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카드사 이어 신탁사까지 판치는 횡령
무궁화신탁사 직원 9억원 규모 횡령 발각 금융사 7월까지 횡령액 592억7300만원
매일일보 = 이보라 기자 | 은행과 카드사 직원들이 내부 횡령이 줄줄이 발각된 데 이어 최근 신탁사에서도 횡령사고가 발생했다. 금융권 전반에서 금융사고가 끊이지 않는 등 금융사들의 모럴해저드는 도를 넘어선 수준이다. 금융사들의 내부통제 부실이 다시 한번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에서 최근 무궁화신탁사 직원이 9억원 규모의 횡령을 했다는 신고를 받고 내부통제 전반에 대한 행정지도를 진행 중이다. 금감원은 금액이 많거나 사안이 복잡한 금융사고는 직접 검사를 나가지만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을 경우 금융사 자체 검사를 통해 수시로 보고받으며 행정지도를 한다.
무궁화신탁 대리급 직원 A씨는 최근까지 세 차례에 걸쳐 약 9억원을 횡령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가 후분양, 책임준공 사업 관리 등을 맡아온 A씨는 자금 집행 동의서를 일부 변조한 뒤 지인의 계좌로 송금한 혐의를 받는 중이다. 광고홍보비 목적의 회사 자금을 민원 처리비, 자산관리 수수료 등의 허위 명목을 근거로 자금을 빼돌린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부터 금융권에서 거액의 횡령 사고 등이 잇달아 터지면서 금융사들의 내부통제 부실은 수면 위로 드러났다. 금융감독원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양정숙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7월까지 금융권에서 발생한 횡령 사고 규모만 벌써 592억7300만원에 달한다. 지난 2018년부터 누적된 사고금액은 2000억원이 넘었다.
금감원은 지난해 우리은행 직원의 700억원대 인수합병(M&A) 자금 횡령을 적발했다. 올해도 BNK경남은행에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을 담당했던 직원이 562억원을 횡령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어 KB국민은행 직원이 내부 미공개 정보 이용 주식거래를 통해 127억원의 부당이득을 취한 사실도 드러났다. DGB대구은행에서도 고객 동의 없이 1000건이 넘는 증권 계좌가 개설돼 금감원이 검사에 착수했다. 롯데카드에서 직원 2명이 협력업체 대표와 공모해 약 2년간 100억원대의 배임을 저지르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내부통제 대책에도 계속 금융사고가 일어나는 만큼 개인적인 일탈에 대해 사법적인 제재를 강화하고 금융권 전반의 내부통제에 대한 강도 높은 모니터링 시스템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사후제재에만 초점을 맞추다 보면 횡령과 같은 금융사고를 적발하지 못할 수도 있다”며 “사전 모니터링 역시 강도 높게 추진돼야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