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K-방산 미래, 미국 시장에 달렸다
미 국방 조달 시장, 2020년 기준 587조 규모…한국산 0.3% 불과 협상 능력 따라 BAA 적용 면제 가능성…"AUKUS 등과 협력해야"
2024-09-10 박규빈 기자
매일일보 = 박규빈 기자 | 국내 방위산업체들이 해외시장 개척에 적극 나서고 있는 가운데 K-방산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미국 시장을 공략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10일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SIPRI)에 따르면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우리나라는 전 세계 방산 수출 시장에서 2.4%의 점유율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직전 5년 간 1.3%를 점했던 것과 비교하면 2배에 달하는 수치다. 같은 기간 무기 수출 규모는 74%나 증가했다는 것이 SIPRI의 분석이다. 이 같은 실적은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과 남중국해에서의 신남방 국가들과 중국과의 긴장 등 국제 분쟁에 기인한다. 유럽 정세가 불안정한 탓에 폴란드는 현대로템·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국항공우주산업(KAI)·LIG넥스원 등 국내 유수의 방산 업체들의 무기를 대거 도입했고, 루마니아도 적극 검토하고 있다. 필리핀 해군은 HD현대중공업의 호위함을 운용하고 있다. 또한 최근에는 호주 육군의 장갑차 도입 사업 우선 협상 기종으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레드백이 낙점되는 등 국산 무기는 독일 크라우스-마파이 베크만이나 라인메탈과 같은 기존 강자들을 제치고 국제 무대에서 맹활약하고 있다. 그러나 국산 명품 무기들이 경쟁사들을 확실히 따돌리려면 미국 시장을 공략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020년 기준 미국 국방 조달 시장은 4394억달러로, 현재 가치로 587조4778억원에 달한다. 한편 우리 기업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0.3%에 불과한 실정이다. 미국의 산업과 고용을 보호하고자 연방 기관 조달에 소요되는 모든 물자와 용역에 '자국산 구매 우선법(BAA, Buy American Act)'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때문에 BAA 적용 면제 대상에 이름을 올릴 수 있도록 하는 한미 양국 간의 '상호 방위 조달 협정(RDP, Reciprocal Defense Procurements MOU)'의 체결 여부가 업계에서는 초미의 관심사다. RDP MOU는 BAA를 포기하도록 함으로써 국방 물자 조달 시 무역 장벽을 제거하는 협정으로, '방산 자유 무역 협정(FTA)'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에 따라 협정 체결국의 제품은 미국산 제품과 차별을 받지 않게 된다. 정부가 미 국방부와 RDP MOU를 맺을 경우 국내 방산 기업들이 퀀텀 점프를 할 기회를 갖게 될 것이라는 평가다. RDP MOU에 관해서는 2007년부터 방산 학계에서 연구를 이어왔지만 당국 차원에서의 이렇다 할 정도의 성과는 없었다. 이와 관련, 한국국방연구원(KIDA)의 '국방정책연구 2023년 봄'호를 통해 강은호 전 방위사업청장은 "미국 방산 시장 진출은 한국의 관련 분야 수출 확대에 필수적"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향후 2~3년 내로 미군 내 △장갑차 △전술 훈련기 △자주곡사포 등이 교체될 것인 만큼 이와 같은 대형 사업 참여를 고려해 RDP MOU를 적기에 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강 전 방사청장은 "미국 시장 진출을 위해 영국·호주 등 오커스(AUKUS) 국가·이스라엘과의 전략적 협력 관계를 구축해야 한다"며 "양자·레이저 등 신기술 개발을 초기 단계부터 미국과 적극 협력하는 방안도 모색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앞서 대통령실은 방산수출전략평가회의를, 방사청은 K-MTA로 불리는 '신속 획득 프로세스'를 조직했다. 그런 만큼 전문가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해 미국과의 협의에 임해야 한다는 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