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성장·수익성 악화에 빚만 쌓인다

한은, 2분기 기업경영분석결과 발표 매출증가율 4.3% 감소...3년만에 최저 영업이익률 3.6% 그쳐...1년만에 반토막 반도체 등 IT 경기 회복 지연이 '직격탄'

2024-09-12     이광표 기자
2분기

매일일보 = 이광표 기자  |  지난 2분기 국내 기업의 성장성과 수익성이 모두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매출이 전분기 대비 5% 가까이 감소하면서 코로나19 이후 가장 낮은 성장세를 보였고, 영업이익률은 1년 전에 비해 반토막이 났다.

한국은행이 12일 공개한 '2023년 2분기 기업경영분석'에 따르면 국내 외감 기업의 성장성 지표인 매출액 증가율은 전분기 대비 -4.3%로 집계됐다. 이는 코로나19 확산이 본격화된 당시인 2020년 2분기(-10.10%) 이후 3년 만에 최저치다. 지난 1분기 기업들은 매출액 증가율 0.4%로 간신히 성장세를 지켜낸 바 있는데, 2분기에 큰 폭으로 하락 전환한 것이다. 이성환 한은 경제통계국 기업통계팀장은 "글로벌 성장세 둔화, IT 경기 회복 지연 등으로 매출 증가율이 하락 전환했다"며 "특히 석유화학과 기계·전기전자업, 운수업 등의 매출이 감소했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는 제조업의 매출 부진이 심해졌다. 지난 1분기 -2.1%였던 매출액 증가율이 2분기에는 -6.9%로 크게 악화했다. 특히 석유화학(-2.1%→-6.9%)이 글로벌 경기 둔화에 따른 수요 감소에 따라 매출이 더욱 떨어졌다. 여기에 기계·전기전자업(-14.3%→-15.4%) 역시 IT 경기 부진과 서버 수요 약세로 인해 매출 감소의 골이 깊어졌다. 기업 규모별로는 대기업(0.7%→-4.8%), 중소기업(-1.2%→-2.0%) 할 것 없이 모두 매출 감소세를 겪었다. 기업들의 수익성 지표인 매출액 영업이익률은 2분기 3.6%로 집계돼 1년 전(7.1%)의 거의 절반으로 떨어졌다. 이는 판매가격 하락의 직격탄을 맞은 결과라고 한은은 부연했다. 비제조업에서는 건설 경기 부진의 영향도 관측됐다. 각 산업별 영업이익률을 보면 제조업(8.6%→2.9%)은 주로 기계·전기전자(12.1%→-1.6%)의 큰 추락으로 인해 내렸다. 비제조업(5.1%→4.6%)의 영업이익률 하락은 운수업(15.8%→8.7%), 건설업(6.5%→3.3%)의 부진 영향이 컸다. 이 팀장은 "반도체 가격 하락으로 기계·전기전자업에서 재고자산평가손실이 발생했고 운수업은 해운운임 하락에 따른 매출 감소로 수익성이 저하됐다"면서 "건설업은 일부 업체의 건설현장 붕괴 재시공을 위한 대규모 영업손실로 인해 영업이익률이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기업 규모별 영업이익률은 대기업(7.4%→3.3%)과 중소기업(5.8%→5.0%)이 모두 하락한 가운데 그 중에서도 대기업의 타격이 크게 나타났다. 한편 2분기 부채비율이 90.8%로 지난 1분기(95.0%)보다 4.2%포인트(p) 내린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이자가 발생하지 않는 부채인 미지급배당금 지급, 매입채무 감소 등의 영향으로 인한 착시효과다. 기업들의 차입금 의존도는 전분기 수준인 26.0%를 유지했다. 다만 중소기업의 차입금 의존도는 32.76%로 집계돼 2016년 1분기(33.47%) 이후 가장 높게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