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 사망자 3000명 육박에도···모로코, 지원 수용 '소극적'
11일까지 사망자 2862명, 부상자 2562명 "지원 준비됐다"는 국제 사회에도···모로코 "상황 따라 판단" 골든타임 허비에 곳곳 분통···"모로코 정부가 구조대 차단"
2023-09-12 이태훈 기자
매일일보 = 이태훈 기자 | 북아프리카 모로코에서 발생한 강진으로 숨진 희생자가 3000명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 각국에서 지원의 손길이 이어지고 있지만, 정작 피해 당사국인 모로코는 지원 수용에 소극적이어서 '생존 골든타임'을 허비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모로코 국영 일간지 '르 마탱'은 11일(현지시간) 내무부가 이날 오후 7시 현재까지 지진으로 2862명이 숨지고 2562명이 다친 것으로 잠정 집계했다고 보도했다. 사망자 수는 전날 오후 4시 기준 2122명에서 하루 만에 740명이 늘었다. 진앙이 위치한 알하우즈 주에서 1604명이 사망해 가장 피해가 컸고, 타루단트주가 976명으로 그다음으로 많았다. 부상자 중 대부분이 중상자인 데다, 실종자 구조·수색 작업이 진행 중인 것을 고려했을 때 피해 규모는 더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이번 지진은 지난 8일 오후 11시 11분께 모로코 마라케시 서남쪽 약 71km 지점에서 발생했다. 지진 규모도 6.8로 강력했고, 진원의 깊이도 10km 정도로 깊지 않아 지표면이 받는 충격이 컸던 것으로 보고된다. 심야에 지진이 발생한 것도 인명피해를 키운 요인이 됐다. 국제사회는 지진으로 큰 피해를 입은 모로코에 위로의 뜻을 전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성명을 통해 "끔찍한 고난으로 영향을 받은 모든 분을 위해 기도한다"며 "모로코 국민에게 필요한 지원을 제공할 준비가 돼 있다"고 전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물론 전쟁 중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정상도 나란히 모로코에 대한 연대 의사를 표명했다. 그런데 정작 피해 당사국인 모로코가 국제사회 지원을 받아들이는 데 소극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모로코 국왕인 무함마드 6세는 10일 국영방송을 통해 전세계의 지원 의사에 감사를 전하면서도 "상황에 따라 판단하겠다"며 미온적 태도를 보였다. 이에 각국 정부는 구조대를 파견할 준비를 모두 마쳤음에도 대기만 하고 있는 실정이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국 정부는 모로코에 할 수 있는 모든 지원을 제공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며 "모로코 정부의 요청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특별한 이유도 모른 채 매몰자를 구할 수 있는 골든타임(72시간)이 속절없이 흘러가며 곳곳에서 분통이 터져 나오고 있다. 프랑스 인도주의 단체인 '국경없는의사회'는 "모로코 정부가 구조대를 완전히 차단하고 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생존자들도 식량과 구호품 등 생존에 절실히 필요한 도움의 손길이 오지 않는 데 대해 절망감과 분노를 표하고 있다고 복수 언론은 보도했다. 모로코의 소극적 태도에 대해 일부 외신은 "재난을 스스로 헤쳐 나갈 역량을 갖췄단 사실을 입증하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WSJ은 모로코 내무부 관계자를 인용해 "모로코 정부가 대응에 필요한 자원을 확보했다고 믿고 있다"고 전했다. 모로코 국영 텔레비전은 군인들이 지진 잔해를 파헤치는 모습을 생중계하고 있다. 한편 이날 프랑스 일간 르몽드에 따르면 모로코에 강진이 났을 때 국왕은 모로코가 아닌 프랑스 파리에 있었다. 재난 발생시 대응을 총괄해야 하는 국왕이 해외에 있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그의 부재로 재난 대응이 늦어졌다는 비판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