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이심전심이냐 각개전투냐” …유통街, 생존전략 각양각색 ‘눈길’
유통업계‧식품가 협업, 가성비 앞세운 PB상품 개발 나서 패션업계, ‘英 지하철‧美 프로야구’ 등 非패션 브랜드 발굴
2024-09-13 강소슬 기자
매일일보 = 강소슬 기자 | 유통업계는 고물가 시대에 소비 위축 등의 영향으로 경영 환경에 먹구름이 드리우자 ‘합종연횡’ 또는 ‘각자도생’으로 생존전략을 짜는데 분주하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유통업계와 식품가의 협업이 활발하다. 협업을 통해 식품기업들이 더욱 안정적인 유통망을 확보함과 동시에 제품 홍보 효과를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패션뷰티업계는 자체적인 신사업을 모색하며,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힘쓰고 있다. CJ제일제당은 고물가 기조에 상대적으로 저렴한 자체브랜드(PB) 상품 개발에 나섰다. 최근 마켓컬리에서만 판매하는 PB 상품인 ‘컬리 온리’ 햇반을 선보였다. CJ제일제당과 컬리가 공동 개발한 첫 번째 협업 제품이다. 가성비를 앞세운 해당 제품은 출시 3주 만에 7000세트가 모두 판매됐다. CJ제일제당과 컬리는 햇반에 이어 다른 온리 상품도 연내 순차적으로 선보인다는 방침이다. CJ제일제당은 신세계와 지난 6월 파트너십을 맞은 뒤 신세계의 유통 3사인 이마트, SSG닷컴, G마켓과도 협업을 진행한다. 우선 CJ제일제당은 신제품 13종을 신세계 유통 3사에 우선 론칭한다는 방침이며, 여기에 양 사가 공동 개발하는 혁신 제품도 올해 안에 시장에 나올 예정이다. 삼양식품은 홈플러스와 협업해 PB 짜장 라면 ‘이것이 리얼 춘장 39.6%(이하 이춘삼)’을 지난해 출시해 판매 중이다. 해당 제품은 1봉지 500원이라는 가성비를 무기로 출시 직후 9일만에 초도 물량을 완판시키고, 2개월 만에 판매금액 15억원을 돌파했다. 지난달 오뚜기는 티몬과 ‘티몬X오뚜기 88데이’를 온‧오프라인으로 진행했다. 온라인에서는 티몬 올인데이 등 특가 혜택을 제공했으며, 오프라인으로는 티몬 카페 툭(TWUC) 공간을 활용해 오뚜기의 대표 상품을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티몬 측은 “오뚜기와의 협업 행사에 앞서 실시한 SNS 사전 홍보 이벤트에 5000여명 이상의 고객이 몰렸다”며 “앞서 CJ제일제당, 쿤달과도 협업을 진행했는데, 당시 목표 거래액을 훌쩍 넘긴 바 있다. 앞으로도 다양한 브랜드들과 특별한 협업을 진행해 나갈 계획”이라 전했다. 패션업계도 사업 다각화에 속도를 내며, 이를 기존 패션 사업과 접목해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해 노력 중이다. 신세계인터내셔널과 현대백화점그룹의 그룹 패션 계열사 한섬은 뷰티 사업을 지속 확대 중이며, F&F는 지난해 엔터테인먼트 자회사를 설립하고 K팝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오는 11월에는 SBS 방영을 목표로 걸그룹 오디션 프로그램 ‘유니버스 티켓’을 추진하고 있다. 삼성물산 패션이 전개하는 메종키츠네는 카페복합형 매장인 ‘카페키츠네’를 2018년 가로수길에 1호점을 개장한 뒤 지난해 현대백화점 목동점과 신세계백화점 부산 센텀시티점에도 카페 복합형 매장을 추가 오픈했다. 또한, 패션과 거리가 먼 해외 유명 브랜드 라이선스를 도입해, 명성은 가져오고 품질은 올리는 전략으로 패션 브랜드로 변신시키는 작업도 진행 중이다. 한섬은 영국 런던의 지하철을 모티브로 한 온라인 전용 라이선스 브랜드 ‘런던 언더그라운드’를 론칭할 예정이다. 한섬이 비(非) 패션 라이선스를 활용해 브랜드를 론칭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F&F는 미국프로야구 ‘MLB’와 다큐멘터리 채널 ‘디스커버리 익스페디션’ 등을 패션 브랜드로 새롭게 선보여 성공적으로 브랜드를 안착시켰다. 특히 MLB의 경우 지난해 중국에서만 1조원이 넘는 판매액을 기록했다.업계 관계자는 “고물가 시대를 맞아 유통업계는 가성비를 앞세운 컬래버 신제품을 통해 활로를 찾거나 사업 다각화에 집중하고 있다”며 “이종간의 협업 상품이나 라이선스 브랜드를 활용한 제품들은 공통적으로 MZ세대를 겨냥하고 있다. 즉각적인 매출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새로운 소비자를 유입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이러한 전략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