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중국 견제 '광폭 행보'···인도·태평양 국가 연일 만남

바이든, 아시아 순방 계기로 '중국 견제' 본격화 평가 인도-베트남 정상 만나 '관계 강화'···中 부담 증가 바이든 "중국 억제 아냐···인·태 기반 구축 위한 것"

2024-09-11     이태훈 기자

매일일보 = 이태훈 기자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인도·태평양 지역 국가 정상들과 연일 만나며 심상치 않은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응우옌 푸 쫑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을 차례로 만났는데, 이번 아시아 순방 일정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대(對)중국 견제에 나설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바이든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베트남을 국빈 방문해 권력서열 1위인 쫑 서기장과 만나 양국 관계 강화 및 경제 협력 확대 방안을 논의했다. 이들은 이 자리에서 양국 관계를 가장 높은 단계인 '포괄적 전략 동반자'로 격상했다고 베트남 공산당 외교위원회가 발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양국 관계는 50년 동안 갈등에서 정상화를 거쳐 새롭게 격상된 단계로 올라갔다"며 "방문 기간에 경제와 기후 및 다른 사안에서도 진전이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에 쫑 서기장은 "합의를 이행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면서 "그래야만 우리는 성공했다고 말할 수 있다"고 화답했다. 미국은 베트남과의 외교 관계를 격상함으로써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에 대한 견제 기반을 더욱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백악관은 회담 뒤 별도 보도자료를 통해 "양국 관계의 역사적인 전략 동반자 관계 격상으로 전세계적 도전들에 대해 공동으로 대처할 계기가 마련될 것을 기대한다"며 의도를 숨기지 않았다. 베트남 방문에 앞서 바이든 대통령이 인도 정상을 만난 것도 주목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8일 G20 정상회의 참석차 뉴델리에 도착하자마자 모디 인도 총리와 정상회담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두 정상은 중국 견제를 위한 인도·태평양 전략의 엔진 중 하나인 쿼드(Quad·미국·일본·호주·인도 4개국 안보 협의체)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인도 측이 껄끄러워하는 문제 대부분을 강하게 언급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는데, 미국이 중국 견제라는 핵심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조심스러운 접근을 한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중국의 이웃 국가이자 중국과 미묘한 관계에 있으면서 민주주의 진영에 속해 있는 인도를 인도·태평양 전략의 핵심 축으로 삼아 중국 견제에 적극 동참시키겠다는 의지가 드러나는 대목이다. 9일 체결된 '인도-중동-유럽 경제회랑' 설립 양해각서(MOU)도 그 일환으로 읽힌다. 그동안 미·중 양국에 일정하게 거리를 둬왔던 인도와 베트남이 미국 편으로 기울어 중국 압박의 강도를 높이는 형국이다. 다만 미국은 공개적으로 중국을 억제할 의도가 있음을 천명하진 않았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하노이 기자회견에서 "중국과 관계에 신실한 입장"이라며 "문제는 중국이 통상을 비롯한 기타 문제들에 있어 게임의 규칙을 바꾸려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나는 중국을 억제하는 것을 원치 않으며, 중국과 관계를 분명히 하고 싶을 뿐"이라며 "이번 순방 역시 중국을 억제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인도·태평양에서 안정적 기반을 구축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격을 당한 중국은 일단 상황을 관망하고 있다. 중국은 일단 10월 베이징에서 열릴 일대일로 국제협력 정상 포럼을 반격의 장으로 삼을 공산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