에도 입장을 번복한 것이란 설명이다.
민주당은 검찰이 과도한 소환 조사로 이 대표 망신주기를 하려 한다는 주장한다. 검찰의 추가 조사 요구에 이 대표는 "제가 무슨 힘이 있겠느냐. 무소불위 검찰이 오라면 오고 가라면 가고 할 수밖에 없는 패자 아니겠냐"며 "오늘 조사를 다 못했다고 또 소환하겠다고 하니까 날짜를 협의해서 또 다섯 번째든 여섯 번째든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권칠승 민주당 수석대변인도 지난 9일 서면브리핑을 통해 "추가소환을 이미 염두에 두고 망신주기식 수사를 하고 있는 검찰을 강력 규탄한다"면서도 "이 대표는 검찰의 무도한 행태에도 불구하고 소환에 당당히 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전했다.
소환 횟수가 늘어나며 이 대표 측과 검찰의 소환 일정을 둘러싼 신경전이 격화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 대표는 이미 복수 혐의로 지난 1월 10일과 28일, 2월 10일, 8월 17일 검찰에 출석한 바 있다. 이 대표 측은 반복되는 소환 조사에도 검찰이 결정적 증거를 제시하지 못한다며 여론전을 펴고 있다. 이들은 이러한 주장을 앞세워 검찰이 요구하는 조사 일정에 순순히 응하진 않을 것으로 보여진다. 단식 중인 이 대표의 건강 상태도 변수다.
이에 따라 이 대표에 대한 검찰 수사가 더욱 장기화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정치권에 정통한 한 법조인은 <매일일보> 통화에서 "정황을 봤을 때 (수사가) 금방 끝날 분위기가 아니다"며 "특히 피의자가 제1야당 대표이니 검찰이 집중해서 수사 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 법조계 인사는 "더군다나 이 대표가 단식 중이지 않나"며 "이 대표가 수사 도중 쓰러지기라도 한다면 (검찰이) 파장을 감당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