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막 오른 초거대 AI 대전…K-AI ‘골든타임’ 잡는다

국내 산업계, 초거대 AI 데뷔전 잇따라...시장 주도권 확립 본격화 글로벌 빅테크 이어 中·日도 자체 개발…세계시장 선점 전쟁 '활활’ 기업들도 AI 인재 쟁탈전…파격 조건 제시에 일각선 신경전도 정부, AI 기술 개발 지원 팔 걷어…산업계 전반 AI 확산 가속화

2023-09-14     이태민 기자

매일일보 = 이태민 기자  |  초거대 인공지능(AI) 시장을 둘러싼 패권 경쟁이 분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 ICT업계도 세계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기업들은 각자의 핵심 보유 기술과 전략을 탑재한 자체 개발 모델을 잇따라 출시하며 주도권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LG 등 대기업부터 통신·게임사까지 대규모 언어모델(LLM)을 활용한 초거대 AI 모델 개발과 상용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 7월 LG의 ‘엑사원 2.0’, 지난달 네이버의 ‘하이퍼클로바X’ 출시에 이어 엔씨소프트가 게임사 중 최초로 ‘바르코 LLM’을 선보였다. SK텔레콤의 ‘에이닷’과 KT의 ‘믿음’, 카카오의 ‘코GPT2.0’도 올 하반기 출격을 앞두고 있다. 이들은 활용 계획과 방향을 다각도로 제시하고 사업 전략을 내세우며 경쟁력을 강화해 나갈 방침이다. 초거대 AI 역량을 고도화하는 데 중심 역할을 수행할 AI 인력 영입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기업들은 저마다 파격적인 영입 조건을 제시하면서 ‘인재 모시기’에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와 KT 등 대기업들이 안팎으로 개발자 채용에 나선 가운데 일각에서는 경력직 영입을 둘러싼 신경전도 벌어지는 등 기업 간 ‘인력 쟁탈전’이 거세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국내 AI 분야의 연구개발(R&D) 고급인력은 2027년까지 1만2800명이 부족할 전망이다. 초거대 AI는 미국 기업 오픈AI의 '챗GPT'처럼 대용량 데이터를 학습해 인간처럼 인지·판단·추론이 가능한 인공지능을 뜻한다. S&P글로벌마켓 인텔리전트는 초거대 AI 시장이 올해 37억360만달러에서 2028년 363억5810만달러 규모로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패권 경쟁은 개별 기업을 넘어 국가 간 경쟁으로 확전되는 추세다. 마이크로소프트(MS)·구글 등 ‘선발 주자’들이 세계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가운데 초거대 AI를 미래 먹거리로 점찍은 국가들이 연달아 시장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다. 오픈AI는 지난달 챗GPT 플러스보다 속도를 2배 향상시킨 ‘챗GPT 엔터프라이즈’를, 메타는 코드 생성 및 디버깅에 특화된 컴퓨터 프로그래밍 모델 ‘코드 라마’를 공개했다. 구글도 하반기 중 차세대 모델인 ‘제미니’를 출시할 계획이다. 이런 가운데 중국과 일본도 초거대 AI 시장에 도전장을 던졌다. 이들은 자국의 특성에 맞춘 서비스와 개별 산업군별로 특화된 모델을 내세우고 있다. 최근 중국 텐센트가 ‘훈위안’를 내놓으면서 초거대 AI 시장에 뛰어든 가운데 일본 NTT도 오는 11월 금융·의료 등 전문분야 특화형 모델을 공개할 예정이다. 정부도 세계 시장에서 초거대 AI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지원에 나섰다. 정부는 지난 13일 △인공지능 국제 협력 확대 △전국민 인공지능 일상화 추진 △디지털 권리장전 수립 △인공지능 윤리・신뢰성 확보 등을 골자로 하는 ‘대한민국 초거대 AI 도약 방안’을 발표했다. 이를 통해 내년부터 9090억원 규모의 예산을 투입해 산업·공공 서비스, 의료·법률 기관 등 전 분야에 AI 기술을 도입할 방침이다. 거짓 답변과 편향성, 비윤리·유해성 표현 등 초거대 AI의 한계 극복을 위한 기술도 개발한다. 이를 통해 민간 주도 성장을 뒷받침하고 대규모 수요를 창출하겠다는 전략이다. 우리나라는 미국, 중국, 이스라엘과 함께 자체 초거대 AI를 보유한 ‘AI 선도국’으로 분류된다. 그런 만큼 정부와 민간의 뒷받침이 튼튼하다는 전제 하에 국내 시장을 먼저 잡은 기업이 글로벌 주도권을 확립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시장을 휘어잡을 ‘1인자’가 아직 나타나지 않은 지금이 ‘골든 타임’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이에 따라 국내 기업들의 초거대 AI 기술 개발과 기업간거래(B2B) 시장 공략은 한동안 더욱 뜨거워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