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銀 가계대출 옥죄자 기업대출 드라이브
8월 말 5대은행 기업대출 잔액 747조4895억원...전월 대비 8조5974억원 증가
매일일보 = 이보라 기자 | 가계대출이 급증하자 금융당국이 제동을 걸면서 시중은행들이 기업대출에 눈을 돌리고 있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기업대출 잔액은 747조4895억원으로 전월 대비 8조5974억원 증가했다. 기업 규모별로 보면 중소기업 대출(잔액 618조849억원)이 5조4025억원, 대기업 대출(잔액 129조4044억원)이 3조1949억원 증가했다.
올 들어 5대 은행의 기업대출은 43조8146억원 늘어났다. 월 증가폭도 연초 3조원대에서 7조~8조원 규모로 2배 이상 확대됐다. 전체 원화대출에서 기업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51.6%로 전월 대비 0.2%포인트(p) 상승했다. 전년 말(49.6%) 대비로는 2%p 늘었다.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규제에 나서자 은행들이 공격적으로 기업대출에 나선 영향이다. 5대 은행의 지난달 말 가계대출 잔액은 680조8120억원으로 집계됐다. 7월 말(679조2208억원)과 비교해 한 달 새 1조5912억원 늘었고 5월 이후 4개월 연속 증가세다.
가계대출이 급증하자 금융당국은 주택담보대출(주담대)를 주범으로 지목하며 지난 7월 출시된 50년짜리 주담대 만기를 40년으로 축소하라고 지시했다.
은행들은 한계에 부딪힌 가계대출 대신 기업대출에 힘을 쏟는 분위기다. 상반기 기준 은행별 기업대출 증가율을 보면 △NH농협은행 9.5% △하나은행 7.5% △KB국민은행 2.9% △신한은행 2.8% △우리은행 1.8% 등으로 나타났다.
기업대출 증가율이 가장 낮은 우리은행이 먼저 기업금융 명가 재건을 내걸고 드라이브를 걸겠다고 밝혔다. 우리은행은 지난 7일 회현동 본점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2027년까지 기업대출을 30조5000억원 확대하고, 은행권 기업대출 점유율 1위를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하나은행은 우량 자산 증대를 통한 1등 은행을 목표로 대기업 대출 확대에 적극적이다.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 역시 하반기 기업대출 비중을 늘릴 것으로 예상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고금리 시기라 가계대출을 확대하는 데 한계가 있는 데다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증가세를 지적하면서 기업대출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고금리 상황을 맞아 회사채 시장이 얼어 붙으면서 은행을 찾는 기업이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고금리 상황에서 높은 금리를 제시해도 기업어음(CP)이나 회사채를 발행할 수 없어 자금조달을 위해 은행으로 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