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주담대’ 막아도 줄짓는 영끌족…당국 ‘대출총량규제’ 나서나
판매 막고 DSR 조정했지만 역부족...부실대출 우려 고조 새 규제카드 불가피...금융사별 대출총량규제 꺼낼수도
2024-09-13 이광표 기자
매일일보 = 이광표 기자 | 최근 주택담보대출로 인한 가계대출 급증으로 금융시장의 위기감이 고조되는 가운데, 금융당국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부랴부랴 DSR 규제에 대해 미세조정에 들어갔지만 대출 증가세를 막기엔 역부족이란 지적이 팽배하다. 일각에선 당국이 대출총량규제 등 추가 규제 카드를 꺼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13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7월에 이어 8월 은행 가계대출이 다시한번 최대폭으로 증가했다. 코로나19 금융지원 종료, 부동산PF 등 소위 ‘9월 위기설’을 야기했던 요소들은 일정 부분 리스크가 해소됐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빠른 속도로 불어나는 주담대가 진짜 위기를 불러올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국내 은행권 내 가계대출은 최근 수개월간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그간 고금리 기조의 여파로 감소세를 보여왔던 가계대출은 지난 상반기를 기점으로 상승세로 전환한 후, 이같은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 국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 8월 말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약 680조 8120억원 수준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월 말(679조 2200억원) 대비 불과 한 달 새 1조5900억원 가량 확대된 수치다. 특히 전월 대비 8월 증가 폭의 경우, 코로나19 사태 그리고 소위 ‘영끌’, ‘빚투(빚내서 투자)’족이 등장하기 시작한 지난 2021년 말(2조3662억원‧11월 기준) 이후 1년 9개월여 만에 최대 폭이다. 이같은 가계대출의 증가 원인으로 첫손에 꼽히는 것이 바로 은행권에서 취급한 주담대 잔액이다. 지난 8월 말 기준 5대 시중은행의 주담대 잔액은 515조원에 달한다. 이는 전월(512조8900억원) 대비 2조1100억원 가량 늘어난 수치다. 가계대출이 급격히 불어난 건 ‘50년 만기 주담대’가 자리 잡고 있다. 실제로 5대 시중은행이 취급한 50년 만기 주담대 잔액은 지난 8월 말 기준 2조8900여억원으로 전월 말(8660억원) 대비 2조원 이상 늘어났다. 특히, 금융당국의 50년 만기 주담대 대상 가입 나이 제한 그리고 은행권 자체적인 50년 만기 상품 공급 종료 발표가 맞물렸던 지난달 마지막 주에는 주담대 잔액이 1조6300억원 가량 불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가계부채 리스크가 다시 불거지자 금융당국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7월 말 기준 5대 시중은행의 대출 연체율 평균은 0.31%로 전월 말(0.29%) 대비 0.02%p 높아졌다. 특히, 연체 기간이 3개월 이상인 고정이하여신(NPL) 비율도 0.29%를 기록, 전월 말(0.25%)보다 0.04%p 가량 상승했다. 은행들은 숨죽이고 있다.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증가의 원인을 ‘주담대’에서 찾고 있다는 점에서 이를 관리하기 위한 추가적인 규제 카드를 꺼내 들 가능성이 있어서다. 가장 대표적으로 거론되는 조치는 또 한 번의 ‘대출 총량 규제’ 카드다. 가계대출이 폭증했던 지난 2021년, 금융당국은 이미 한 차례 대출 총량 규제를 시행한 바 있다. 당시 정부는 부동산 시장의 안정과 ‘영끌’, ‘빚투’에 따른 대출 폭증세를 억제하기 위해 은행권에 가계대출 연간 증가율을 전년 대비 4~5% 수준에 맞추도록 권고했다. 월 기준으로 공급 규모가 7조원을 넘지 않게 관리해야 하는 수준이다. 다만, 윤석열 정부 출범 전후로 대출 증가세가 눈에 띄게 감소하자, 지난해 금융당국은 이와 관련한 총량 규제 조치를 사실상 폐지했다. 하지만 최근 주담대를 중심으로 가계대출 증가 속도가 가팔라지면서 다시 총량 규제 카드를 꺼낼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한국은행 금통위원들도 가계부채 증가를 우려하며 금융당국의 정책적 대응을 촉구했다. 12일 공개된 8월 금통위 의사록에서 한 금통위원은 “가계부채는 정책 금융 지원 등 공급요인과 주택가격 상승 기대에 따른 수요요인이 중첩되면서 높은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어 보다 적극적인 정책대응이 시급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최근 “금융시장의 안정을 저해하고, 성장 잠재력을 약화시킬 수 있는 가계부채 증가세가 최근 두 달 동안 예상보다 더욱 컸다”며 “미시정책을 통해 가계부채 흐름을 조정해 볼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