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에게 국정 쇄신을 요구하며 무기한 단식에 들어간지 13일 기준으로 2주가 됐다. 이 대표는 단식 기간 검찰에 두 번 출석해 '쌍방울 대북 송금 의혹' 관련 조사를 받았다. 정상적인 몸으로도 감당하기 어렵다는 검찰 수사를 두 번이나 받으며 기력이 급격히 쇠해진 모습이다. 여당은 이 대표의 단식을 '쇼'라고 치부하지만, 민주당 지지층은 결집했고 당 지지율도 급등했다.
지난 8일 발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지지율은 전주 대비 7%포인트가 오른 34%를 기록했다. 특히 지지 텃밭인 호남의 지지율이 지난 조사보다 무려 18%포인트가 오르며 강력한 결집 효과를 보였다. 그동안 호남에서 이 대표 체제 민주당 지지율이 상대적으로 낮게 나오는 근저에는 야당다운 야성(野性)이 없다는 불만이 깔려 있었다.
하지만 이 대표가 이번 단식을 통해 강한 대정부 투쟁의 결기를 보여주면서 호남 민심은 다시 '이재명 민주당'에 신뢰를 보이기 시작했다. 단식 효과가 단지 호남 지역에만 머무르지는 않았다. 내년 총선 승리의 핵심 승부처인 수도권에서도 어느 정도 지지율 상승을 가져왔다. 갤럽 조사를 보면 민주당 지지율은 26%에서 30%로, 인천‧경기는 33%에서 37%로 올랐다.
여기에 중도층 지지도 28%에서 34%로 6%포인트 오르며 지지층 밖에서도 단식이 효과를 발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정치권에서 단식이 케케묵은 정략적 수단이라고 할지라도 목숨을 거는 만큼 어쩌면 '진정성'을 드러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점은 아직 유효한 셈이다.
야당 대표가 정략적 이유가 어떻든 목숨을 건 단식을 하는데 국정 파트너인 여당의 태도는 참으로 아쉽다. 비판도 모자라 조롱도 서슴지 않는다. 이 대표의 단식을 '다이어트'라고 표현하고, 불투명한 용기에 담긴 액체를 마시는 것을 보고는 '사골국 아니냐'고 의심하기도 했다.
과거 김영삼 전 대통령이 민주화 투쟁에 불을 붙이기 위해 단식으로 자신의 목숨을 불쏘시개로 내던질 때 냉혹했던 전두환 정권도 사람을 보내 단식을 만류했다. 지방자치제 도입을 위해 단식에 들어간 김대중 전 대통령을, 영원한 정적인 김영삼 전 대통령이 병실로 직접 찾아가기도 했다. 지금은 이러한 일종의 '정치적 상도의'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
단식 이후의 문제도 있다. 건강상 이유로 단식을 이어갈 수 없는 상황은 분명히 올 것이다. 다만 그 다음이 무엇인가다. 지지층 결집만 생각해서는 안된다. 이 대표가 단식을 끝낸 후 대정부 공세를 강화하는 쪽이 아닌 민생을 강화하는 대안 정당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 몸이 안 좋은 이 대표를 검찰청으로 불러들인 검찰을 탓하고, 여당의 조롱에 화만 내지 말고, 지지층으로부터 받은 열망을 민생 해결책으로 만들어내야 한다.
최근 한 중식당에서 점심 식사를 하던 도중 TV에서 이 대표의 단식을 전하는 뉴스가 흘러나왔다. 단식에 들어간 지 일주일 정도 지났을 때였다. 사람들은 이 대표의 초췌한 모습을 보면서 무심한 표정으로 짜장과 짬뽕의 면발을 후루룩 들이켰다. 40대 한 남성은 면치기 사이 사이 '쇼'라는 단어를 내뱉었다.
소위 '누칼협(누가 그걸 하라고 칼 들고 협박했나)'의 말투였다. 매일 짜장과 짬뽕 사이에서 고민하는 국민들 민생 문제를 소홀히 한 민주당은 무엇을 하든 '쇼'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