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빅텐트' 띄우는 김기현, '박근혜' 카드로 보수층 결집할까
박 전 대통령 사저 예방…"尹 회동 제의, 긍정 답변 받아" 양향자 한국의희망 대표 및 문화계·시민단체 인사 만나기도 총선 앞두고 '보수 대통합' 주목…일부 '외연 확장' 우려도
2024-09-14 염재인 기자
매일일보 = 염재인 기자 | 내년 총선을 앞두고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박근혜 전 대통령을 예방하는 등 '보수 대통합'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특히 박 전 대통령이 윤석열 대통령과 만남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면서 보수 결집에 기대도 커지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여당이 범여권 세력 규합에 집중하면서 외연 확장에 대한 전략이 아쉽다는 의견도 나온다.
14일 정치권에 따르면 김 대표는 지난 13일 대구 달성군 사저에서 박 전 대통령을 약 50분간 예방했다. 김 대표가 박 전 대통령을 만난 것은 지난 3월 당 대표 취임 이후 처음이다. 김 대표는 박 전 대통령을 예방한 뒤 기자들과 만나 '총선에서 박 전 대통령의 자문이나 의견을 구할 계획이 있나'라는 질문에 "그런 이야기를 나눈 자리는 아니었다"면서도 "총선에서 이기기 위해 보수가 대단합해야 한다는 차원에서 대동단결할 수 있도록 힘을 모아야 하는 만큼 박 전 대통령이 가진 많은 경험이나 영향력을 모아야 하지 않나 하는 것이 저의 생각"이라고 전했다. 이 자리에서는 박 전 대통령과 윤 대통령과 만남에 대해서도 얘기가 오갔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 대표는 "윤 대통령께 '오늘 박 전 대통령을 찾아뵙는다'고 했더니 '만나 뵈면 한번 모시고 싶다'고 말씀을 전해달라고 하셨다"며 "제가 오늘 박 전 대통령께 전해드리니 긍정적으로 답변하셨다"고 밝혔다. 이처럼 김 대표가 박 전 대통령을 예방한 배경에는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한 포석으로 보수층 결집을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윤 대통령이 사실상 박 전 대통령과 만남을 제안한 점 등을 볼 때 여권 차원의 공감대가 이뤄진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김 대표는 박 전 대통령뿐만 아니라, 지난 12일 양향자 한국의희망 대표와 범민련 출신 민 경우 대안연대 대표, 서민 단국대 교수 등과 만나는 등 범여권 통합 행보를 보인 바 있다. 여기에 최근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등 이념 논쟁을 꺼내든 것과 정부의 2차 개각 명단 등도 비슷한 맥락으로 보인다. 다만 정치권의 계속되는 '대립 정치'에 중도·무당층 비율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우편향'에 집중해 외연 확장을 소홀히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다양한 이념이나 정치 스펙트럼을 가진 '빅텐트'라고 하기에는 범여권에 그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여당 일부에서도 외연 확장에 대한 필요성을 제기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지역구 인사들을 중심으로 '수도권 위기론'이 불거지는 상황인 만큼 여권의 우편향 행보에 대한 우려는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최근 여론조사에서 정당 지지도는 국민의힘(36.8%)이 더불어민주당(44.2%)에 뒤처진 것으로 나타난 가운데, 무당층(13.0%) 비율은 두 자릿수를 넘어선 것으로 확인됐다(11일 리얼미터 여론조사,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p),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