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권순영, 고양갑 '진보 아성' 깰까···"심상정 지역 평가 냉정, 변화 필요"
매일일보 인터뷰, 권순영 국민의힘 고양시갑 당협위원장 "수도권 총선, 항상 어려워···승리 위해 사즉생 각오 필요" "총선 임박 전략공천, 주민에 예의 아냐···고양 위해 일할 것"
매일일보 = 이태훈 기자 | 경기 고양시갑은 2000년대 이후 총선에서 보수 후보에게 단 1번의 깃발만을 허용했을 정도로 진보 세가 강한 지역구다. 이곳에 보수당 후보로 '진보 아성'에 도전장을 내민 이가 있다. 바로 권순영 국민의힘 고양시갑 당협위원장이다. 지난 2010년 시의원으로 지역에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그는 이젠 14년 차 고양시민으로 자신을 소개한다. 권 위원장은 현역인 심상정 정의당 의원을 향한 지역의 냉정한 평가를 전하며 "저는 다를 것"이라고 단언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치러진 2018년 지방선거에서 보수당 시·도의원은 전부 낙선했다. 권 위원장이 처음 이곳에 당협위원장으로 왔을 때는 소위 '집도 절도' 없었다. 권 위원장은 11일 <매일일보> 인터뷰에서 "어려운 상황일수록 기본부터 다시 해보자고 마음먹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서울·부산시장 재·보궐 선거와 대선 승리의 여세를 몰아 작년 지방선거에서 지역구 시·도의원 5명을 당선시켰다. 더 큰 목표를 쫓을 동력을 확보한 것이다.
그런데도 권 위원장은 내년 총선 판세를 냉정히 바라봤다. 정치권 안팎에서 대두되는 '국민의힘 수도권 위기론'에 대해선 "역대 성적이나 분석만 봐도 결코 우리에게 유리하지 않다"며 "사즉생의 각오로 임하지 않으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다만 지난 지방선거 승리가 총선 승리로 이어질 수 있다는 기대감은 숨기지 않았다. 현장에서 정부·여당의 비전을 알릴 시·도의원들이 함께 뛰는 만큼, 남은 기간 바닥 민심을 확실히 다지겠다는 계획도 전했다. 권 위원장은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위해 내년 총선 승리가 꼭 필요하다며 "총선 승리의 밑받침이 되는 역할을 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지역구 현역인 심 의원에 대해선 그간의 노고를 인정하면서도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역설했다. 권 위원장은 지역 최대 현안이었던 신분당선 서북부 연장(용산-삼송) 사업이 지난 8월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하지 못한 것을 언급하며 "'심 의원이 4선에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인데 역할을 해줬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역 성토가 많다"고 전했다.
고양시갑 지역구가 당내에서 전략공천 후보지로 거론되는 것에 대해선 "총선을 코앞에 두고 새로운 후보가 온다고 하면 그것은 지역 주민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현안을 정확히 파악해 중앙에 전달할 수 있는 인물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정치적 뿌리가 고양시갑에 있음을 강조하며 "저는 끝과 시작을 여기서 하기로 했으니, 마지막까지 이곳만을 위해 일하겠다"고 약속했다.
다음은 권 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지난 지방선거에서 열세 지역 평가를 뒤집고 지역에서 시·도의원들을 다수 당선시켰다. 감회가 남다를 것 같은데.
처음 당협위원장을 맡았을 때 고양시갑은 국민의힘 현역 시·도의원이 단 한 명도 없었다. 탄핵 여파로 2018년 총선에서 참패한 게 이유였다. 어려운 시기였지만 기본부터 시작하자고 마음먹었다. 길거리에서 당원을 모집했고 시민들과의 스킨십도 늘려갔다. 대선 승리 영향도 있었겠지만, 지난 지방선거에서 추천한 시의원 4명이 전원 당선됐고 도의원도 1명 당선됐다. 정의당 지역구에서 정의당 시의원들을 다 이겼기 때문에 매우 큰 성과였다. 당협에서 같이 활동하시는 분들이 함께 바닥부터 다진 결과라고 생각한다.
