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최원석 기자] 입지가 흔들리던 지방소주들이 최근 수도권 공략을 추진하는 등 소주시장 판세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한국주류산업협회는 과도한 경쟁을 일으킬 수 있다며 지난 3월부터 전체 시장점유율을 공개하지 않는 가운데 관련 업계는 현재 ‘참이슬’을 앞세운 하이트진로(48%)가 소주시장 점유율 1위를, 뒤이어 ‘처음처럼’의 롯데주류(16%)와 ‘좋은데이‘의 무학(15%)이 2위 자리를 두고 팽팽한 접전을 벌이고 있다고 분석한다.여전히 하이트진로가 독주 하는듯한 모양새지만 모든 지역에서의 1위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영남권에서는 무학과 금복주, 호남권에서는 보해, 제주도에서는 한라산이 가장 높은 점유율을 보이는 등 지방별 소주시장 점유율은 판이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소주 업체들이 각기 다른 홈그라운드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소주에 지역 색깔이 생긴 것은 지난 1976년 정부주도로 각 도별 1개의 소주 업체만 남긴 채 통·폐합을 진행한 것에서부터 시작된다.그 결과 소주 업체는 수도권의 진로, 강원도의 경월, 충북의 충북소주, 충남·대전의 선양, 경북·대구의 금복주, 전북의 보배, 전남·광주의 보해, 경남의 무학, 부산의 대선, 제주도의 한일 등 총 10개 업체만 남게 됐다.이어 정부가 ‘자도주 의무구입제’를 시행한 것도 배경이 됐다. ‘자도주 의무구입제’란 각 도의 주류 도매상이 지역 소주를 50%이상 구입해야하는 것.이를 통해 각 도의 자도주들은 지역에서 80%이상의 점유율로 지역을 대표하는 소주가 됐다.하지만 자도주 제도는 지난 1996년 헌법재판소의 위헌 판결로 폐지됐고 이때를 기점으로 지방 소주 업체들의 입지가 흔들리기 시작했다.수도권을 기반으로 한 하이트진로와 강원도를 기반으로 수도권까지 확장한 롯데주류 등 대기업들이 지방으로 영역을 확대한 것이다. 결국 지난 1997년 전북 기반의 보배는 하이트진로에 인수됐고 2011년 충북소주는 롯데주류가 인수했다. 충남·대전에서 선두를 굳혔던 맥키스콤퍼니(옛 선양)는 하이트진로에 1위 자리를 내어줬다.위기에 몰린 지방 소주 업체들은 반전을 위해 소비자 성향에 맞춘 제품과 애향심 마케팅으로 지방에서 입지를 공고히 하고 재반격에 나섰다.그 중 대표주자인 무학은 2006년 전국 소주 시장에서 7%에 불과했던 점유율에서 2010년 10%를 넘기더니 지난해 5월과 8월에는 롯데주류를 제치고 2위에 오르기도 했다.
무학은 지난달 제2창원공장을 준공하며 2015년 수도권 진출을 선언, 제2창원공장이 완공되면 무학은 전국 소주 소비량의 30%를 감당할 수 있어 생산성 측면에서 수도권 공략이 가능해진다.
실제로 무학은 2006년 ‘좋은데이’를 출시하며 한때 부산지역에서 98%의 점유율을 보였던 대선주조에게 1위 자리를 뺏는 등 무서운 성장세를 보인 바 있다.
또한 전남·광주 기반의 보해와 경북·대구 기반의 금복주도 수도권 공략을 위해 기회를 엿보고 있다. 두 업체는 탄탄한 지역 유통망을 바탕으로 높은 영업이익률을 유지하고 있다.
보해 관계자는 “지금까지 살아남은 업체들은 탄탄한 지역 브랜드로서 지역주민들과 함께 성장했다”며 “지방 소주 업체들의 본격적인 수도권 공략이 시작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