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담대 블랙홀' 된 인뱅…카카오뱅크 2개월간 2조 급증

7~8월 주담대 증가액, 5대은행 3.6조·인뱅 2.3조 금융당국, 현장점검 진행…인뱅, 대출 문턱 높여

2024-09-11     이보라 기자
사진=카카오뱅크

매일일보 = 이보라 기자  |  두 달 새 카카오뱅크에서만 주택담보대출 잔액이 2조원 가까이 폭증하는 등 주담대 수요를 빨아들이고 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보다 가파른 증가세다. 금융당국은 인터넷은행의 주담대 증가세에 주목하며 현장점검에 나섰다.

11일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양경숙 의원(더불어민주당)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카카오뱅크의 8월 말 주담대(전월세대출 포함) 잔액은 약 19조3173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6월 말(17조3223억원)과 비교하면 1조9950억원(11.5%) 늘었다. 케이뱅크의 주담대 잔액도 6월 말 3조6934억원에서 8월 말 4조655억원으로 3721억원(10.1%) 증가했다. 5대 은행의 주담대 잔액이 같은 기간 511조4007억원에서 514조9997억원으로 3조5990억원(0.7%) 늘었다는 것과 비교하면, 인터넷은행 두 곳의 주담대 성장세가 더욱 두드러진다. 특히 카카오뱅크의 주담대 잔액 증가액(1조9950억원)은 5대 은행 중 증가 폭이 가장 컸던 우리은행(1조5442억원)보다도 많았다. 전체 주담대 시장에서 인터넷은행의 비중은 잔액 기준으로 약 2%에 불과하지만, 최근 인터넷은행이 가계부채 증가세를 주도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인터넷은행으로 주담대 수요가 쏠린 것은 금리 경쟁력 때문이다.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는 올해 다른 은행보다 낮은 금리를 내세워 공격적인 주담대 영업을 이어갔다. 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가 지난 7월 중 신규 취급한 분할상환방식 주택담보대출 평균 금리는 각각 연 4.16%, 4.17%로 집계됐다.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 모두 지난 6월(4.02%, 4.14%)보다 평균 금리가 올랐지만 5대 은행(4.28∼4.70%)보다는 낮은 수준을 유지했다.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가 주담대 금리를 내리고 특판을 진행하면서, 지난 4∼5월 중에는 평균 금리가 3%대로 내리기도 했다. 인터넷은행이 금리를 낮추자 시중은행 대출을 이용하다가 갈아탄 대환 수요도 몰린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는 최근 신규취급액 중 50∼60%가 대환 고객이라고 밝혔다. 금융당국도 인터넷은행의 주담대 증가세에 주목하며 가계대출 현장 점검에 나섰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달 “인터넷은행은 신파일러(금융거래 이력 부족자)에게 자금 공급한다는 정책적 목적이 있는데, 지금과 같은 주담대 쏠림이 제도와 합치되는지에 대해 비판적 시각이 있다”고 말했다. 인터넷은행들은 부랴부랴 주담대 문턱을 높였다.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의 8일 기준 주담대 변동금리(신규 취급액 코픽스 연동)는 연 4.063∼7.016%로 집계됐다. 5대 은행의 주담대 변동금리 연 4.05∼6.989%보다 더 높다. 주담대 혼합형(고정) 금리 역시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는 연 4.20∼6.721%, 5대 은행은 연 3.79∼6.203%로, 인터넷은행이 더 높았다. 카카오뱅크는 지난달 25일 50년 주담대 상품에 연령 조건을 신설한 데 이어, 지난달 30일부터 주택구입자금 주택담보대출 대상을 무주택자로 제한하기도 했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무주택자 등에 한정해 실수요자 중심의 대출 공급이 이뤄지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