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포동의안·해임건의안 등에…선거제 개정, 21일 본회의 처리 난항

박광온 "대통령 결선투표제·선거제 개혁해야" 발언에도 민주, 체포동의안 '부결' 당론화 여부 최우선 논의 예정

2024-09-18     이설아 기자
국회의사당

매일일보 = 이설아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 한덕수 국무총리에 대한 해임건의안 등 굵직한 현안들이 오는 21일 국회 본회의에서 다뤄질 것으로 예상되며 또다시 선거제 개정 처리가 밀릴 전망이다. 선거제 개정의 법정시한은 당초 내년 총선 1년 전인 지난 4월이었음에도, 강대강 대치로 인해 아직까지도 이를 처리하지 못한 시점에서 '병립형 비례대표제 회귀' 등을 놓고 아직도 양당이 합의를 이루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민주당이 '최소 개헌' 및 '선거제 개혁 매듭짓기'를 거듭 강조하고 나서 귀추가 주목된다.

18일 박광온 민주당 원내대표는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 나서며 대통령 결선투표제와 4년 중임제, 국무총리 국회 복수 추천제를 골자로 한 '최소 개헌'을 추진하자고 제안했다. 구체적으로 개헌절차법을 제정하고 국회개헌특별위원회를 구성한 뒤 성과를 내고, 2026년 지방선거에서 국민의 기본권을 포함한 본격 개헌에 나서는 방안이다. 박 원내대표는 높은 지역주의 장벽으로 7번 낙선을 거듭한 뒤 고인이 된 허대만 전 민주당 경북도당 위원장의 유지를 이어 선거제 개혁을 완수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위성정당의 원천 금지, 지역주의에 기댄 양당의 독식 타파, 비례성 강화, 다양한 소수정당의 원내 진입이라는 4대 원칙에 합의해 선거제도를 만들자는 것이다. 민주당의 제안에 소수 야당들은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이날 자신의 SNS를 통해 "대통령 결선투표제 제안을 환영하며 구체적 실행방안에 대해 응답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어 민주당을 향해 "오늘 선언 역시 공염불에 그치지 않도록 실천으로 옮겨주길 바란다"며 "더이상 국민의힘에 끌려다니며 선거제 개혁이라는 시대의 과제, 민주주의의 열망이 좌초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손솔 진보당 수석대변인도 "(박 원내대표의 제안은) 만시지탄"이라며 "(대통령 결선투표제와 선거제 개혁은) 말이 아니라 실천으로, 더 늦출 것도 없이 바로 해야한다"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그러나 이 같은 제안과 김진표 국회의장의 지난 1일 "이번달 안에는 선거법 개정을 모두 끝내달라"는 당부에도 불구하고, 21일 국회 본회의에서 헌법 및 선거제 개정안 논의가 이뤄질 가능성은 매우 낮게 점쳐지고 있다. 당장 체포동의안 표결과 해임건의안 통과 등의 사안이 이날 처리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양당에게 우선순위가 뒤쳐지는 선거제 개정 논의가 실질적으로 불가능할 것이란 예측이다. 실제 한 민주당 관계자는 <매일일보>에 "당 최고위원회에서 체포동의안 '부결'을 당론으로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고, 이가 이번 의원총회에서 주요하게 논의될 것"이라며 선거제 개정을 논의하는 의원총회가 밀릴 수 있음을 시사했다. 선거제 개정을 강력히 주장하고 있는 이탄희·홍영표 의원 등에 대해 '시급하지 않은 문제에 천착한다'며 강성 지지자들이 비판을 가하고 있는 양상도 민주당이 논의를 미루게 하는 원인 중 하나다. 양당의 이견 차를 줄이는 일도 큰 난관 중 하나다. 선거제 개정에서 양당이 가장 대립하는 지점은 '병립형 회귀' 문제다. 양당은 현행 소선거구제를 유지하며 전국을 수도권·중부·남부 3개 권역으로 나누는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에 공감대를 이뤘지만, 비례대표 선출 방식과 의석수에 대해서 합의를 도출하지 못했다. 국민의힘은 본래의 '중대선거구제 도입' 입장에서 현행 소선거구제를 유지하는 방안으로 한 번 양보했기 때문에, '병립형 비례대표제'로 반드시 돌아가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난 20대 총선까지 적용됐던 병립형 비례대표제는 47석의 비례대표 의석을 지역구 선거 결과와 관련 없이 정당 득표율대로만 배분하는 제도다. 또한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현재 300석인 의원정수를 줄여야 한다는 의견을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 반면 민주당은 현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유지하고 비례대표 정수를 늘려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21대 총선부터 시행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정당별 득표율에 따라 전체 의석수가 배분되는 방식이다. 다양한 정당의 원내 진출을 돕겠다는 취지였지만 양당의 '위성정당' 출현 등으로 그 의미가 크게 쇠퇴한 바 있다. 이에 따라 '병립형 회귀' 등이 논의되자 반발의 목소리도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민주당 의원 55명은 지난 14일 기자회견을 열고 "병립형 회귀는 명백한 퇴행"이라며 연동형 비례대표제 원칙을 준수할 것을 지도부에 촉구하기도 했다. 같은 날 정의당·노동당·녹색당·진보당 등 4개 소수 야당도 국회 본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병립형 회귀는 명백한 정치 퇴행이자 최악의 정치 개악"이라며 "민주당은 국민의힘과 야합을 멈추고 정치개혁의 초심을 되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