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건전성 우려에도 기업대출 수신경쟁

8월 말 기업대출 잔액 747조4893억원...지난해 말보다 36조원 증가

2024-09-14     이보라 기자
 

매일일보 = 이보라 기자  |  당국이 가계대출 급증세를 지적하고 나서자 시중은행들이 기업대출 확대에 열을 올리고 있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기업대출 잔액은 747조4893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7월 대비로는 8조5974억원 늘었고 지난해 말(1056조8224억원)보다는 36조원 늘었다. 은행별로 살펴보면 하나은행이 성장세가 가장 높다. 올해 상반기 기업 대출 잔액이 7.4%(10조7405억원) 늘었다. 이어 기업은행 3.3%(9조6627억원), KB국민은행 2.9%(4조6669억원), 신한은행 2.8%(4조2630억원), NH농협은행 2.2%(3조2465억원), 우리은행 1.9%(2조9241억원) 순이다.  은행들이 기업대출에 집중하는 이유는 금융당국이 ‘50년 만기 주담대’를 가계대출 증가세의 주범으로 지목하며 제동을 건 탓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달 16일 “인터넷은행은 신파일러(금융거래 이력 부족자)에게 자금을 공급한다는 정책적 목적이 있는데, 지금과 같은 주담대 쏠림이 제도와 합치하는지 비판적 시각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시중은행들은 50년 주담대 상품를 중단하거나 만기를 축소했다. IBK기업은행은 지난 6일 50년 주담대 출시 한 달 만에 만기를 최대 40년으로 단축했다. 이어 하나은행도 오는 14일부터 보금자리론을 제외한 주담대의 최장 만기를 50년에서 40년으로 조정한다고 밝혔다. 가계대출을 늘리는 데 한계가 나타나면서 기업대출에는 적극 나서고 있다. 하나은행은 올해 초부터 우량 자산 증대를 통한 1등 은행을 목표로 내걸고 대기업 대출 확대 의지를 나타내면서 기업대출을 큰 폭으로 확대했다.  최근 기업대출 점유율이 가장 낮은 우리은행도 공격적인 영업을 예고했다. 우리은행은 지난 7일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에서 ‘기업금융 명가 재건 전략 발표회’를 열고 2025년 기업대출 점유율 2위 탈환에 이어 2027년엔 1위를 달성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다만 기업대출을 늘리면 은행 건전성이 악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고금리와 경기 부진 탓에 한계기업이 늘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지난해 영업이익이 이자비용보다 적거나 비슷하다고 응답한 중소기업은 51.7%로 절반 이상이다. 올해 상반기 법인 파산신청은 724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60.2% 증가하면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