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소비자물가 상승률 반등…고심 커지는 소비자

통계청 "8월 소비자물가, 폭염·폭우로 4개월 만에 최대폭" 한은 "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 8월과 비슷하거나 다소 높을 것"

2024-09-13     이용 기자

매일일보 = 이용 기자  |  둔화세를 보였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다시 반등하면서 추석 대목을 앞둔 국민들의 한숨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3일 금융기관에 따르면 8월 소비자물가가 폭염·폭우로 인해 4개월 만에 최대폭으로 상승했다. 이달에도 물가가 쉽사리 떨어지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통계청의 '2023년 8월 소비자물가 동향'을 살펴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2.33으로 1년 전보다 3.4%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4월 3.7%를 기록한 뒤로 4개월 만에 가장 큰 폭이다. 물가상승률은 앞서 지난 7월에 2.3%로 25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바 있지만, 도로 3%대로 올라서게 된 것이다. 한국은행은 “8월 중 전월 수준의 상승률(3.3%)을 유지한 근원물가와 달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4%로 반등했다. 이는 8월 경제전망 당시의 예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수준이지만 최근 석유류 및 농산물 가격이 빠르게 오르면서 상승 폭이 다소 커진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최근에는 국제유가 상승으로 전월대비 상당폭 올랐으며, 농산물 가격도 집중호우·폭염·태풍 등의 영향으로 빠르게 오르면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7월보다 1.1%p 높아졌다는 설명이다. 또 한은은 "1년 전과 최근의 물가 흐름에 비추어 볼 때, 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8월 수준과 비슷하거나 다소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농산물가격은 기상여건에 따른 불확실성이 큰 가운데 추석 수요 등으로 상방압력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며 이달 경기전망도 부정적으로 내다봤다. 대형마트를 찾은 주부 C씨는 “라면 등 가공식품 가격은 어느 정도 안정된 것 같은데, 과일 가격이 예전에 비해 특히 올랐다. ‘비싸면 안 먹으면 되지 않느냐’는 이야기를 종종 듣는데, 가족들의 건강을 생각하면 가공식품만 먹일 순 없는 노릇”이라고 토로했다. 경기 안성의 대형마트 직원은 ”마트에서도 백화점과 유사한 고급 선물세트를 팔지만, 많은 관심을 받진 않는다“며 ”일반 농수산물 상품은 매대에 그대로 쌓여 있는 반면 특별 할인 상품, 업무 종료 시간대의 떨이 상품 등은 빠르게 동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선물 거래가 활발한 추석 대목을 앞둔 국민들과 소상공인들의 시름이 한층 더 깊어질 전망이다. 현재 국내 소비자들의 소비패턴은 가격이 저렴하고 효율성에 집중된 일명 ‘가성비’ 상품과 초고가의 명품 상품으로 양분된 실정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고물가와 경기둔화로 실질 소득이 감소한 소비자는 지출 절감을 위해 필요한 만큼만 소용량·소포장으로 구매하는 소비 전략과 더불어 사람들과 함께 구입하는 공동구매와 중고제품 구매를 늘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생필품 소비를 절약했더니, 명절 선물 세트나 명품 및 초고가의 서비스에서 비용이 빠져나가는 형편이다. 대기업을 제외하면 명절 상여금을 받기도 여의치 않은 만큼, 이번 추석은 특히 내수시장이 얼어붙을 것으로 우려된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중소기업 800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추석자금 수요조사 결과에 따르면, 중소기업 48.3%은 추석 상여금 지급 계획이 있다고 응답했다. 지급한다는 기업은 전년(37.3%) 대비 11.0% 증가했지만, 사실상 절반에 미치지 못하는 기업만 상여금을 지급하는 셈이다. 다만 한국은행 측은 "10월 이후에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다시 낮아져 연말까지 3% 내외 수준에서 등락할 것으로 보인다. 근원물가 오름세가 수요측 물가압력 약화 등으로 개인서비스물가를 중심으로 완만한 둔화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며 비교적 낙관적인 전망을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