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이설아 기자 | 검찰이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 관련 조사를 마무리함에 따라 이르면 다음주 초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할 것으로 전망된다. 추석 전 체포동의안 표결이 유력시되자 민주당은 동의안 표결 가부 여부를 놓고 고심이 깊어지는 상황이다. 이 대표의 단식으로 '대여투쟁'에 뜻을 모으며 종식되나 싶었던 계파 간 갈등도 재점화되고 있다.
13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 지도부는 현재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에 대한 논의를 최대한 미뤄야 한다는 공감대를 형성한 상태다. 체포동의안 가부결 여부를 당론으로 정하고자 한다면 이견을 가진 의원들의 골이 깊어져 당이 쪼개질 수도 있다는 것이 지도부의 판단이다.
이에 친이재명(친명)계 핵심으로 꼽히는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 김영진 의원도 지난 12일 YTN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 출연해 "현재 체포동의안을 이야기하기에는 상당히 이르다"며 "검찰이 체포영장을 청구한다면 그 시기에 진중한 논의를 통해서 판단하고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모두 '논의 연기'에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일부 친명 의원들은 검찰이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이 대표의 영장 청구를 시도한다며 체포동의안 부결을 주장하고 있다.
같은 날 친명 정청래 의원은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서 "당연히 (체포동의안을) 부결시켜야 된다"며 "검찰이 언제든지 비회기에 (영장 청구를) 칠 수 있는데 굳이 그때 안 치고 정기 국회에서 친다는 것은 민주당 분열 공작이다. 여기에 넘어가면 안 된다"고 역설했다.
반면 비이재명(비명)계에서는 오히려 당을 위해 체포동의안을 가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날 비명 조응천 의원은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지금 저렇게 단식하고 힘든 분한테 약속을 지키라고 하는게 참 야박하다"면서도 "(부결한다면) 방탄 지옥에서 헤어나지 못할 거라 생각한다"라며 '불체포특권 폐지'를 약속했던 이 대표가 국민과의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언급했다.
앞서 이 대표는 지난 6월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저를 향한 정치적 수사에 대한 불체포권리를 포기하겠다"다며 '체포동의안' 요구가 들어올 시 가결 요청을 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바 있다. 이에 민주당 지도부도 7월 의원총회에서 '검찰의 정당한 영장 청구'가 이뤄진다면 불체포특권을 포기할 것을 의결했다.
'정당한 영장 청구'인지에 따른 해석이 갈리는 가운데 체포동의안은 21일 또는 25일 국회 본회의에서 표결될 가능성이 높다. 여야가 안건 처리를 위한 본회의를 이날 열고, '필요한 경우'에는 25일 본회의를 추가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당내 갈등은 9월 중순경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체포동의안 표결 이후도 고비는 남아있다. 결과가 어떤 식으로 나온다고 하더라도 그 자체로 논란이 될 것이고, 무기명 투표이다 보니 지난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 표결 때처럼 가결 투표 예상 의원들의 목록을 짠 '공천 살생부'가 돌 수도 있다는 예측이다. 당론으로 가부를 정한다고 해서 의원들이 따를 것인가에 대한 문제도 있다.
한편 당내 이러한 분위기에 대해 검찰이 이 대표에 대한 수사를 '혐의 없음'으로 종결하며 영장 청구를 포기할 가능성 역시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김한규 원내대변인은 "체포동의안에 대한 당 입장은 지금 논의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것"이라고 강조하면서도 "당이 이 대표의 소명을 믿지 않고 기소할 것을 전제로 그 다음 이야기를 하는 건 지금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