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동인 칼럼] 0.7 합계 출산율보다 무관심한 우리가 무섭다

2024-09-14     매일일보
원동인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2분기 합계출산율은 0.7명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합계출산율은 1970년 4.53명에서 1984년 1.74명까지 떨어지더니 2018년엔 0.98명으로 내려앉았다. 통상 출산율이 연초에 높고 연말로 갈수록 낮아지는 '상고하저' 추세임을 고려하면 올해 연간 출산율은 0.6명대로 추락할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온다. 사상 유례없는 한국의 인구 붕괴는 세계적 이슈가 된 지 오래다. 최근 인터넷을 달군 짧은 영상, 밈(meme)이 있다. 초저출생 문제를 다룬 교육방송(EBS) 다큐멘터리 예고편에서 조앤 윌리엄스 미국 캘리포니아대 명예교수가 "대한민국 완전히 망했네요, 와!"라며 양손으로 머리를 부여잡는다. 지난해 한국의 합계출산율이 0.78명이라는 말을 듣고 보인 반응이다. 외국인 전문가는 "그 정도로 낮은 수치의 출산율은 들어본 적이 없다"며 경악하는데 정작 당사국인 우리나라에선 무관심하다. '또 그 얘기냐' '그럴 줄 알았다'며 식상해 할 정도다. 대책을 세워야 할 정부와 정치권은 타성에 젖고 국민은 내성이 생긴 느낌이다. 우리는 무관심하지만, 한국의 초저출생 문제는 외신들까지 앞다퉈 보도했다. 미국 신문 월스트리트저널은 8월 31일 '부모에게 현금을 지급해도 세계 최저인 출산율이 더 낮아지고 있다'는 제목 아래 한국 정부가 막대한 현금성 지원을 하는데도 청년층에게 통하지 않는 현실을 짚었다. 미국 방송 CNN과 영국 로이터통신은 1일 한국 정부가 저출산 대책으로 가사·육아를 돕는 외국인 근로자를 시범 도입하기로 한 데 관심을 보였다. CNN은 한국의 19∼34세 청년 절반 이상이 '결혼 후에도 자녀를 가질 필요가 없다'고 답했고, 36.4%만이 결혼에 긍정적이라는 통계청 사회조사 결과를 전했다. 로이터통신은 한국 시민사회 일각에서 외국인 가사도우미 확대보다 부모가 직접 자녀를 돌볼 수 있도록 주당 근로 시간을 더 줄여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고 보도했다.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도 보고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지난 18년 동안 정부가 출산율을 높이고자 수많은 정책과 자금을 투여했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출산율이 계속 급락하고 국가소멸론까지 등장한 현실은 과거와 다른 접근방식과 정책조합을 요구한다. '아이 낳으면 돈 준다' 식의 단순한 출산장려책으로는 초저출생을 해결 못 한다. 주거, 교육, 고용, 이민정책을 망라한 사회구조 개혁이 필요하다. 우리나라의 주거, 교육, 고용, 사회환경에서 아직도 희망을 가지고 출산을 하는 청년을 보면서 무모한 건지, 용기가 있는 건지 헛갈린다. 우리는 0점대의 합계출산율을 보면서도 성찰이나 사회적 합의, 효과적인 저출산 대책을 내 놓지 못하고 있다. 이런 무관심과 용기 있는 저출산 무대책에 경의를 표한다. 28일 통계청이 내놓은 ‘사회조사로 살펴본 청년의 의식변화’에 따르면 결혼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청년의 비중은 10년 전(56.5%)보다 20.1%p 감소한 36.4%로 나타났지만, 국제결혼에 대한 동의는 86%에 이를 정도로 급격히 늘었다. 이런 조사 결과에 미루어 보면 한국의 청년들은 한국 탈출을 꿈꾸는 것 같다. 이 땅에서 탈출해 해외에서 꿈과 행복을 찾고 있는 것 같다. 0.7명의 합계출산율에도 반응하지 않고 무관심한 우리 사회에 놀라면서 이것은 기성세대들이 청년에게 보내는 암묵의 메시지인 것 같다. "청년들아! 한국은 생존하기 힘들어. 결혼도 출산도 하지 마"라고 소리 없는 아우성을 청년에게 전달하고 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