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주한 김정은-푸틴···'서방 압박' 공동 대응 피력
13일 러시아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서 만남 김정은 "러시아는 성전 중···싸움에 협력" 푸틴 "한반도 정세 대해 확실한 논의 필요"
2024-09-13 이태훈 기자
매일일보 = 이태훈 기자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4년 5개월여 만에 서로를 마주했다. 두 정상은 상대 국가에 대한 전략적 중요성에 공감하는 한편, 미국을 필두로 한 서방의 압박에 함께 대응할 뜻을 피력했다.
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은 13일(현지시간) 러시아 아무르주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만나 정상회담을 가졌다. 2019년 4월 25일 러시아 극동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처음 만난 두 사람은 이번 회담을 통해 4년 5개월여 만에 재회하게 됐다. 이날 낮 12시 30분께 푸틴 대통령이 먼저 회담 장소인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 도착했다. 김 위원장은 30분 뒤에 모습을 드러냈다. 대면한 두 사람은 반갑게 인사하며 악수하고 짧은 대화를 나눴다. 현지 뉴스채널 영상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회담에 앞서 김 위원장과 기지 내 시설을 둘러보기도 했다. 유리 트루트녜프 극동 연방관구 대통령 전권대표와 유리 보리소프 러시아 연방우주공사(로스코스모스) 사장 등이 두 정상에게 최신 로켓 '안가라'와 '소유스2'의 성능 등을 설명했다. 군사 정찰위성 발사에 2번 연속 실패한 김 위원장은 러시아 로켓 기술에 큰 관심을 가졌다. 견학 중 궁금한 점을 직접 물어보는 등 적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김 위원장은 보스토치니 우주기지 방명록에 "첫 우주정복자들을 낳은 로씨야(러시아)의 영광은 불멸할 것이다"라고 적었다. 보스토치니 우주기지 시설에 입장하기 전 기자들과 만난 푸틴 대통령은 북한과 우주·군사 분야에서 적극 협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가 북한의 인공위성 제작을 도울 것인가'라는 질문에 "우리는 이 때문에 이곳(우주기지)에 왔다"며 "북한 지도자는 로켓 기술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고, 그들은 우주를 개발하려 하고 있다"고 답했다. 아울러 '회담에서 군사기술 협력 문제도 논의될 것인가'라는 질문에는 "서두르지 않고 모든 문제에 대해 얘기할 것"이라며 애써 부정하지 않았다. 미국 등 서방은 북러가 이번 회담을 통해 '무기 거래'를 포함한 다각적 군사 협력에 합의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후 두 정상은 본격적인 정상회담을 위한 장소로 이동했다. 김 위원장은 모두발언을 통해 "러시아는 러시아에 반대하는 패권 세력에 맞서 주권과 안보를 수호하기 위한 성스러운 싸움에 나섰다"며 "제국주의에 맞서 싸우는 데 함께 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항상 푸틴 대통령과 러시아 지도부의 결정을 전폭적으로 지지해왔다"며 "제국주의에 맞서 싸우고 주권 국가를 건설하는 데 항상 함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또 "지금도 우리나라의 최우선 순위는 러시아와의 관계"라며 "이번 회담이 양국 관계를 새로운 수준으로 끌어올릴 것"이라고 바라봤다. 김 위원장은 이번 방문이 매우 중요한 시기에 이뤄졌다고 평가하는 한편, "우리는 정치, 경제, 문화를 포함한 아주 많은 의제를 갖고 있다"며 향후 러시아와 지속적으로 밀착할 가능성도 내비쳤다. 이에 푸틴 대통령은 이번 회담이 북러 수교 75주년이자 북한 정권 수립 75주년에 성사됐고, 러시아가 북한을 처음 인정한 국가라는 점을 되짚으면서 "특별한 시기에 열리고 있다"고 화답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경제 협력, 인도주의적 문제, 한반도 정세에 대해 확실히 이야기할 필요가 있다"며 "초대에 응해줘 감사하다"고 말했다. 한편 북한은 이날 북러 정상회담 기념 축포를 날리듯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 도발을 기습 강행했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우리 군은 이날 오전 11시 43분경부터 11시 53분경까지 북한이 순안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발사한 단거리 탄도미사일 2발을 포착했다. 북한이 지도자 해외 방문 중 미사일을 발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