-고양갑은 지난 총선에서 3당(민주-통합-정의)이 대등이 경쟁한 유일한 지역구로 꼽힌다. 3당 경쟁 구도가 형성된 이유는 무엇인가.
20대 총선까지는 고양갑에서 (사실상) 진보 후보 단일화를 했었다. 진보 유권자 표가 쏠리다 보니 우리가 더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런데 21대 총선에서는 단일화 구도가 깨지면서 3당 경쟁 구도가 처음 만들어졌다. 문명순(민주당) 위원장도 지역에서 열심히 하고 있다고 들었다. 큰 이변이 없다면 이번에도 3자 구도가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한다.
-국민의힘 안팎에서 '수도권 위기론'이 새 나온다. 수도권 승리를 위해 본인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나.
우선 지난 총선 성적이 너무 안 좋기도 했고, 전문가들의 분석만 봐도 (수도권 선거는) 결코 우리에게 유리하진 않다. 하지만 이번 총선은 4년 전과 확실히 다르다. 우리 지역만 하더라도 현장을 함께 다니며 민심을 다독일 수 있는 소속 의원들이 많다.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위해서 이번 총선 승리가 굉장히 중요하다. 본인도 우리 당의 총선 승리에 밑받침이 되는 역할을 하길 원한다.
-당에서 고양갑을 전략공천지로 염두에 둔다는 얘기도 있다. 이에 대한 견해는.
우선 총선을 코앞에 두고 새로운 후보가 온다는 것은 지역 주민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지역에서는 그동안 정말 열심히 했는데 다른 사람한테 자리를 내주면 안 된다고 많은 분들이 당부하기도 한다(웃음). 정치인으로서 제 색깔은 '한결', '믿음', '편안함', '청렴' 등으로 표현할 수 있다. 중앙정치를 하시는 분들이 국민께 우려스러운 모습을 자주 보이는데, 그들과 다른 깨끗한 정치를 함으로써 차별성을 보여드릴 것이다.
-지역구 현역인 심상정 정의당 의원에 대한 지역민들의 평가는 어떤가.
심 의원이 지난 대선을 치른 이후에 정의당 지지율도 많이 떨어졌고, 의원 개인에 대한 평가도 많이 떨어졌다고 느낀다. 지난 8월에는 신도시 주민들의 최대 숙원 사업이던 신분당선 서북부 연장 사업의 예타 통과가 무산됐다. 심 의원이 4선에 국회 교통위 소속인데 역할을 해줬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실망 섞인 성토도 나온다. 심 의원은 지역에서 근 20년을 활동하신 분이다. 지역민들은 믿어준 시간에 상응하는 성과를 원하신다. 이런 것들에서 부족함을 느끼시는 것 같고, 변화에 대한 요구도 점점 커지고 있다고 본다. 저는 심 의원과 다른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다고 약속드린다.
-지역이 신(新)청사 이전과 소각장 설치 문제로 시끄럽다.
전 시장 시절 신청사 부지 선정을 위한 입지선정위원회에서 주교동 일원을 이전 부지로 선정했다. 그런데 현 이동환 시장 취임 후 6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기존 부지가 아닌 백석동 요진타워 부근으로 시청을 이전하겠다는 일방 발표가 있었다. 발표 전 여론 수렴 과정이 없었을뿐더러, 시의회나 지역구 당협위원장들과의 소통도 전혀 없었다. 시장 말을 믿고 지역민들을 안심시켜 왔던 제 입장이 상당히 난처해졌다. 이동환 시장을 함께 시정을 되찾아 온 동지라고 생각했는데, 큰 서운함을 느낀다.
청사 이전과 소각장 설치 문제는 지역의 가장 큰 현안이다. 지역 내 갈등도 야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시청이 이전하는 곳에 소각장도 같이 따라가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고양 시민과 유권자들에게 한 말씀 드린다면.
고양은 저에겐 제2의 고향이다. 내 고향에 뼈를 묻는다는 생각으로 끝까지 주민들과 함께 할 생각이다. 다른 후보처럼 대통령을 하자고 정치를 시작한 게 아니다. 오로지 주민과 지역발전을 위해 앞으로도 최선을 다할 것이다. 지역을 위해 진정성을 가지고 일할 사람이 누구일지 잘 판단해 주시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