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이재명과 회동 가능성에 '선 긋기'…멀어지는 협치
한덕수 "윤 대통령, 5부 요인과 만나 소통할 예정" 이 대표와 만남에는 '사법 리스크 시그널' 우려 전해
2023-09-10 염재인 기자
매일일보 = 염재인 기자 | 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한덕수 국무총리의 '제1야당 대표와 회동' 건의를 에둘러 거절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여야 간 협치 가능성도 희박해지고 있다. 현재 여야 간 갈등이 극에 달한 만큼 꼬인 실타래를 풀기 위한 해법이 절실한 상황이지만,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 간 만남이 불발되면서 정치권의 '대립 정치'는 한동안 계속될 전망이다.
10일 정치권에 따르면 한 총리는 지난 8일 국회에서 열린 교육·사회·문화 분야 대정부질문에 출석해 더불어민주당의 '윤석열 대통령-이재명 대표 회동' 건의 요청에 대해 윤 대통령이 회동 여건이 적절치 않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밝혔다. 한 총리는 이날 "(윤 대통령) 본인이 만났을 때 '야당 대표가 가지고 있는 사법적 리스크에 대해서 대통령으로서의 어떤 시그널이라고 국민들이 이해한다면, 그건 대단히 언페어(unfair·불공정)한 것이 될 수도 있겠다'고 말씀했다"고 전했다. 이에 안 의원이 "이 대표가 있는 한은 만나지 않겠다는 의지를 담은 말씀으로 이해해도 되나"라고 묻자 한 총리는 "여건이 좀 안 됐다는 말씀으로 저는 이해한다"고 답했다. 앞서 야당은 지난 6일 열린 국회 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질문에 출석한 한 총리를 향해 윤 대통령이 야당과 소통에 나서지 않는다며 이 대표와 만날 의향이 있는지 물은 바 있다. 이에 한 총리가 윤 대통령에게 '말씀드리겠다'고 언급하면서 한때 회동 가능성에 청신호가 켜졌다. 특히 이날 한 총리는 윤 대통령이 조만간 김진표 국회의장을 비롯한 5부 요인(국회의장·대법원장·헌법재판소장·국무총리·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과 저녁을 하면서 소통할 기회를 가질 것이라고 밝히면서 '윤 대통령-이 대표' 간 회동 가능성에 관심이 모아졌다. 윤 대통령이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거론하며 거절한 데에는 최근 이 대표를 향한 검찰의 대대적인 수사와 관련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이 대표는 지난 9일에도 '쌍방울 대북 송금 의혹'과 관련해 조사를 받기 위해 검찰에 출석했다. 이 대표의 검찰 조사는 이날로 5번째다. 민주당도 검찰이 지속적으로 이 대표를 겨냥하는 것을 두고 '검찰 독재'라며 윤석열 정부와 검찰을 향해 강하게 반발하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윤 대통령이 대표를 만난다면 자칫 긍정적인 반응으로 읽힐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이 사실상 이 대표와 만남을 거부하면서 협치 가능성도 작아지고 있다. 현재 여야는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 외압 의혹 등 여러 사안에 대해 강하게 대립하고 있다. 특히 주요 쟁점에 윤 대통령이 직·간접적으로 관련돼 있는 만큼 정치권의 대립 양상은 쉽사리 사그라들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