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GM·르노코리아, 임단협 지지부진…실적 빨간불

한국GM·르노코리아 임단협 다시 원점 오랜 적자·부진 버틴 노조 입장 '강경'

2023-09-17     이찬우 기자
한국GM

매일일보 = 이찬우 기자  |  GM 한국사업장(한국GM)과 르노코리아의 올해 임금단체협상(임단협)이 길어지고 있다. 자동차 시장이 전체적으로 침체되고 있는 가운데 노사 간 협상이 늦어지면서 하반기 실적에 악영향이 끼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GM 노사가 18차 교섭 끝에 마련한 임금협상 잠정합의안이 노조 찬반 투표에서 부결됐다. 르노코리아는 지난 7월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부결된 이후 진행이 더딘 상태다. 중견 3사라 불리는 KG 모빌리티가 빠르게 협상을 타결한 것과 대비되는 상황이다. 르노코리아자동차 노사는 지난 7월 기본급 10만원 인상, 타결 일시금 250만원과 생산성 격려금 약 100만원, 노사화합 비즈포인트 20만원 지급 등에 합의했지만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찬성이 47.4%에 그치며 부결된 상태됐다. 이후 15일 8차 교섭 끝에 △내수 판매 부진, 생산량 감소 위기 극복을 위한 격려금 20만원 추가 지급 △비즈포인트 11만원 추가 지급 △영업사업소 수익성 개선, 유지를 위한 노사 공동노력 약속 등 내용을 추가로 포함해 잠정합의에 도달했다. 가결 여부는 오는 19일 사원총회 투표에서 결정될 예정이다. 한국GM 노사는 지난 8일 18차 교섭을 벌인 끝에 성과급 등 1000만원 지급과 기본급 7만원 인상을 포함한 잠정합의안을 도출했지만 지난 12일 조합원 투표에서 59.1%가 반대표를 던져 부결됐다. 투표에는 부평·창원·정비지회 조합원이 참여해 94.3%의 투표율을 기록했고 찬성표는 40.6%, 무효표는 18명으로 집계됐다. 앞서 한국GM 노조는 17차 교섭까지 합의점을 이루지 못하자 중앙쟁의대책위원회를 열어 11∼13일 부분 파업을 결의했다가 철회하기도 했다. 오랜 기간 적자를 이어 오던 르노코리아와 한국GM은 지난해 흑자전환이라는 성과를 거뒀다. 이에 노조는 적자시기에 겪은 희생을 보상 받겠다는 의지가 강한 상황이다.
르노코리아자동차
최근 자동차 시장은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월별 판매량이 지난 7월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특히 지난 8월은 신차 등록이 12만4466대에 그치며 올해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특히 한국GM과 르노코리아의 판매량은 더욱 저조하다. 지난해 흑자전환에 성공했지만 두 기업은 올해 완성차 5개사 가운데 가장 낮은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다. 카이즈유 데이터 연구소 1~8월 신차 등록 현황 자료에 따르면 한국GM과 르노코리아는 올해 각각 2만5829대, 1만6047대를 판매하며 최하위 경쟁을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노조 협상이 길어지는 것은 한국GM과 르노코리아에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협상이 길어져 파업으로 이어진다면 생산에 큰 차질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현대차는 2016년과 2017년 노조 파업 당시 각각 14만2000대, 8만9000대의 생산 손실을 입기도 했다. 한편 현대차는 최근 노사 간 잠정합의안을 도출했다. 셋째 이상 500만원 지원을 포함한 출산축하금 확대 등 저출산 대책과 국내 공장 역량 강화 방안, 기술직 800명 추가 신규 채용 등에도 합의했다. 이 잠정합의안이 18일 전체 조합원 찬반투표를 통과하면 현대차 단체교섭은 5년 연속 무분규 타결을 달성하게 된다. KG 모빌리티는 국내 완성차 기업 가운데 유일하게 협상에 성공했다. 주요내용은 기본급 5만원 인상, 본인 회갑 1일 특별휴가 등이다. 기아는 노사간 갈등이 확산되는 분위기다. 3개월간 이어진 교섭에도 양측이 입장을 좁히지 못하며 안갯속에 빠지고 있다. 기아 노조는 △기본급 18만4900원 인상(호봉승급분 제외) △지난해 영업이익의 30% 성과금 △국민연금 수령 전년도까지 정년연장 △주 4일제 도입 중식시간 유급화 △신규 인원 충원 등을 요구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완성차 업체들이 지난해 우수한 실적을 달성한 것에 대해 노조는 임금 인상을 요구하고 있지만 사측은 불안정한 경영 환경을 내세우며 방어 태세를 취하고 있어 협상이 장기전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