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쇼핑 송출수수료 분쟁 합의점 찾을까…'다수결 조정' 가능성
과기정통부, 홈쇼핑·유료방송업계에 'MLB 방식'도 제안 과거 PP-SO 수신료 조정 선례…새 갈등 씨앗 될 수도 가이드라인 요건 따라 대가검증협의체 거칠 수도 있어 다음달 '송출 중단' 예고돼 있지만 결정된 건 無 업계 "속전속결 시급…투명한 자료 공개 뒷받침돼야"
2023-09-12 이태민 기자
매일일보 = 이태민 기자 | 유료방송과 홈쇼핑업계의 송출수수료 분쟁이 다수결 방식으로 조정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송출수수료 인상을 놓고 기본 협의 기간 동안 논의를 이어갔지만 협상이 불발, 양측 간 갈등이 극한에 치닫고 있어서다. 하지만 분쟁 조정 방식을 놓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업계 간 결론이 뚜렷하게 나지 않으면서 상황에 따라 '블랙아웃'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과기정통부는 지난주 한국TV홈쇼핑협회와 한국T커머스협회,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한국IPTV방송협회 등이 참석한 회의에서 송출수수료 분쟁 조정 방식에 대해 ‘메이저리그(미국 프로야구) 방식’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과기정통부는 이번주 중 관련 공문을 각 협회에 전달, 가입 사업자들의 동의를 구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방송 송출 중단’이라는 초유의 사태만은 어떻게든 막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이 중재 방식은 정부가 절충점을 찾아 인상률을 제시하는 방식이 아닌 양측이 제시한 최종 요구안을 조정위원회 위원들이 다수결로 결정하는 방식이다. 미국 프로야구에서 선수와 구단 간 연봉 입장 차가 클 경우 이 같은 방법을 활용해 ‘메이저리그 방식’으로도 불린다. 정부는 지난 2020년 CJ ENM과 딜라이브의 프로그램 사용료 분쟁을 중재할 당시에도 이 방식을 사용한 바 있다. 당시 과기정통부는 방송·경영·법률 등 각계 전문가 7명으로 분쟁조정위를 구성했으며, 4명의 중재위원이 CJ ENM의 손을 들어줬다. 과기정통부가 이 방식을 다시 활용할 경우 관건은 중재위원들의 논의에 의해 도출되는 결과에 대한 사업자들의 사전 동의다. 다수결에 의한 승자독식주의를 전제하고 있어 자칫 향후 협상 과정에서 특정 사업자가 불리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2020년 당시에도 중재위원회의 중재가 다소 한쪽에 편향된 결과로 나타나면서 논란의 여지를 남겼다. 이와 관련 정부는 분쟁 조정 방식을 아직 완전히 확정지은 것은 아니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조정 과정에서 강제성을 지닐 수 없어 사업자 간 협의 하에 중재 방식을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상 사업 주체 간 협의 내용에 따라 메이저리그 방식이 아닌 대가검증협의체를 통해 분쟁을 조정할 가능성도 남아있다는 의미다. 과기정통부 한 관계자는 “사업자들의 협의 내용에 따라 대가검증협의체 뿐 아니라 다양한 중재 방식 중 ‘메이저리그 방식’으로도 송출수수료 분쟁을 조정할 수도 있다고 한 것”이라며 “합의가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최대한 지원하고 있지만 양측 간 갈등의 골이 깊고 첨예하다 보니 쉽지 않은 게 사실”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속전속결’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적잖다. 당장 다음달 1일부터 롯데홈쇼핑의 딜라이브 강남에 대한 방송 송출 중단이 예고돼 있기 때문이다. 양측이 합리적인 협상안을 도출하기 위해선 데이터 공개부터 투명히 한 다음 중재 방식을 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유료방송업계 한 관계자는 "지금처럼 질질 끄는 상황이 지속된다면 다음달 안에 수수료 책정이 이뤄질 가능성은 낮다고 봐야 한다. 자칫 ‘블랙아웃’이 현실화될 수도 있다는 뜻"이라며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홈쇼핑의 매출과 영업 이익이 줄었다는 지표는 존재하지만 모바일·인터넷 매출 등 일부 자료는 공개하지 않아 유료방송 가입자 수 감소에 의해 매출이 줄어든 것인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며 “(중재위원들이) 양측이 제시한 자료를 토대로 요구안의 적정성 등을 판단할 텐데, 홈쇼핑업계가 누락하고 있는 자료까지 공개돼야 합리적인 송출수수료가 책정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