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세계] 중동의 평화는 언제쯤

시리아 사태 해결 난망…‘아랍의 봄’도 퇴색
이란 핵 협상·이-팔 평화협상 내년 분수령

2014-12-19     국제부
[매일일보] 중동의 정세는 해가 바뀌어도 안갯속에서 벗어나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시리아 유혈사태의 여진과 이란 핵 협상의 최종 합의, 이집트의 정국 혼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평화 협상, 이라크의 종파 갈등 등 난제가 산적해 있다.2011년 중동·북아프리카의 여러 국가에서 독재정권이 무너지고 ‘아랍의 봄’을 맞았지만, 여전히 혼돈 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시리아 사태 악화일로…내전 장기화

2011년 3월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반정부 시위로 촉발된 시리아 유혈 사태는 장기화 국면으로 접어드는 모양새다. 시리아에서는 정부군과 반군 세력간 내전이 3년여 이어지면서 10만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난민도 최소 900만명에 달한다.알카에다 연계 세력이 시리아 반군에 합류하고 레바논 무장 정파 헤즈볼라가 알아사드 정권을 지원하면서 양측의 교전도 격화하는 양상이다. 지난 8월에는 시리아 국민을 상대로 광범위한 화학무기 공격이 이뤄져 500~1400명이 숨지는 참사가 벌어졌다.시리아의 이슬람주의 반군인 ‘이슬람전선’이 세를 키우면서 내전 종식을 위한 해법도 꼬이고 있다. 서방의 지원을 받은 최대 반군 조직인 자유시리아군(FSA) 사령관이 이슬람전선에 밀려 국외로 쫓겨나고 미국과 영국의 FSA에 대한 지원도 중단됐다.국제사회는 내년 1월 제네바에서 시리아 내전을 끝내고자 과도정부 구성 등을 논의하는 평화회담, 즉 ‘제네바-2 회담’을 열기로 했으나 전망은 밝지가 않다. 자칫 시리아가 소말리아와 같은 무정부 상태에 빠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시들해진 ‘아랍의 봄’…이라크도 혼란 지속

2010년 12월 북아프리카 튀니지에서 ‘재스민 혁명’이 처음 발생한 이후 이집트, 리비아, 예멘 등 아랍권 4개국 정권이 잇따라 붕괴했다. 그러나 이들 국가에서는 이슬람-세속주의 세력의 충돌과 정부 인사와 군인을 겨냥한 이슬람 무장 세력의 테러가 끊이지 않고 있다.이집트에서는 자유민주 선거로 선출된 무함마드 무르시 이집트 대통령이 집권 1년 만에 군부에 축출당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군부가 무르시 지지 시위대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1000명 이상이 숨졌다.이집트 군부의 권한을 확대하고 이슬람의 영향력을 축소한 새 헌법 초안에 대한 국민투표가 내년 1월 14~15일 시행될 예정이지만 이에 반발하는 움직임도 있다.특히 새 헌법에는 민간인도 군사 법정에 세울 수 있다는 조항이 포함돼 시위 탄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새 헌법이 통과되면 이집트 과도정부는 내년 봄에 총선, 여름에 대선을 각각 치를 것으로 보인다.리비아도 ‘아랍의 봄’ 영향으로 40년 넘게 철권통치한 무아마르 카다피 정권을 축출했으나 그동안 겉으로 드러나지 않았던 문제들이 불거졌다. 부족·지역 간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올랐고 이슬람 무장 세력들도 무기를 내려놓지 않고 각자 영역을 견고히 다지는 분위기다.지난 10월 알리 제이단 리비아 총리가 트리폴리의 한 호텔에서 무장단체에 억류됐다가 풀려난 소동은 리비아의 혼란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사건이 됐다.예멘 역시 새로 구성된 과도정부 주도로 국가 정상화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안정 회복과 국가 재건의 길은 아직 멀기만 하다.이라크는 종파 분쟁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올해 들어 이라크에서 벌어진 시아파와 수니파 간 각종 폭탄 테러와 폭력 사태로 숨진 희생자가 8000명을 넘어섰다. 이라크의 폭력 사태는 2007년 정점을 이룬 뒤 미군의 병력 증파와 새로운 안정화 전략에 따라 점차 감소했다.그러나 2011년 12월 미군 철수 이후 정치권의 갈등이 시아파와 수니파의 대립, 각종 테러와 맞물리면서 정정 혼란과 치안 불안이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특히 지난 4월 정부군이 수니파 시위대를 무력진압한 ‘하위자 사건’을 계기로 종파 분쟁이 심해져 2006~2007년의 내전이 재현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재스민 혁명’의 발원지 튀니지도 올해 초 야권 지도자들의 잇따른 암살로 정국 혼란이 극에 달했지만,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다. 튀니지 여야는 새로운 과도정부를 수립에 합의하고 내년에 총선과 대선을 치를 예정이다.

이란 핵 문제 최종 합의·이-팔 평화협상도 ‘험난’ 예고

새해에 이어질 이란과 서방의 핵 협상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중동 평화협상도 진통이 예상된다. 중도 온건 성향의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이 지난 8월 취임한 이후 이란은 P5+1(유엔 안전보장이사회 5개 상임이사국과 독일)과 지난달 24일 역사적인 합의를 이뤘다.이번 합의로 이란은 핵무기 제조에 이용할 수 있는 고농축 우라늄 생산을 중단하기로 했다. 대신 제재를 완화하는 등의 초기 단계 조치를 6개월간 이행하고 늦어도 1년 안에 최종 단계 조치에 대한 협상을 매듭짓기로 했다.양측은 늦어도 내년 초까지 초기 단계 조치에 대한 합의(잠정 합의) 이행을 위한 실무협의를 마무리하고 최종 단계 조치를 놓고 본격적인 협상을 벌인다.내년 본협상에서는 낮은 단계(농도 5% 이하)의 우라늄 농축을 허용하는 문제와 아라크 중수로 가동 허용 여부가 가장 큰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권 미국 우방의 주장대로 이란의 핵무기 제조 능력 자체를 저지하고자 한다면 협상의 최종 타결은 어려울 수 있다.그러나 이란의 핵무기 제조만을 막는 게 미국의 목적이라면 고농축 우라늄 생산을 제한하는 대신 엄격한 사찰을 전제로 저농축 우라늄 생산을 허용할 여지도 있다.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평화협상도 험로를 앞두고 있다. 양측은 미국의 중재로 3년 가까이 교착상태에 빠졌던 중동 평화협상을 지난 7월 재개키로 합의했다.미국은 협상타결 목표 시한을 9개월로 잡고 내년 4월 말까지 합의안을 끌어낸다는 계획이다.다만 이스라엘의 유대인 정착촌 건설 강행과 양측의 복잡한 이해관계, 이스라엘-미국의 냉랭해진 관계 등으로 협상이 실제 타결될지는 미지수다.마흐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수반도 이스라엘의 정착촌 건설 계획이 계속 추진되면 이스라엘과 평화회담 절차를 중단하겠다고 경고한 바 있다.카이로·두바이=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