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러 관계 '새 국면'···군사·기술·경제 등 포괄 협력 전망
김정은 "북러 관계 새로운 수준 끌어올릴 것···많은 의제 있어" 中 의존도 높았던 北, 회담 계기로 '북러 협력체계' 구축 주목 북러 확대회담에 군사·외교 외 경제 관련 관료도 배석
2024-09-14 이태훈 기자
매일일보 = 이태훈 기자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가진 가운데, 이번 회담을 기점으로 북러가 새로운 관계 국면을 맞을 거란 분석이 나온다. 중국의 존재로 일정한 거리를 둬왔던 양국은 이번 회담으로 서로의 필요를 채웠고, 더 광범위한 협력 체계를 구축할 수 있다는 평가다.
14일 복수 외신 등에 따르면 전날(13일) 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4년5개월여 만에 서로를 마주했다. 두 정상은 약 1시간30분에 걸친 확대회담에 이어 통역만 배석한 일대일 단독 회담을 30분가량 진행했다. 그간과 마찬가지로 공동성명이나 합의문 형태의 결과문서는 발표되지 않았다. 다만 전문가들은 회담에 앞서 언론에 공개된 두 정상의 발언을 근거로 '군사 거래'가 이뤄졌을 가능성이 높다고 점친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에서 미국을 필두로 한 서방의 지원을 받는 우크라이나와 달리 일찍부터 '무기 고갈' 소문에 시달리고 있으며, 북한은 2차례 실패한 군사 정찰위성 발사를 성공시키는 데 사활을 걸고 있다. 미국과 유럽 등으로부터 강력한 제재를 받고 있는 두 나라는 서로의 필요를 충족시켜줄 수 있는 거의 유일한 파트너로 간주된다. 푸틴 대통령은 우주기지 입장 전 기자가 '북한의 인공위성 개발을 도울 것'이냐고 묻자 "그래서 우리가 이곳에 온 것"이라며 "김 위원장은 로켓 기술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답했다. '군사기술 문제도 논의할 것인가'라고 재차 묻자 "모든 문제에 대해 천천히 얘기 하겠다"며 애써 부정하지 않았다. 김 위원장도 회담 전 모두발언에서 "러시아는 러시아에 반대하는 패권 세력에 맞서 주권과 안보를 수호하기 위한 성스러운 싸움에 나섰다"며 "(북한은) 제국주의에 맞서 싸우고 주권 국가를 건설하는 데 항상 함께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북러 연대를 통해 미국과 서방에 맞서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아울러 북한이 이번 회담을 계기로 군사·기술·경제 등을 중국에만 의존해왔던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 러시아와의 다분야 밀착을 시도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로 김 위원장은 "이번 회담이 양국 관계를 새로운 수준으로 끌어올릴 것"이라며 "우리는 정치, 경제, 문화를 포함한 아주 많은 의제를 갖고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향후 러시아와 지속적으로 협력할 가능성을 내비친 것이다. 최근 심각한 경제난에 직면한 것으로 알려진 북한은 외화벌이 수단인 노동자 파견과 식량·유류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다. 다만 북한 노동자 고용과 일정량을 초과한 유류 공급은 모두 유엔안전보장이사회 대북 제재 결의 위반이다. 러시아가 사실상 제재를 무시하고 북한을 지원할 것이란 분석이다. 러시아 측에선 확대회담에 외무장관, 국방장관을 비롯해 산업·교통·천연자원부 장관 등이 배석했다. 북한 측에서도 군수·국방과학 분야 책임자가 총출동했을 뿐 아니라 건설을 담당하는 박훈 내각 부총리와 경제 전문가인 오수용 노동당 경제부장이 포함됐다. 인테르팍스 통신에 따르면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13일 회담 결과를 설명하며 "가까운 시일 내에 오랫동안 열리지 않은 양국 정부 간 위원회 재개를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언급된 정부 간 위원회는 러시아와 북한이 정부 차원에서 경제통상 및 과학기술 분야 협력 문제를 논의하는 '러북 통상경제·과학기술 협력 정부 간 위원회'를 뜻한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오는 10월에는 양국 외무장관 회동이 예정돼 있다"면서 북러의 다분야 협력 움직임을 전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