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가격인상 자제’ 정부 요청 수용했지만 더이상은…끙끙앓는 식품·외식 업계
정부, 식품·외식업계에 ‘물가안정 요청’ 호출 원재료 가격 상승 등 압박요인 누적되는 상황
2023-09-17 강소슬 기자
매일일보 = 강소슬 기자 | 식품·외식업계가 정부 가격인상 자제 요청에 협조하고 있지만, 실상은 속앓이하는 모양새다. 원가 부담이 여전히 크기 때문이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농림축산식품부 차관은 지난 8일 서울 서초구 한국식품산업협회에서 식품·외식업계 간담회를 열고, 정부 물가안정 노력에 협조해줄 것을 당부했다. 간담회에는 CJ제일제당, 오뚜기, 농심, 동원F&B, SPC삼립, 동서식품 대표이사 등 식품사 12곳과 스타벅스, 교촌에프앤비, 피자알볼로 등 외식업계 10개 업체가 참석했다. 정부는 지난 6월부터 제분업계를 시작으로 우유업계 등을 만나 물가안정 협조를 요청한 것의 연장선으로 풀이된다. 지난 7월 한훈 농식품부 차관은 농축산식품 관련 물가 관리에 신경 쓰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한 차관은 “외식업계와 가공업체 등의 원재료 수급 등 애로를 정부가 지원하고 인상 시점 등을 조절하도록 하는 등의 방식을 통해 물가안정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식품·외식업계는 하반기 가격인상을 하지 않거나, 하더라도 인상 폭을 최소화하는 등 협조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기업들이 얼마나 감내할 수 있을지가 문제다. 유업계는 출산율 저하와 우유 소비 감소 등 영향에 원가 압박은 커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 정부가 흰우유 가격인상을 자제해달라고 요청해 실적 전망에 경고등이 켜졌다. 일부 업체에선 희망퇴직 초강수까지 두며 비상체제에 돌입했다. 낙농진흥회는 마시는 우유용 원유 기본 가격을 전년 대비 L당 88원 오른 1084원, 가공유용 원유 기본 가격을 L당 87원 오른 887원으로 결정했다. 업계 1위인 서울우유협동조합은 내달부터 대형할인점에 납품하는 서울우유 ‘나100%우유’ 1,000㎖ 제품 가격을 3% 안팎 인상한 2900원대로 정했다. 원윳값 상승률은 8.8%지만 출고가 인상 폭은 최소화한 것이다. 외식업계도 가격인상 여부를 두고 고심하고 있다. 식자재 가격, 인건비, 배달수수료 등 원가 부담은 여전히 크기 때문이다. 치킨 업계는 치킨값을 낮추려면 닭고기 가격부터 안정화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닭고기 가격은 KG당 1500원에서 1800원 선이었지만, 사룟값 안정에도 3000선을 넘어섰다. 올해 가뭄으로 인해 세계 올리브유 생산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는 스페인에서 올리브유 가격도 역대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튀르키예 정부는 자국에서 생산한 올리브유 수출을 11월까지 3개월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무리한 가격 통제에 식음료업계는 소비자가 먹거리에 부담을 느끼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며 “하지만 외식 부문 최종소비자가격을 낮추려면 정부의 생산자물가 관리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