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저성장 장기국면에 울고 웃고… 패션업계 ‘희비쌍곡선’ 심화

경기 침체 영향 ‘패션빅5 ’ 실적 일제히↓ ‘가성비’ 강점인 ‘SPA 브랜드’ 약진 뚜렷

2023-09-17     민경식 기자
지난

매일일보 = 민경식 기자  |  저성장·고물가에 따른 소비 위축이 이어지는 가운데, 패션업계의 희비도 엇갈리는 분위기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대형 패션기업들은 코로나19 기간 국내 패션 소비가 늘어나면서 역대급 수혜를 누렸지만, 최근 엔데믹 전환에 따른 역기저 효과, 해외 여행 수요 증가로 인한 소비 분산 등의 여파로 평년만 못한 부진을 겪고 있다. 반면, 제조·직매형 의류(SPA) 브랜드들은 경기 침체에도 호실적을 거두며 기세등등한 모습이다. 국내 패션빅5(삼성물산·LF·한섬·코오롱FnC·신세계인터내셔날)의 올 2분기 실적에 먹구름이 드리웠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8.1% 하락한 570억원을 기록했다. 동기간 매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1.8% 늘은 5240억원을 나타냈다. 패션 수요 심리 둔화와 마케팅 등 일시 비용 증가 등이 실적에 악영향을 미쳤다. LF의 올 2분기 영업손실은 144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매출액도 전년 대비 10% 감소한 4741억원을 드러냈다. 이번 실적 악화 원인으로 브랜드 론칭 및 유통망 확장에 따른 투자비용 증가, 코람코자산신탁 매출 축소 등이 거론된다. 코오롱FnC는 올 2분기 매출은 201억원으로 약 7% 올랐지만, 영업이익은 17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약 27% 하락했다. 현대백화점그룹의 한섬은 2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78.8% 하락한 58억원을 보였다. 매출액은 3.3% 줄어든 3457억원을 기록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영업이익이 18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2.5% 악화됐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3.1% 줄어든 3338억원을 기록했다. 이와 달리, SPA 브랜드들은 단단한 실적을 이루고 있는 모양새다. 이는 경기 침체 국면에 들어서자 소비자의 지갑도 더욱 얇아지면서, 가성비 제품을 장만하려는 수요가 증가한데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신성통상의 SPA 브랜드 ‘탑텐’은 긍정적인 성장 흐름을 보인다. 지난해 단일 패션 브랜드로 가장 큰 매출액인 7800억원을 달성했고, 올 상반기 매출은 전년 대비 16% 신장했다. 판매 채널을 기존 백화점, 가두점을 넘어 종합병원, 전자제품매장까지 확대했고, 올해 목표 매출액을 9200억원으로 정했다. 이랜드월드는 SPA 브랜드 ‘스파오’를 앞세워 두드러지는 상승세를 구가하고 있다. 올 상반기 SPA 브랜드 스파오의 매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30% 가량 신장했다. 올해 스파오는 글로벌 SPA 브랜드로 거듭나기 위해 중국시장에도 직진출한 상태다. 11개의 매장을 확보했는데 앞으로 15개까지 늘린다는 방침이다. 추석 연휴에 이어 블랙프라이데이, 성탄절 등 하반기 쇼핑 대목을 앞두고 업계간 출혈 경쟁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대형 패션기업들은 브랜드 포트폴리오 확장 및 제품력 강화 등을 통해 실적 반등을 꾀할 계획이다. 또한, 해외 브랜드 판권 확보 및 신규 브랜드 발굴·모색으로 차별화를 달리할 것으로 보여진다. 업계 관계자는 “대형 패션기업들이 지난해 많은 특수를 누렸지만, 올해부터 수요가 여행 등으로 이동했고, 저성장·고물가 기조로 소비 위축이 가중됐다는 점에서 올 상반기 저조한 실적 흐름을 보인 것 같다”며 “경기 불황이 사그라들지 않자 가성비 상품을 찾는 수요가 늘다보니 SPA 브랜드의 호조세는 뚜렷하게 나타냈는데, 하반기는 통상적으로 패션 성수기로 불리는 만큼 패션 업황이 조금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